CNN 취재진이 미얀마 양곤 시장을 다녀간 뒤 현장 취재에 응한 민간인 최소 6명이 군에 납치돼 구금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연락두절 상태로, CNN은 현재까지 인터뷰이 보호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클라리사 워드 CNN 수석 특파원과 취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군 호위를 받고 양곤 북부에 위치한 밍갈라돈 시장과 텐 마일 시장을 찾아 취재했다. 이후 같은 날 현장에서 7명이 납치돼 최소 6명이 같은 날 군 심문소에 억류 됐다. 미얀마 내 독립 언론 미얀마나우는 3일 “클라리사 워드와 그의 팀이 자리를 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복 차림의 무장 남성들이 이들을 납치해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얀마나우 보도에 따르면 납치된 이들 중 3명은 CNN의 인터뷰에 응했고 2명은 취재진의 사진을 찍었다. 나머지는 CNN 취재 당시 인터뷰이 곁에 있었다. 1명은 풀려났고 6명은 쉐피타 북동 타운십에 있는 군 심문소에 억류돼 있다. 미얀마나우는 “납치된 이들의 사진과 함께 친척과 친구, 목격자 인터뷰를 종합한 결과, 최대 9명이 억류 상태로 추산되나 이 중 2명은 식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얀마 독립 언론 미얀마나우 웹사이트 갈무리. 미얀마나우는 사진 속 여성이 클라리사 워드(오른쪽) 인터뷰에 응한 뒤 납치돼 구금 상태라고 밝혔다.
▲미얀마 독립 언론 미얀마나우 웹사이트 갈무리. 미얀마나우는 사진 속 여성이 클라리사 워드(오른쪽) 인터뷰에 응한 뒤 납치돼 구금 상태라고 밝혔다.

억류된 사람 중 한 명인 23세 여성 ‘인 뗏 틴(Yin Thet Tin)’은 간식을 사러 밍갈라돈 시장에 갔다가 인터뷰 직후 유괴됐다. 인 뗏 틴의 자매는 미얀마나우와 인터뷰에서 “심문소에 갔지만 들어갈 수 없어 그를 만나지 못했다”며 “내 자매는 아무것도 안 했다. CNN 리포터가 인터뷰할 때 대답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CNN이 이번 사태에 일부 책임을 지고 인터뷰이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얀마 나우는 “관찰자들은 CNN이 인터뷰 뒤 억류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국장은 3일 트위터에 “(인터뷰이 억류는) 미얀마 군사정권에 의한 믿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클라리사 워드와 CNN은 이들 인터뷰이들이 당장 조건 없이 석방되도록 요구하고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국장은 3일 트위터에 “(인터뷰이 억류는) 미얀마 군부 권력에 의한 믿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클라리사 워드와 CNN은 이들 인터뷰이들이 당장 조건 없이 석방되도록 요구하고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국장은 3일 트위터에 “(인터뷰이 억류는) 미얀마 군부에 의한 믿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클라리사 워드와 CNN은 이들 인터뷰이들이 당장 조건 없이 석방되도록 요구하고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CNN의 클라리사 워드 특파원과 취재진은 지난달 31일 미얀마에 입국해 군경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현지를 취재했다. 이번 취재는 미얀마 군부가 고용한 로비스트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미얀마 나우는 “이번 방문은 쿠데타 정권이 언론인 체포, 언론사 습격, 출판허가 취소 등 미얀마 내부의 독립언론 탄압을 시도하는 가운데서도 허가됐다”며 “군 당국은 도착 후 도처에서 호위를 받고 있는 CNN 촬영팀의 방문을 치밀하게 구도를 짰다”고 했다.

CNN 취재진이 입국한 뒤 군부 정권에 살해된 시민 숫자가 줄었고, 경찰 지휘부는 취재진 입국 전날 경찰관에 “시위대를 공격할 때 더 자제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미얀마나우는 보도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CNN 취재진의 이동 경로를 따라 경적을 울리거나 냄비를 두드리며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강도를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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