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온라인 주식거래시스템(HTS·MTS)상 뉴스플랫폼에 ‘주식 리딩업체’ 광고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기사 꼬리표를 달았지만 내용은 리딩업체 광고로, 그간 불법 리딩방 문제와 사기 사례를 비판해온 언론사들이 리딩업체를 홍보하며 무분별한 수익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식 리딩’이란 사설 유사 투자자문으로, SNS 등으로 투자자들을 모아 자문료를 받고 주식매매 종목이나 시점을 안내하는 행위다. 기존에 문자메시지나 스팸메일로 횡행하던 것이 지금은 오픈카톡방을 비롯한 단체 대화방에 확산했다. 

문제는 주식리딩방에서 사기 피해가 속출한다는 점이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허위·과장광고를 해 유료가입하게 만든 뒤 투자 손실을 안기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초심 개인투자자 피해자가 양산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식리딩방 합동 점검에 나서는 등 집중 단속하고 있다.

언론도 줄곧 불법·사기 리딩방 문제를 지적해왔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29일 “‘수익률 95%’… 허위·불법 일삼는 ‘불법주식 리딩방’ 해결책은”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데일리는 지난해 12월 “불법 온상된 주식리딩방… 금융당국 ‘무인가·미등록 영업 48건 적발’” 보도로 단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스핌은 지난해 7월 “금감원 경고 비웃듯 ‘주식리딩방 활개’..‘종목 추천 들어갑니다’”로 리딩방 문제 심각성을 짚었다.

▲불법·사기 주식리딩방 문제를 지적한 기사 제목 갈무리
▲불법·사기 주식리딩방 문제를 지적한 기사 제목 갈무리

정작 주식투자자들은 리딩방 실상을 알려온 언론사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투자자 A씨는 “증권사가 운용하는 HTS의 뉴스플랫폼에서 투자한 종목 소식을 매일 체크하는데, 긴급한 기사인줄 알고 클릭해보니 리딩업체 광고여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리딩방 위험을 경고하는 기사를 쓰면서 뒤에서는 이렇게 돈을 받고 광고해도 되는 건가”라며 “사기 리딩 업체도 많은데 과연 검증은 하고 올리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증권사와 언론사·대행사 설명을 종합하면, 증권사는 언론사들에 일정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고 HTS 내 뉴스플랫폼에 시황 뉴스를 게시한다. 투자자들은 여기에서 종목별 뉴스를 확인하고 주식 거래에 참고한다. HTS(Home Trading System)란 투자자가 온라인으로 시황을 확인하고 주식을 사고 파는 시스템으로 모바일 버전은 MTS다. 증권사별로 영웅문(키움증권), 나무(NH투자증권), 1Q(하나금융투자), 뱅키스(한국투자증권), POP(삼성증권), 카이로스(미래에셋대우) 등이다. 

▲키움증권의 모바일 증권거래시스템(MTS)앱 내 종목뉴스 검색 결과.
▲키움증권의 모바일 증권거래시스템(MTS)앱 내 종목뉴스 검색 결과.

언론사는 리딩업체에 일정 대가를 받고 HTS상에 기사형 광고를 내는 거래를 한다. 주로 대행사를 매개로 이뤄지는데, 한 대행사에 따르면 리딩업체 HTS·MTS 송출 건당 최소 10만원 안팎을 지불한다. 일반 기사에 덧붙이는 ‘링크’의 경우, 리딩업체가 한 달에 500만원 안팎 금액을 내면 언론사가 자사 기사에 광고 링크를 상시 노출하는 방식이다.

해당 플랫폼은 초심 주식투자자에 대한 영향력이 큰 만큼 검증된 정보가 실려야 하지만, 실상은 언론사들이 자사 ‘바이라인’으로 낸 사설 리딩 업체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30일 키움증권이 운영하는 HTS 영웅문의 종합시황뉴스란을 보면, 장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반 뉴스 외에 ‘폭등’ ‘임박’ ‘대박’ 등을 키워드로 한 제목의 기사가 다수 게시됐다. 

▲30일 키움증권 HTS(영웅문) 시황뉴스 플랫폼에서 전체뉴스를 대상으로 ‘임박’ 키워드로 검색했다.
▲30일 키움증권 HTS(영웅문) 시황뉴스 플랫폼에서 ‘대박’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화면.

