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지난 1월 포털 검색제휴 합격 매체 명단에 독특한 이름이 있었다.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멸종위기종과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 기사가 홈페이지 전면에 보였다. ‘매체소개’란에는 “지구가열화를 야기하는 기후악당과는 비즈니스 제휴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었다. 언론은 넘쳐나고 광고는 부족한 시대, ‘기후 악당 기업’ 광고를 거부하겠다는 이례적인 선언이었다. 

‘뉴스펭귄’은 그린포스트코리아의 자매 매체로 2017년 멸종위기 전문매체를 표방하며 창간했다. 언론 불모지로 꼽히는 인스타그램에서 3만 구독자를 확보하는 등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뉴스펭귄의 김기정 대표를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뉴스펭귄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기정 대표는 KBS, 국민일보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그린포스트코리아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뉴스펭귄 김기정 대표.
▲ 뉴스펭귄 김기정 대표.

- 멸종위기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언론은 생소하다.
“지구가열화가 지속되는 바람에 사과의 주산지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간다는 건 다들 안다. 하지만 지구가열화로 인해 우리나라 해안지방 상당수가 물에 잠긴다고 하면 잘 안 믿는다. 우리가 모토로 삼고 있는 멸종위기종은 훨씬 더 상황이 어렵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든 수치, 데이터, 기호의 나열이 아니라 누구나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동물 이야기로 접근해보자는 취지다. 동물에 대해 살펴보면서 멸종위기종에 대해 알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게 우리의 의도다.”

- 매체 이름은 어떻게 정하게 됐나.
“매체 이름 덕에 호감도가 높아졌다. 펭수의 반사효과를 보기도 했고, ‘뽀통령’도 펭귄이라 친근감이 있다. 펭귄은 두 가지 의미다. 멸종됐거나 멸종의 벼랑 끝으로 몰린 동물을 상징한다. 펭귄이 남극에 많다고 생각하지만 17종 가운데 11종이 멸종됐거나 멸종위기다. 또 하나는 ‘퍼스트펭귄’(first penguin)이라는 의미가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 위기를 무릅쓰고 달려나가는 이를 말하는 표현이다.”

- 언론에 광고, 협찬은 중요한 요소인데 ‘기후악당 기업과는 비즈니스 제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이 인상적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기후악당에 해당할 텐데 어떻게 할 거냐는 얘기를 듣곤 한다. 내부적으로 기후 악당을 정하는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고, 예외 없이 적용한다는 원칙이 있다. 향후에는 주기적으로 기후악당 기업 명단을 공표할 계획도 갖고 있다. 회사 경영 측면에서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광고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뉴스펭귄 비즈니스 제휴 정책.
▲ 뉴스펭귄 비즈니스 제휴 정책.

- 매체 소개에 ‘인간도 멸종위기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은 그물처럼 얽혀있다. 이 그물망을 생물 생태계라고 부른다. 그물망 안에서 각각의 생명체들이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로 역할을 맡아 공존한다. 우리가 흔히 천적 관계라고 말하는 게 공존 관계다. 이 관계에서 한 개체수가 폭증하거나 급감하면 생태계의 그물망이 파괴된다. 하나의 생태계의 고리가 끊어지면, 멸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간만이 살아남게 되는 고립기가 올 거라는 전망이 있다. 비관적인 견해로는 100년 안에 인류가 멸종위기종이 될 거라는 얘기도 있는데 그만큼 멸종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이다.”

-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가 인식의 척도가 된다. 지구가 지금 달아오르고 있는데 온난화라고 하면 아지랑이 정도 수준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기사에서 온난화 대신 가열화, 고온화를 쓰고 있다. 온난화라는 건 지구 온도 상승 속도에 비해서는 한가하고 안일한 용어다.”

