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4월 재보선 외면받는 마을미디어 공약
4월 재보선 외면받는 마을미디어 공약
마을미디어 10년, 시즌2 도약 필요하지만 오히려 좌초 위기 우려도…오세훈·박영선 두 후보 묵묵부답, 지역신문 정책도 필요

서울시에서 지난 2012년부터 활성화사업을 시작한 마을미디어 관계자들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아쉬움이 역력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마을미디어에 대한 공약을 내놓지도 않았을뿐더러 마을미디어 모임인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가 두 후보 캠프에 정책협약식, 인터뷰 등을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오 후보가 시장이 될 경우 마을미디어가 전임 시장 시절 사업이란 이유로 축소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더 커진다.  

서울지역 마을미디어단체 38곳이 모여 만든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공동운영위원장 김일웅·송덕호·황혜원)는 지난 17일 두 후보 캠프에 후보 정책간담회 및 정책협약, 선거방송 인터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지난 2019년 제정한 ‘서울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를 보면 서울시장은 마을미디어 활성화 및 지원을 위한 시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이에 100여개의 마을미디어 활동을 어떻게 지원하고 각 마을주민들의 허브로 기능할 것인지 후보들 비전을 들으려 했지만 두 캠프에서 긍정적인 답이 오지 않았다.

▲ 2021년 마을미디어 지도. 사진=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 2021년 마을미디어 지도. 사진=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2019년 조례제정 당시 마을미디어들은 별도의 위원회(서울마을미디어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지만 제정에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며 일단 위원회를 제외한 채 조례를 제정했다. 즉 차기 시장이 위원회를 만들어 마을미디어 관계자들과 시민 등을 위원회에 참여하도록 하고 서울시가 마을미디어를 중요한 정책으로 계속 다뤘어야 했다. 

마을미디어는 마을 주민들이 각자 필요한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각 마을마다 있는 사랑방 개념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자연스레 시민자치를 고민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장으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전국단위 중앙 미디어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 평범한 사람들의 ‘우리 이야기’를 하는 생활공간이다. 

▲ MWTV 이주민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 MWTV 이주민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몇 가지 예를 들면 영등포에 위치한 MWTV 이주민방송은 이주민의 삶과 목소리를 담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04년 설립한 국내 최초 이주민 미디어로 최근 코로나 관련 재난정보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주민들을 위해 이주민 활동가들을 연결해 정보를 공유했다. 

금천구에 있는 라디오금천은 코로나 관련 뉴스를 수어로 전해주는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노원구 노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너와 나의 어울림 팟다방’은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가 직접 운영하는 장애인이 주인인 마을미디어다. 

▲ 마을미디어 '라디오금천' 수어방송 갈무리
▲ 마을미디어 '라디오금천' 수어방송 갈무리

그 외에도 강서구의 강서FM ‘특별한 그들만의 세상’은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갈등 당시 무릎 꿇은 학부모들 사건에 공감하는 라디오 방송을 제작했고, 강북FM ‘랜선콘서트’는 코로나로 공연 기회를 잃은 지역 문화예술인에게 공연 창구를 마련했다. 

동작FM의 노량진동 유튜브 장기자랑 대회, 성교육이나 저명인사 특강 등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종로구 창신동라디오덤은 주민자치 의제공유회를 생중계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역할을 담당했다. 

마을미디어 활동이 이처럼 다양해졌지만 시의 예산지원은 최근 위축됐다. 지난해 서울시가 선정한 마을미디어 지원단체는 74곳에서 올해 55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15억원의 지원 예산이 올해 10억원 수준으로 삭감했기 때문이다. 

송덕호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이제 기존 체계에선 지원이 최대치에 달했다”며 “2012년에 시작해 10년이 된 만큼 시즌2로 넘어가면서 시의 주요 정책으로 삼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력한 두 후보가 전혀 마을미디어 사업에 대한 중장기계획이나 예산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선 마을미디어 사업이 더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도 마을미디어 지원예산은 예상외로 적은 수준이다. 지원규모별로 마을미디어를 여러 단계로 나눴는데 적게는 연 1000만원, 많아봤자 연 3000만원이 채 안 된다. 서울시 예산 약 40조원 중 마을미디어 예산은 약 10억원은 0.1%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규모다. 

물론 이번 보궐선거로 당선된 시장의 임기가 1년 남짓이라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황호완 서대문공동체라디오 PD는 미디어오늘에 “임기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과장해서 생각하진 않으려 한다”며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시의회 자체가 여대야소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만큼 변화가 많을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 후보의 ‘언론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황 PD는 “공영방송을 대하는 자세를 볼 때 과연 마을미디어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며 “TBS에 대한 태도를 볼 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황 PD는 미디어재단 TBS가 마을미디어에게 채널을 열어주는 ‘우리동네 라디오’ 시민PD로도 일하고 있다. 현재 시즌1을 마치고 잠시 휴방 중인 ‘우리동네 라디오’는 5월말 시즌2로 복귀를 준비 중이다.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주말인 3월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앞에서 열린 중랑구 집중유세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지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주말인 3월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앞에서 열린 중랑구 집중유세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지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월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로 관악산 만남의 광장에서 유세차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월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로 관악산 만남의 광장에서 유세차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송덕호 위원장은 “그동안 마을미디어가 요구했던 사안인데 ‘우리동네 라디오’ 결정권을 기존 TBS 제작진이 가지고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운영협의회를 꾸려 마을미디어 관계자들이 결정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TBS가 시민의 방송인 만큼 마을미디어와 이런식으로 결합도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TBS는 최근 보수야권 시장 후보들이 시의 지원금을 삭감하겠다는 식으로 위협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황 PD는 “TBS는 재단법인으로 최근 독립해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시작하려는 시점인데다 광고영업도 못하는 곳”이라며 “서울시장 후보가 시 지원금을 가지고 저렇게(삭감할 수 있다)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PD는 “현재 TBS가 340억원 정도 받는데 차라리 ‘500억원 줄테니 더 좋은 방송하자, 광고 신경쓰지 말고 공적인 방송 만들어보자’라고 설득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예산을 깎는 방식으로 공영방송을 편가르기 식 정쟁에 이용하는 것은 방송에 대한 개념이나 철학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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