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의 공공기관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코바코) 신임 비상임이사에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임명됐다. 그의 임기는 지난달 22일부터 2년이다. 코바코는 KBS, MBC, EBS, 종교방송, 라디오 방송 등 총 15개 지상파 매체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광고를 통해 방송사에 재원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직전까지 김유진 민언련 이사가 코바코 비상임이사로 활동(2019년 03월20일~2021년 03월19일)했다는 점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모양새지만 코바코와 민언련 출신 전·현직 코바코 이사들은 규정상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공모로 이뤄진 이사 선임이었다. 결격 사유도 없다는 점에서 법·규정상 하자는 없지만 특정 시민단체에서 연달아 코바코 이사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언론계 일각에선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원자에 대한 전문성·자격 검증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보다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코바코는 지난 1월 비상임이사 2명을 공개 모집했다. 김유진·정철 이사의 임기만료에 따른 신규 임명이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코바코 이사회는 규정에 따라 5명의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을 확정했다. 비상임이사 3명과 코바코 이사회가 선임하는 위원 2명 등 총 5명이다. 코바코는 임원추천위원 명단이나 회의록은 개인정보 등 이유로 공개하진 않았다. 비상임이사 연봉은 3000만원이다.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임원추천위 구성 이후 지난 1월22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류접수가 이뤄졌다. 임원추천위에서 3배수 후보자 추천이 진행됐고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후보자를 다시 2배수로 압축해 주주총회에서 1인을 확정했다. 최종적으로 코바코 이사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이 과정을 거쳐 지난달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과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신임 비상임이사에 임명됐다.

민언련 이사인 김유진 전 코바코 이사는 이번 임추위에 참여했다. 다만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에 대한 채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나머지 후보 심사에는 참여했다.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규정에 따른 조치다. 나머지 후보에 대한 심사는 가능했다는 점에서 신 처장 당락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김유진 전 이사는 2일 통화에서 “신미희 처장이 지원한 것을 알고서 후보자 심사 자체를 기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코바코 담당 부서에 문의했더니 그럴 필요는 없고 대신 신미희 후보에 대해서만 채점하지 않으면 된다고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임추위 규정상 여성 이사는 필수 참여해야 하는데 당시 여성 이사는 나 혼자였다. 서류접수보다 임추위 구성이 먼저 이뤄진다”고 말했다. 신 처장이 서류를 접수한 뒤에야 지원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 전 이사는 “다른 후보자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주면서까지 신미희 처장을 코바코 이사에 추천할 이유가 나로선 전혀 없다. 오히려 내가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신 처장은 민언련 사무처장이 아니었대도 (코바코 이사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신 처장 이력과 그동안 경험에 비춰보면 자격과 전문성이 충분하다는 취지다.

신 처장은 1991~1996년 민언련 전신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간사로 활동했다. 이후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미디어정책 행정관으로 참여정부에 몸을 담은 뒤 노무현재단, YWCA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민언련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코바코 관계자도 “임추위 규정상 다른 공기업에서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응모자에 대해서만 (임추위원이) 채점에서 배제된다”며 “심사에서 완전배제되는 경우는 보통 친인척 관계일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규정은 위반되는 것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사들 성별, 자격, 출신을 다양하게 구성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신임 이사가 책임감을 갖고 경영감시에 기여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계 일각에서는 동일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코바코 이사직을 연달아 맡는 것에 우려가 있다. ‘자리 나눠먹기’처럼 비친다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대도 같은 시민단체 출신이 또 임명되는 것은 그 자리가 당연직처럼 비친다. 정치적 시비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인사는 “현재 코바코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 변경 등 과제가 산적하다”며 “전문성 있는 인사들이 들어가 혁신해야 할 시기인데, 그 기준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처장보다 한 달여 먼저 임명된 유민영 코바코 이사의 경우 현 정권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맡았던 인사로 참여정부에선 춘추관장을 지냈다. 지난 2월16일 유민영 이사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윤성옥 코바코 이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몫 방송통신심의위원에 추천해 부적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달 15일 “결합판매 제도 변화와 방송 광고 시장 위축이라는 이중 위기에 대응하기 바쁜 코바코 이사를 방심위원 후보로 추천한 것은 광고의 공적 기능에 대한 무관심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코바코 내부에서도 ‘여권 진영의 밥그릇 챙기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만 코바코 사장도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으로 2018년 9월 임명 당시 낙하산 사장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 관련 공공기관 인사 임명 시 전문성이 우선되는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사진=신미희 제공
▲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사진=신미희 제공

신미희 처장은 1일 통화에서 “민언련 이사, 사무처장, 대표 등이 정부 위원회나 언론 기관에 참여할 때는 내부 규정에 따라 논의를 거쳐 추인을 받는다”며 “코바코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송 관련 기관이다. 미디어 공공성 감시라는 민언련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활동으로 보고 참여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처장은 “기관 이사로서 사익을 추구하면 당연히 문제겠지만 법·제도가 보장하는 선에서 기관 내 활동을 통해 더 적극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비상임이사나 사외이사 제도는 외부 인사가 적극적으로 기관 경영을 감시하라는 책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 처장은 이번 코바코 이사직은 언론인의 청와대행이나 시민단체 출신의 기업행과 동일선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기업에도 시민사회가 참여해 시민적 통제를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크다”며 “법이 보장하는 선에서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 인사가 공기업 경영감시에 참여하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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