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에 출입기자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언론사들이 언론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뉴스타파·미디어오늘·셜록 등 3개 매체(청구 매체)는 지난달 14일과 31일 각각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을 상대로 이들의 출입 신청 거부 및 관련 내규가 헌법을 위반한다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냈다. 헌법 11조 평등권과 21조 언론·결사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요지다. 

청구 매체는 지난해 12월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서울고법과 서울고검은 서울 서초구에 밀집된 법원 및 검찰청사를 출입하는 ‘법조 기자단’ 운영에 관여한다. 법조 기자단은 공공기관마다 구성된 기자단 중에서도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배타적으로 누리는 취재 지원도 다양해 가장 폐쇄적인 기자단으로 꼽힌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 사진=손가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 사진=미디어오늘
▲기자실 모습. ⓒ연합뉴스
▲기자실 모습. ⓒ연합뉴스

 

두 기관에 별도로 심판을 청구한 이유는 출입 신청 거부 답변이 달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기자실 사용은 ‘법원 홍보 업무에 관한 내규’(법원 홍보 내규) 10·12조 등에 따라 운영되지만 “출입기자단 가입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니 기자단 간사에게 가입을 문의하라”고 밝혔다. 서울고검은 ‘서울검찰청사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정’(검찰청사 관리 예규) 34조상 출입기자 출입증 발급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서울중앙지검 요청을 받는다’고만 답하며 사실상 신청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이 6개월 전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기자실 운영은 서울고검 소관’이라고 밝힌 후다. 

청구 매체는 이 거부로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 자유와 평등권 및 결사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이 보호하는 언론 자유는 정보 획득부터 뉴스 전파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본질적 활동을 모두 포함하는데, 기자단이 아닌 매체는 검찰·법원의 취재 지원을 받지 못해 언론 자유가 침해됐고 기자단과 비교해 차별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검찰·법원의 출입 거부는 결국 출입을 원하는 매체에게 법조기자단 가입을 강제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결사의 자유를 소극적으로 제한한다고 봤다. 청구 매체는 ‘기자단 운영은 기자단이 자율로 정한다’고 선을 긋는 법원에 “법원도 인정했다시피 수많은 매체 중 극소수가 속한 법조기자단 매체 기자들만 기자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 법조기자단 영향력을 키워주고 해당 언론사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법조기자단 활동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입기자’ 정의, 내규 어디에도 없다”

청구 매체는 두 기관의 관련 내규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아 ‘기본권 제한의 법률 유보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헌법 37조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땐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다. 검찰·법원이 언론 자유를 제한하려면 제한 행위와 근거 내규 모두 법률에 의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입장이다. 

과잉금지원칙도 주장했다. 기본권은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해야 하는 침해 최소성 원칙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청구매체는 “내규 어디에도 법조기자단 기자를 ‘출입 기자’로 일컫는다는 정의가 없지만, 검찰·법원이 일부 언론만 가입한 임의 단체 활동에 기초해 청사 출입 여부를 결정하는 건 그 자체로 납득이 어렵다”며 “법원 질서 보호 등의 목적은 법원 질서 및 재판관계인 인권 보호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취재 수칙을 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청구 매체는 국회 출입 제도 사례에 비춰 “검찰·법원도 사정에 맞게 기자의 출입증을 유형화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을 얼마든지 채택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또 “검찰·법원이 출입증 발급을 거부해서 얻는 공익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청구 매체는 법조기자단이 “기자실에 대한 적법한 배타적 사용권을 갖고 있지 않고, 기자실 운영에 대한 권한이 없으므로 새로운 기자실 사용 요청을 받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으며, 단지 국민 알 권리 보호 차원에서 국가기관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는다고 추정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으며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언론 활동을 할 자격 있는 언론인을 모두 포괄하지도 않으며, 기자실 사용 요청에 대한 기자단 기자들의 결정도 객관적이거나 공개된 기준에 의하지 않고 소속 언론사의 선호에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법원·검찰은 청사 관리라는 행정목적을 위해 법조기자단에 기자실의 배타적 사용을 보장함으로써 권한 없는 자의 적법하지 않은 작용을 방치한다”며 “다양한 매체 사이에서 조화롭게 기자실 편의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이고 편파적으로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언론 자유 등 기본권 제한에 덜 제한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사를 취재하는 서울 법조 기자단 내부 운영 구조 도식화. 법원·검찰은 이들 취재만 선택적으로 지원한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사를 취재하는 서울 법조 기자단 내부 운영 구조 도식화. 법원·검찰은 이들 취재만 선택적으로 지원한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평등권 침해와 관련해 청구 매체는 “3개 매체는 법조기자단 소속 언론사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취재·보도 과정에서 법원 질서 보호와 청사 안전 관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지만 차별 취급을 받는다”며 “(법원 경우) 공개 재판 판결문이나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판결에 대한 공식 설명과 브리핑 참여를 금지하면서 정보 획득을 지연시키거나 차단한다. 즉 국가기관이 국민 모두에게 제공하는 공적 정보에의 접근을 차단하고 공식적인 취재방법을 봉쇄한다”고 주장했다. 

“매체 규모·영향력으로 출입증 발급 거부할 수 없다”

청구 매체들은 한국 특유의 폐쇄적 기자단이 초래하고 있는 역효과도 다뤘다. 이들은 “한국 언론의 취재 관행은 출입처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매일 지면을 채워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기자들에겐 출입처에서 공신력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듣는 설명은 매우 편리한 취재 관행이 되고, 출입처의 공보조직의 정보제공 및 프레임에 의존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출입처 취재원과 기자의 공생관계가 형성되고 공식 취재원이나 엘리트 집단 등 특정 취재원에 의존하는 뉴스 관행이 뉴스 내용과 구성 등에 체계적인 편향을 발생시키며, 같은 출입처 기자들끼리 의미 체계를 공유하면서 뉴스의 획일화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등의 문제로 논란에 올랐던 검찰 기자단과 관련해선 “검찰 관련 기사의 문제점들은 기자단 기자들의 언론사가 갖는 검찰에의 편향성·의존성 및 기자단 폐쇄적 운영과 밀접하게 관련돼 증폭된다”며 “현행 출입처 기자단 제도는 공식 통로를 통한 취재를 봉쇄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여론을 통해 수사 동력을 만들려는 검찰과 단독보도로 속보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싶은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검찰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편향적인 보도가 만들어지고,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언론 본래의 기능은 지속적으로 약화됐다”고 적었다.

청구 매체는 매체 규모와 영향력으로 기자 출입증 발급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시한 미국 법리를 한국 실정과 비교했다. 1972년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조합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의회로부터 출입증 발급이 불허됐고 소를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정기간행물 출입기자 위원회’가 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자유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977년 또 다른 미국 법원 판례도 “기자가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에 정직원으로 고용됐는지, 취재·보도 활동을 하면서 공익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지, 주변인으로부터 진실된 언론 활동을 한다고 인정받는지 등이 구분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준이 임의적이거나 기사 내용에 근거해서는 안 되고 출입기자증 발급을 거절할 경우엔 반드시 증명 가능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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