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7일 조선일보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자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은 다가오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등장한 윤 전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채널A 보도에도 등장했다. 윤 전 총장은 채널A 보도를 통해 자신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일정을 알렸다.

▲3일자 경향신문 3면.
▲3일자 경향신문 3면.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투표소에서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서울시장 사전투표를 했다. 그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3일자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중 이 소식을 다룬 언론은 조선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였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사설로 윤 총장의 행보에 대해 비판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재보궐 선거 이후엔 자신의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자 한겨레 5면.
▲3일자 한겨레 5면.

한겨레는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5면에 기사에서 “투표하러 가는 일정을 미리 알려 자신을 노출하는 것은 정치인들만이 하는 행동이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선다는 해석이 쏟아졌다”고 쓴 뒤 “그는 정치한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신비주의 전략이다. 정치인으로서 져야 하는 부담은 안 지고, 차기 대통령선거 주자로서 인기는 극대화한다. 반정치주의 전략”이라고 지적한 뒤 “어떤 정치 행보를 취할까? 첫째, 국민의힘에 입당해 제1야당 기반으로 대선에 도전하는 방안이다. 현실적이지만 검찰 중립성 훼손의 걸림돌이다. 둘째, 제3지대에서 세력을 불린 뒤 국민의힘을 흡수하는 방안이다. 모양은 좋은데 너무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자 조선일보 6면.
▲지난달 29일자 조선일보 6면.

지난달 조선일보 기사에 등장한 윤 총장의 행보도 지적했다. 한겨레는 “어떤 정책 노선을 택할까? 보수든 진보든 매우 어색할 것이다. 지금 깃발은 ‘반문재인’, ‘반더불어민주당’이다. 그는 이번 선거를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3월29일 보도된 <조선일보>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다”라고 쓴 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어 여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선거운동과 다름이 없다”고 해설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그는 투표 시간과 장소를 언론에 알려 기대를 자아냈지만 정작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그는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사실상 장외 정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라리 윤 전 총장은 정치 행보를 공식화함으로써 정계의 혼란을 줄이고 검증대에 올라와야 한다. 재보궐선거 후 명확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는 검찰개혁을 비판한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이 윤 전 검찰총장의 행보를 비판하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린 사례를 소개한 뒤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이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크게 흔드는 것임은 자명하다”고 했다.

▲3일자 한국일보 사설.
▲3일자 한국일보 사설.

그러면서도 “하지만 그의 선택을 막을 길은 없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할 때가 왔다.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정치 행보를 하는 현 상황을 끝내고 정치 참여 또는 불참을 선언하기를 바란다. 모호성 전략은 몸값을 띄울지는 몰라도 국민의 검증을 회피하는 것이다. 전직 검찰총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있다면 이제 변죽을 울리는 장외 정치는 끝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경향신문도 윤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검찰 중립성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하루 전에 사전투표를 예고해 기자들이 오게 하고, 투표 후 몰려온 지지자들과 악수를 한 것은 ‘정치 행차’ 성격을 지울 수 없다. 미리 알린 공개투표는 야권 지지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신호로 읽혔다”며 “검찰총장 사퇴 직후부터 정치적 언행이 잇따르면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3일자 경향신문 사설.
▲3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윤석열 논란’은 근본적으로 검찰총장이 정치에 뛰어드는 데서 시작된다. 그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정권과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고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이 윤 전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발언한 것에 대해 언급하며 “오죽하면 정권의 검찰개혁을 비판하며 윤 전 총장을 지지했던 박 지청장이 실명으로 이런 말을 했겠는가”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윤 전 총장의 처신은 무거워야 하고 정치 참여 시엔 검찰 중립을 우려하는 검사와 시민들에게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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