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일보 100년사를 집대성한 책이 출간됐다.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지난달 22일 펴낸 ‘조선평전’, ‘동아평전’이다. 손 교수는 “평전을 통해 우리는 근현대사 100년을 거울로 그(조선·동아일보)를 보는 동시에 그를 거울로 근현대사 100년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조선·동아일보를 사물이 아닌 인격체로 서술한 그의 저서는 ‘보다 낯설게’ ‘보다 자세히’ 두 신문 역사와 진실 왜곡 사례를 살펴 우리사회 언론 ‘사주’ 문제를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출판 기자회견에서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박정희 유신에 맞서다 1975년 해직된 동아일보 기자와 동아방송 PD·아나운서들이 결성한 단체) 선배들 역정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서술에 지나지 않는다.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동아투위 존경심에 있다”며 “책 두 권을 써놓고 기자회견을 연다는 게 부끄럽지만 앞으로도 언론민주운동에 기여하겠다는 말씀을 모두에 드린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문제의식의 시작을 ‘촛불’에서 찾았다. 그는 “촛불혁명 이후 대한민국은 얼마나 바뀌었는가. 나만 자괴감이 드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문제도 있겠지만 언론 문제도 있다. 촛불혁명에서 터져나왔던 우리사회 의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언론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언론사주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운동 진영의 문제의식도 약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중동 신방(신문·방송) 복합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해지고 있다. (MB정부 시절) 종편 관련법이 날치기 처리될 때 민주당 당론은 ‘종편 폐지’였다”며 “중앙일보 사주 투자의 일환이었던 손석희와 JTBC 성장으로 지금은 종편 폐지 여론을 거의 찾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과연 이래도 좋은가”라고 지적했다.

▲ ‘조선평전’ ‘동아평전’을 집필한 손석춘 건국대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출판 기자회견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동아투위 존경심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 ‘조선평전’ ‘동아평전’을 집필한 손석춘 건국대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출판 기자회견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동아투위 존경심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손 교수는 문재인 정부·여당의 ‘언론개혁’에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이야기하는 ‘언론개혁’과 이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문파들은 앞으로 언론개혁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변죽만 울려서는 안 된다. 아울러 언론개혁 운동이 지금처럼 특정 정파 목소리 수준으로 물러나서도 안 된다. 조선·동아미디어그룹 신방복합체를 해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조선·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축사를 보낸 것에도 “창간 축사이기 때문에 덕담할 순 있지만 그래도 ‘행간 읽기’라는 게 있다”며 “이들 언론 100년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겼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내가 국민의힘을 기대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뒤 “미디어 시장주의자들은 아주 치열하다. 이명박 정부와 그 정당들은 아주 치열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때 언론개혁은 어떤 성과가 있었느냐”며 “안이하게 언론개혁을 논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시민운동 진영이 전선을 재전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육 동아투위 위원장은 “두 신문 과거를 숨김 없이 드러내준 손석춘 교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동아투위가 결성 46주년을 맞았다. 결성 초기 범민족적 인사들의 지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그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출판을 맡은 자유언론실천재단의 이부영 이사장은 “오늘로서 조선·동아일보 100주년에 대한 우리들의 공식 행사는 정리가 된다. 그러나 101주년을 맞아서도 오욕에 찬 두 신문 역사를 극복하는 노력은 쉼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조선평전’ ‘동아평전’ 출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김도연 기자
▲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조선평전’ ‘동아평전’ 출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김도연 기자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동아투위가 뿌린 씨앗이 오늘날까지 자라고 있다”며 “두 족벌 신문을 극복하는 새 역사를 위한 우리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분들은 꼭 이 책 만큼은 읽어보셨으면 한다. 족벌신문 행보와 영향력이 어떻게 우리 역사를 뒤틀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협회 부회장은 “언론개혁을 위한 언론인들의 공고한 연대가 필요한 시기”라며 “자기가 속한 조직이 아니라 오로지 기자 이름으로 함께 연대할 때만이 진실과 자유를 수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투위는 1일 창간 101년을 맞은 동아일보를 겨냥해 “지난 100년 동안 동아는 민족 앞에 속죄할 여러 번의 기회를 놓쳤다”며 “해방 이후에도 유신독재 이후에도 전두환 군사독재 이후에도 촛불혁명 이후에도, 그들은 지난날의 죄과를 반성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동아투위는 “파렴치한 악행을 일삼아 온 동아와 조선, 그들은 선출되지 않은 막강한 권력이 되어 온갖 선동질로 반민주, 반민중, 반통일, 반평화 악업을 쌓아가고 있다”며 “동아와 조선, 그 아류 극우 사이비 언론의 거짓과 악의에 찬 선동을 방치하는 한, 온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도, 적폐청산도, 참다운 민주주의 정착도 한낱 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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