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마트에서 목격됐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사실 확인 없이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 썼다. 심지어 사실이 아닌 해당 게시글에는 조두순이 아닌 사람과 그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부부 사진이 올라왔는데, 사진까지 넣어 기사를 작성했다.

법무부는 2일 미디어오늘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일부 언론이 그냥 받아쓴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2일 오전 언론들에 해당 사진 속 인물은 조두순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경찰은 “조두순은 최근 3달 이내 외출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두순은 보호관찰을 받고 있어 외출 시 경찰이 동선을 확인하며 전담 보호관찰관은 외출 여부를 확인하고 그의 움직임을 관찰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조두순 관련 기사를 가장 먼저 보도했고, 3건이나 작성했다. 사진=네이버페이지 화면 갈무리.
▲서울신문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조두순 관련 기사를 가장 먼저 보도했고, 3건이나 작성했다. 사진=네이버페이지 화면 갈무리.

기사의 사진 속 부부의 사위로 추정되는 A씨도 2일 오전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A씨는 “우선 사진 속 인물은 조두순 부부가 아니다. 평생 일만 하시다 은퇴하시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시는 우리 장인어른, 장모님이다. 우리 부부가 1년 동안 들어와 사는데 저희 먹을 술 챙겨두신다고. 쓰고 계신 모자는 제가 사드린 모자고 노란 아디다스 운동화도 제가 사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장인어른은 일하시면서 하지 못했던 머리를 길어보시겠다며 머리를 기르고 계신 상황이다. 지금 우리 장모님은 심장이 떨리고 손이 떨리셔서 어찌할 바를 모르신다”며 “커뮤니티부터 시작해서 정보 확인도 하지 않는 기레기들, 삽시간에 퍼져나가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처음 보도한 매체는 서울신문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소주·전자발찌…실시간 마트에 조두순 떴다 [현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9)을 목격했다는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조두순 마트에 떴다’는 제목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한 대형마트 계산대 앞에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담겼다. 조두순으로 추정되는 백발의 남성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영수증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작성자는 ‘전자발찌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진에는 발목에는 전자발찌로 추정되는 형태가 보였다. 특히 눈길은 끈 것 카트 안 먹을거리였다. 카트 안에는 소주 한 박스가 통째로 담겨 있었다. 작성자는 카트 안의 술을 지적하며 ‘교도소 출소 이후에도 술을 달고 사는 걸 보니 정신을 덜 차렸나 보다’며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현장] ‘조두순 마트에 떴다’…‘전자발찌 차고 소주 한 박스 구입’”(MBN), “조두순 목격담 ‘아내와 마트서 소주 박스 구매’…‘정신 못차렸네’”(머니투데이), “조두순 마트에 떴다..전자발찌 차고 술 구입했나”(파이낸셜뉴스), “‘내 세금이 조두순 술값이냐’ 카트에 주류 가득 담아…시민들 ‘분통’”(아시아경제), “조두순 한 대형마트서 소주 한 박스 구매…누리꾼들 ‘걱정 불안’”(뉴스핌)과 같은 기사가 올라왔다.

▲포털 다음에서 사실 확인 없이 보도된 MBN 기사에는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포털 다음에서 사실 확인 없이 보도된 MBN 기사에는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MBN 기사의 경우 포털 다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 기사에 대한 4000여개의 반응과 2000여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현재 MBN은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해프닝이었다는 기사를 다시 냈다. 이후 해프닝이었다는 기사마저 삭제했다. 미디어오늘은 서울신문 편집국장과 MBN 보도국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와 관련, “사실이 아니라면 사진 속의 저 두 사람 뭐가 되는 거냐? 저런 식이니 초상권침해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저 두 사람이 소송 걸면 돈으로 메꾸겠다는 건가?” “그저 조두순 이용해서 자기들 돈벌이로 하는 것들이” “허위 좀 올리지마 조두순 집 앞에 경찰이 지키고 있는데 그렇게 돈 벌고 싶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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