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공직을 이용한 투기사범 전원에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검찰청에 최근 5년 동안의 부동산 투기 사건을 전면 재검토해 필요 시 직접 재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전국 500여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공직자 투기 범죄는 구속수사하기로 했다. 신문들은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을 망라한 특단의 조치이지만 정작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법조계 우려 목소리를 전했다.

대검은 30일 전국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총력 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검찰은 특히 공직자와 가족, 지인 관련 투기 사건에 집중해 최근 5년 간 처분한 사건을 재검토하고, 필요시 검사가 직접 재수사하기로 했다. 공직자 투기범죄는 전원 구속 수사와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일반인의 경우도 기획부동산처럼 반복적 투기사범은 구속수사하고 벌금형 액수를 높이기로 했다.

▲ 3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3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 지시에 따른 방안이지만, 신문들은 그럼에도 검찰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사 실마리인 ‘작은 수사’는 대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 속하지 않는 까닭이다. 경향신문은 “공직자 부패나 대규모 기업형 투기를 찾아내려면 농지법·주택법·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작은 범죄’부터 뇌물·횡령 등 ‘큰 범죄’까지 연속적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작은 범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수사권을 대폭 제한한 상황에서 정부가 검찰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수도권 지역의 한 검사장 말을 빌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전담수사팀을 만들면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투기 사범 전원 구속하라는 방침도 일단 혐의가 소명돼야 법원에 영장 청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3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의 경우 법률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첨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 요인”이라고 했다.

▲ 31일 한국일보 5면
▲ 31일 한국일보 5면
▲ 31일 경향신문 3면
▲ 31일 경향신문 3면
▲ 31일 동아일보 6면
▲ 31일 동아일보 6면

중앙일보는 “이미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 중이라 손대기가 어려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 이외의 지점에서 직접수사의 근거를 찾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반면 보궐선거에선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이 앞다퉈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박 후보는 “공공 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을 고집하지 않겠다. 공공 민간 참여형으로 하겠다”며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선언했고 오 후보는 나아가 “취임 뒤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며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재건축’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할 경우 실익이 낮은 공공재개발은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현재까지 선정된 서울 지역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24곳이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모두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내걸어 순탄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 31일 한국일보 2면
▲ 31일 한국일보 2면

한국일보는 “누가 새 시장이 돼도 규제완화 카드를 꺼낼 게 분명하기 때문에 민간 재개발의 사업성이 부쩍 높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반면 국회는 지난해 12월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 우선분양 전환 기준을 완화해 다주택 세대에도 분양 길을 터줬다. 선착순 입주자 자격을 ‘무주택 임차인’에서 사실상 ‘세대원 중 무주택자가 있는 경우’로 바꾼 것이다.

일본 ‘역사지우기’ 교과서 사설로 비판한 신문들

내년부터 일본 모든 고등학생이 배울 역사 교과서 12종 중 단 한 곳만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언급했다. 모든 교과서엔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주장이 실린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2년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 신문들은 이 사실을 1면에 보도하고 사설을 내 직접 규탄하기도 했다.

▲ 31일 한겨레 1면
▲ 31일 한겨레 1면
▲ 31일 경향신문 1면
▲ 31일 경향신문 1면

모든 신문이 일본의 ‘역사 지우기’ 교과서 소식을 지면에 올린 가운데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는 1면에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머리기사로 내놨다. 검정을 통과한 역사총합, 지리총합, 공공 등 3개 사회과목 교과서 30종 모두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담겼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도 다수 포함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2018년 ‘다케시마와 센카쿠열도,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영토’라고 가르치도록 한 학습지도요령에 따른 것이다.

역사총합 교과서 12종 가운데 단 1종이 유일하게 ‘위안부’ 강제성을 언급했는데 그나마 부분적으로 서술했다. 야마카와 출판사는 일본·조선·대만 여성들이 “강제됐거나 속아 연행된 예도 있다”고 했다. 나머지는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에 보내졌다”등 강제성을 빼거나, 아예 ‘위안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인정하고 역사 교육을 통해 잊지 않겠다고 선언한 ‘고노 담화’를 무시한 처사”라고 보도했다. 한국 외교부는 30일 오후 주한 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고, 교육부도 시정 촉구 성명을 냈다.

그동안 일본사는 선택과목이었는데, 앞으로 일본의 모든 고등학생은 이 역사총합 교과서로 역사를 배워야 한다. 서울신문은 1면에서 “앞서 바뀐 초·중학교 교과서에 이어 초·중·고 전체 과정을 통틀어 영토를 왜곡화고 우경화 색채가 짙은 과거사를 가르치는 교육체계가 완성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사실상 초중고교생 모두 왜곡된 영토 교육을 받게 됐다”며 “내년 고교 2, 3학년 사회과 교과서 검정이 있는에 예외 없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기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31일 조선일보 12면
▲ 31일 조선일보 12면

조선일보는 12면 하단에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입각해 역사를 기술한 일본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도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며 “지난번 심사에 불합격했으나 이번에 통과,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 31일 세계일보 사설
▲ 31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을 내 “일본도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조치가 진정한 한일관계로 나아가는 밑거름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이것이 여성에게 가해진 씻을 수 없는 전쟁범죄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와 사회는 이 역사적 진실을 미래 세대에 분명히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침략의 과거사를 긍정하는 교과서가 학교현장에서 통용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한겨레·한국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획

신문들은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기획 보도를 냈다. 서울신문은 1면과 2면에 5년 전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뒤 미군 복무중인 리앤 위스로를 인터뷰했다. 서울신문은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전역된 변 전 하사와 달리 위스로는 미군의 얼굴인 공보담당 부사관이자 차별방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며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강제전역 취소 소송에서 사법부가 전역 처분을 바로잡고 국방부도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31일 서울신문 1면
▲ 31일 서울신문 1면
▲ 31일 서울신문 2면
▲ 31일 서울신문 2면

위스로는 2010년 ‘이언’이란 남자 이름으로 일리노이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트랜스젠더 입대를 허용하자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절망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미군은 이미 입대한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허용했지만 추가 입대를 불허했다. 지난 1월 새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야 ‘금지 조치’가 풀렸다.

한겨레는 1면에서 20학번 대학생 하울씨를 인터뷰했다. 하울씨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16년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알게 된 뒤 정체성을 드러낸 뒤 “모든 평범한 공간들이 망가지기” 시작한 경험과 변 하사에 대한 기억을 얘기했다. 하울씨는 “검정고시나 대학을 준비하는 게 학력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 청소년기에는 사회화될 수 있고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밀려났다는 경험 자체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또래들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집에만 있게 되고, 고립된 상황에서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그럴 때 누구라도 손을 내밀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 31일 한겨레 10면
▲ 31일 한겨레 10면

한국일보는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기획보도 3부 가운데 끝으로 지난달 24일 세상을 등진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이자 정치인 김기홍씨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회원 물·메이씨를 인터뷰해, 아이가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뒤 진단을 받고 수술을 거쳐 성별정정을 하기까지 여정을 담았다.

▲ 31일 한국일보 10면
▲ 31일 한국일보 10면
▲ 31일 한국일보 10면
▲ 31일 한국일보 10면

한편 국민일보는 이날 30면 종교(기독뉴스) 면에 트랜스젠더 혐오 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 등 이름의 성소수자혐오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성전환은 일종의 망상” “진료경험상 성적 혼란은 치유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등의 혐오 발언을 기사화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