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통해 한국 근·현대 100년을 비추어본 역작이다. 저자는 근 현대사 100년을 거울로 두 신문을, 또 그 신문을 거울로 우리 현대사를 비춰보려 했다. 두 신문이 격동의 시기 진실을 전달하고 민주주의에 초석을 놓은 언론으로서 구실을 했는가에 대한 평가인 동시에 우리 현대사의 고비를 재구성하고 진실이 어떻게 왜곡돼 있는가를 밝힌 책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방향과 흐름에 차지하는 무게가 매우 묵직하다. 단순히 현실을 비춰주기만 하는 거울 또는 진실의 전달자, 기록자가 아니라 그들이 보도하고 기록한 현실이 다시 새로운 현실을 규정하고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미화와 윤색으로 가득한 두 신문의 창간 100돌 기념 사설 그리고 사사, 사설 등에서 그들이 감추고 싶어 했던 부끄러운 이면과 해석을 들추어내어 가면을 벗기며 조목조목 반박한 방식의 구성으로 더욱 흥미진진하다.

그동안 조선 동아 두 신문이 언론자유를 앞세워 기득권에 빌붙고 진실보도를 외면하고 정파적 왜곡보도를 한다는 많은 비판은 특정 시기 또는 특정 이슈관련 보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서 부분적으로만 조명된 측면이 있다. 반면 이 책은 ‘진실과 공정, 권력감시’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축으로 100년의 역사를 꿰뚫어 두 신문의 정체성과 본질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평가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보도가 진실한가 그리고 공정한가를 평가하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도 않고 명쾌하지도 않은 작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타당성 있는 근거와 뒷받침할 구체적 내용을 잘 제시해 쉽게 설명했다. 당시의 정치 사회적 시대 상황이나 맥락, 물가 수준 등을 설명해 보도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실감을 더했다.

▲ 책 ‘조선평전’ ‘동아평전’. 사진=김도연 기자
▲ 책 ‘조선평전’ ‘동아평전’. 사진=김도연 기자

그렇다고 이 책이 두 신문 100년 역사에 대한 평가의 완결판은 아닐 것이다. 평가는 사실의 영역도 있지만 해석의 영역이기도 하다. 동일한 내용을 놓고도 각기 다른 의미 부여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논쟁적 가치가 풍부하다. 진실은 한쪽의 관점으로만 구성되기 어렵고 다양한 단면을 통해 진실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은 다양한 의견이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만들지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다른 주장과 관점이 서로 외면하고 동떨어져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진실의 실체에 다가갈 수 없다. 조선, 동아일보 사주나 기자들뿐 아니라 그들의 보도를 철석같이 믿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성찰 또는 해명과 비판을 하면서 활발하게 논쟁에 참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진실의 수호자들을 자임한다면 자신의 100년 역사부터 일방적 미화와 찬양의 분칠이 아니라 사회적 논쟁을 통해 진실 찾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언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숙제를 던졌다. 방대한 내용을 다루다보니 학계나 연구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해석이나 결론의 근거로서 어느 정도로 타당성이 있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 검증과 확인을 할 필요도 있다. 사실은 언론보도뿐만 아니라 평가에도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실의 조각들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진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내세우는 사실들도 진실의 한 단면이나 부분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보수적 사실이 따로 있지 않고 진보적 사실이 따로 있지 않다고 했지만 어떤 사실을 취사선택해 진실을 들여다느냐에 따라 진보적 관점도 되고 보수적 관점도 된다. 저자가 선택한 사실과 두 언론이 기억하고자 하는 사실이 다를 수 있다. 어느 사실이 더 진실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사회와 학계의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저널리즘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수학문제 풀 듯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널리즘에서 사실은 생명처럼 중요하다는 데는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그 못지않은 것은 그 사실적 보도가 얼마나 현실에 영향을 미쳤는가라고도 할 수 있다. 오보라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에 큰 부정적인 영향이 없었다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 수 있고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보도로 현실이 왜곡돼 사회적인 큰 폐해를 끼쳤다면 저널리즘적 평가는 무엇을 더 중요한 가치로 삼을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이 진실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고 기자정신을 곧추세우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여 생생한 우리말이나 언론의 ㄱㄴㄷ같은 신선한 표현은 이 책이 주는 쏠쏠한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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