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설강화’에 ‘민주화 운동 폄훼’ 등 역사 왜곡 논란이 계속되자 JTBC가 드라마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여성 주인공 이름을 변경하는 등 추가 대응에 나섰다.

앞서 운동권 학생인 남성 주인공이 알고보니 남파 간첩이었다는 설정으로 알려져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JTBC는 지난 26일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냈다. 공식 입장을 내고도 논란이 계속되자 4일 만에 또다시 입장을 냈다. 두 번째 낸 입장에서 JTBC는 보다 상세하게 드라마 내용을 밝히고 여성 주인공 이름도 바꾸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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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설강화 드라마 홍보 기사.
▲JTBC 설강화 드라마 홍보 기사.

JTBC는 30일 “‘설강화’에 대한 입장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억측과 비난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재차 입장을 전한다”며 “현재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 정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편화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며 “물론 이는 정제되지 않은 자료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제작진 책임”이라고 밝혔다.

우선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가 연기하는 여성 주인공 ‘영초’ 이름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이름이 민주화 운동가였던 천영초씨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천영초씨 이야기는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냈던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책 ‘영초 언니’에 수록돼 있다. 이 책은 서명숙 이사장이 ‘고대신문’ 학보사에서 일했을 때 4년 선배였던 천영초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1970년대 중후반 운동권 학생으로 1979년 4월 서 이사장과 함께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연행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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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고초를 당한 인물을 여성 주인공으로 삼고, 간첩 설정인 남성 주인공과 러브라인을 만드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JTBC는 드라마 주인공들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설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JTBC는 “극중 캐릭터 이름이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하다”며 “하지만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여주인공 이름은 수정하겠다”고 전했다.

▲JTBC 설강화 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
▲JTBC 설강화 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대해 JTBC는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 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전했다.

JTBC는 “설강화 극 중 배경과 주요 사건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이라며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JTBC는 입장을 통해 남파 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고 이들은 각각 자신들이 속한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했다. 이와 같은 캐릭터들이 안기부에 대한 비판 관점을 부각시키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간첩 활동이나 안기부가 미화된다는 지적도 설강화와 무관하다”는 것.

JTBC는 “이 시간 이후부터는 미방영 드라마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정사실인양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수많은 창작자를 위축시키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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