일례로 헤럴드경제와 뉴스핌이 이날 낸 “○○○○대 호재! 관련주 폭등 임박!”이란 제목의 기사는 “신청해주셨던 분들 단 1일 만에 30% 수익 달성했다. 무료체험 신청해주신 모든 분들 축하드린다”며 “이제는 마지막이다 생각하라. 이 기회마저 놓치면 접으셔야 한다”고 밝혔다. 본문 중간엔 리딩방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링크를 달았다.

30일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급등’ 키워드로 키움증권 HTS(영웅문)에 검색된기사 가운데 “급등테마!!” 등 자극적 제목을 단 광고성 기사는 61건에 이르렀다. ‘대박’과 ‘임박’ ‘폭등’ 자극적 단어를 내세운 광고성 기사는 32건이었다.

“세계최초 1000% 수익률 폭등임박! 1000원대 바이오주”(머니투데이) “반등 강하게 터집니다! 히든종목 입수!”(파이낸셜뉴스) “4월 폭등입박! 바이든 인프라 수혜주 적극 공략시기”(이데일리) “급등 임박 종목! 카톡방에서 무료로~”(한국경제) “미 FDA 긴급승인!! 바이오황제주 하락장에서도 올라갑니다”(아시아경제) “안정적 재무구조 뽐내는 자사주매입 기업…주가흐름도 양호!”(서울경제) 등이 이날 게시됐다.

다수 언론사는 본문 끝무렵에 책임을 피하는 문구를 덧붙였다. 뉴스핌은 “본글은 투자 참고용으로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해당 홍보용 기사는 뉴스핌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는 “이 기사는 인포머셜이다.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커머셜(Commercial)의 합성어로 스폰서가 제공하는 정보로 꾸며진 상업성 콘텐트”라고 했다. 아시아경제는 “본 내용은 아시아경제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정보 제공자에게 있다”고 했다.

▲다수 언론사는 리딩방 기사형 광고 본문 끝무렵에 책임을 피하는 문구를 덧붙였다.
▲다수 언론사는 리딩방 기사형 광고 본문 끝무렵에 책임을 피하는 문구를 덧붙였다.

언론사들은 이들 기사를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 뉴스페이지에 전송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기사를 등록하지만, 개별 검색해야만 발견할 수 있고 메인화면 등에 노출되진 않는다.

기자 바이라인을 단 일반 증권 기사에 리딩방 호객 문구와 링크를 심어놓는 경우는 더 많았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HTS에서 30일 리딩업체를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는 찾지 못했으나, 다수 기사가 일반 기사 중간이나 하단에 ‘딱 10명만 드립니다’ ‘[무료체험]’ ‘또 바라만 보다 놓치실 건가요?’ 등 문구의 링크를 5~10개 붙였다.

증권사도 무분별한 기사형 광고에 대한 관리 책임이 적지 않다. 조선경제는 30일 “외국계 순매도 금액 상위 20선”이란 제목의 기사를 노출했지만, S증권사의 HTS는 본문을 가린 뒤 “언론기사와 유사한 형식으로 유사투자자문 및 개인 증권전문가가 제공하는 상업광고의 가능성이 높아, 검증되지 않은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해당 기사의 본문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일부 증권사는 자사가 운영하는 HTS 뉴스플랫폼에서 홍보성 기사를 엄격하게 모니터링한다.
▲일부 증권사는 자사가 운영하는 HTS 뉴스플랫폼에서 홍보성 기사를 엄격하게 모니터링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언론사와만 계약을 맺는다. 기사형 광고나 본문의 링크는 모두 언론사들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 책임에는 “광고 링크가 기사본문보다 많다거나 문제 키워드가 기사 내에 반복되면 필터링하고, 그 외에 독자가 직접 키워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모니터링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고성 기사나 링크 노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언론사와 계약 범위 내에서 HTS상 기사를 관리한다.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필터링 또는 수동으로 문제 기사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뉴스핌과 헤럴드경제, 한국경제 등 언론사 측에 광고기사 송출 과정과 언론사 책임 범위를 문의했다. 헤럴드경제 관계자는 “해당 광고형 기사 또는 기사형 광고는 마케팅국 소관으로, 유사 투자자문업체가 전달한 보도자료를 HTS로 송출하면, 일정한 대가를 지불받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다른 언론사들은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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