- 이 외에 기성 언론이 쓰고 있는 문제적 표현은 무엇이 있나.
“‘친환경’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상당수는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이다. 기업이 환경친화적이라고 위장해놓은 것들에 언론은 여과 없이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석탄을 친환경 포장재에 담아서 배달하면서 ‘친환경’이라고 하는 식이다. 언론이 이를 보도할 때 주의 깊게 가려냈으면 한다.”

▲ 뉴스펭귄 김기정 대표.
▲ 뉴스펭귄 김기정 대표.

- 멸종위기종 관련 기사 가운데 인상적인 사례는 무엇이 있나.
“광화문 교보 빌딩에 대형글판이 있다. 지난해 11월말부터 2월 말까지 김종삼 시인의 시 ‘어부’에서 발췌한 글귀를 내걸면서 낚시꾼이 바다에서 고래를 낚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배경으로 썼다. 하필 멸종위기종인 혹등고래였다. 환경단체가 이를 문제 제기한 것을 취재하고, 교보문고측에 입장을 물었다. 교보문고측은 ‘표현의 자유로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멸종위기종을 낚는 모습을 광화문 한복판에 걸어놓고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면 멸종에 대한 감수성이 대단히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환경 현안 기사도 적극적으로 쓰는 것 같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려는 금융사들을 적극 취재했다. 시민단체로 구성된 ‘탈석탄 네트워크’에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려는 금융사들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우리는 금융사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투자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상당수 회사들이 발을 뺐는데 우리 매체 보도로 인한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본다.”

▲ 뉴스펭귄 인스타그램 페이지 화면.
▲ 뉴스펭귄 인스타그램 페이지 화면.

- 소셜미디어에는 동물에 대한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선 동물에 대한 기사가 관심이 높다. 치타가 멸종위기에 몰렸다는 점을 소개한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왜 강하고 빠른 치타가 멸종위기에 놓였는지 궁금해하면서 읽게 유도했다. 이슬람의 부호들이 치타를 애완용으로 키우면서 밀렵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들은 호응을 얻고, 멸종 위기종에 대한 고민을 던지기도 한다.”

- 인도네시아 동물원에서 탈출하다 사살당한 수마트라 호랑이를 다룬 기사도 있다.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이라 이 문제를 다뤘다. SNS에서 한 독자가 호랑이의 입장에서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라는 짧은 댓글을 써 반향이 있었다. 우리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영장류는 야생에 있어야 할 다른 동물을 가두고 죽이고, 유희의 도구로 만들고, 절멸 상태로 내모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야생에 있어야 할 수마트라 호랑이를 유희의 도구로 만들어놓았기에 벌어진 참사라고 생각한다.“

- 멸종위기종도감 섹션이 따로 있다. 
”멸종위기종도감을 전담하는 그래픽 기자가 따로 있다. 그 기자가 다양한 자료를 검색한다. 자료 조사 후에 멸종위기종, 취약종 등을 구분해 콘텐츠로 만든다. 향후에는 이 도감을 교육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도감만 골라보는 독자들도 있다.”

▲ 뉴스펭귄 멸종위기종 도감 갈무리.
▲ 뉴스펭귄 멸종위기종 도감 갈무리.

-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내놨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2016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5년이 흘렀다. 지난해 말에서야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를 UN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려고 한다. 항공산업을 어떻게든 줄여서 항공운송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는 역행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정부 목표를 믿고 싶다. 믿게 만들려면 정부가 훨씬 더 강하게 정책을 밀고 가야 한다. 당장 기업에 피해가 있다고 해서 우리의 미래와 바꿀 수는 없다. 탄소중립에 대한 정부 목표는 더 높아져야 하고 가속화돼야 한다.” 
 
-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플라스틱병에 라벨 떼고 버리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100년 뒤에 멸종돼도 나와는 상관 없잖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하는 작은 노력이 기후위기를 막을 것이라는 각성이 필요하다. 또한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왜 정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멸종을 저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지 않느냐고 물어야 한다. 생활 속에서 환경 파괴를 막는, 기후위기 재촉을 저지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목소리들을 모아 정부를 움직이게 하고 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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