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보고서는 한국 뉴스 수용자 특성으로 ‘편향적 뉴스 이용’을 꼽았다. 한국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40개국 평균인 28%에 비해 16%P 높다. 터키, 멕시코, 필리핀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로 매우 낮았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명명한 ‘해장국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 3월2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준일(48) 뉴스톱 대표는 저널리즘 신뢰도 추락 책임이 독자와 정치에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서로를 절멸 대상으로 바라보고 저주를 퍼붓는 거대 양당정치에 지지자와 언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정치문화와 저널리즘을 퇴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승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정치문화가 공고하다. 이기고 지는 것만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됐다”며 “정치 목적이 상대편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 지지자들도 상대를 절멸하는 것을 최선의 가치로 생각한다. 정치 저널리즘 초점도 승패에 맞춰진다”고 비판했다.

▲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지난 3월26일 서울 중구 뉴스톱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지난 3월26일 서울 중구 뉴스톱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최근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비판했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나타나는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에 ‘민주당의 무능과 오만’을 비판했다. 성한용 한겨레 기자가 해당 글을 인용 보도하는 등 동의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명박·박근혜 시절로 돌아가자는 거냐’는 비판도 거셌다.

“민주당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글이다. 한국사회의 정치양극화, 천사·악마화는 극심하고 오래된 문제다. 그래도 민주당이 과거 승리한 사례를 보면, 핵심 지지층 외 민주당 가치에 동의하는 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 지금은 이 과정이 사라졌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고 그걸 따르지 않으면 ‘적폐’라는 논리가 주류다. 이는 중간에서 고민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선거는 ‘나쁜 놈’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다. ‘싫은 놈’을 떨어뜨린다. 옳음과 나쁨이 이성이라면, 좋고 싫음은 감정이다. 과거 민주당에 표를 줬다가 현재 고민하는 사람에게 국민의힘은 ‘나쁜 놈’이고 민주당은 ‘싫은 놈’이다. 민주당은 감정의 영역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있다. 한때 민주당을 지지했던 이들이 왜 민주당을 싫어하나 생각해보면 ‘무능과 오만’이 있다고 봤다.”

- ‘문재인 정부가 다 잘못한 것이냐’는 지지자들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다 잘못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일례로 부동산의 경우 이 정부 들어 아파트값이 2배가 됐다. 전 정권 탓을 할 게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사과하고 대안을 내놨어야 했다. 그러나 실기한 측면이 있다. ‘설득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여당이었다가 야당으로 가려는 이들에게 ‘이명박·박근혜 시절로 돌아가자는 거냐’, ‘오세훈 찍으면 탐욕이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설득되지 않는다. 내 글에 화낼 수 있지만 그런다고 민주당이 승리하는 건 아니다. 현재 여당에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수그려야 한다. 뒤늦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사과했지만 더 빨랐어야 했다.”

- 언론이 서울시장 후보 검증에서 여당에만 엄격하다는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권과 양쪽 지지자 모두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야기한다. 보수진영에서는 공영방송이 민주당 이야기만 한다고 억울해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모든 언론을 적폐로 규정한다. 민주당만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쪽에 기본적으로 피해의식이 깔려있다. 현재 국면에 민주당이 불리하다 보니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분노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악의적으로 민주당을 비난하는 언론사도 있지만 필요한 지적을 하는 언론도 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언론 탓만 하면 선거에 이길 수 있을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내년 대선까지 언론 탓만 할 것인가? 선거에서 남 탓을 하면 질 수밖에 없다. 설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 최근 코로나19 보도 관련 토론회에서 백신의 정쟁화와 음모론을 비판했다.

“한국 언론이 백신 국면에서 보도를 더 못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래 하던 대로 했다. 모든 사안을 정쟁화하는 언론 아닌가? ‘OO의 정쟁화’에 아무 단어를 넣어도 통용되듯 말이다. 하지만 백신 이슈는 정쟁이 되기에 너무 중차대한 문제다. 백신 수용률을 높여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건 우리의 공동선이다. 정쟁을 지양해야 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키워드 중심으로 언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백신’이라는 단어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단어는 ‘문재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기사가 늘면 백신 기사도 늘고, 백신 기사가 늘면 문 대통령 기사도 늘었다. 매우 강한 상관관계다. ‘백신과 정은경’, ‘백신과 질병관리청’ 상관관계를 압도하는 수치다. 미 언론에서도 ‘바이든’과 ‘백신’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국민의힘에 큰 책임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먼저 맞으라’던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백신을 접종하니까 이제 ‘백신 보릿고개인데 대통령이 먼저 맞고 있다’고 힐난한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인가.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는 60대 이상 노인들이 많다. 그분들은 백신 수용성이 떨어진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같은 사람이 국익과 지지자를 위해 먼저 맞아야 했다. 그랬다면 국민의힘이 온건하고 상식적 정당으로 인식됐을 것이다.”

- ‘솔루션 저널리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기보다 그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제안이었다. 단순히 속보 전달에 심혈을 기울일 게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역을 하고, 백신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긴 호흡의 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경쟁적으로 보도됐다. 이와 비교하면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는 언론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독자들과 시민사회에서 사망 속보 경쟁에 우려를 표하고 비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언론도 여론 압박을 반영해 신중한 보도를 보였다.”

2001년 경향신문에 입사한 김 대표는 2011년 퇴사했다. 미국으로 떠난 그는 2012년 오클라호마대 박사 과정을 밟은 뒤 4년이 지나 귀국했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지켜보며 “한국 저널리즘이 사람들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지” 회의했다.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 저널리즘 영속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한국 저널리즘의 대안을 찾기 위해 유학길을 떠났다.

- 미국 저널리즘은 무엇이 달랐나?

“막상 가보니 별 것 없었다.(웃음) 다만 한국 저널리즘에 혁신이 없는 이유는 망하지 않아서라는 걸 알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미국 언론사 상당수는 파산하거나 망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생존을 위한 새로운 고민과 도전이 커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의 대형 언론사 가운데 망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어떻게든 버티고만 있다. 기업들은 광고 효과를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언론사에 보험성 광고를 넣는다. 반면 미국 기업과 시장은 아주 냉정하다. 영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 답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뉴스톱을 창간한 이유다. 일종의 저널리즘 생존 실험이다. 어뷰징하지 않아도, 연예인 가십 기사를 쓰지 않아도, 좋은 저널리즘이 한국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가 어떻든 한국 저널리즘에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 왜 ‘팩트체크’ 매체인가?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산다. 언론은 하루에도 너무나 많은 기사를 쓴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속보는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긴다. 독자들은 어떤 정보가 맞는지 헷갈린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판단해주는 매체가 있다면 그 매체가 ‘저널리즘 해독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정답이다’까진 아니어도 팩트체크가 저널리즘 신뢰를 제고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 ‘팩트체크’에 독자들 지갑이 쉽게 열릴 것 같진 않다.

“독자 지갑을 열게 하는 건 열정과 분노다. 나쁜 놈을 잡아야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지갑을 연다. 반면 팩트체크는 분위기를 싸하게 한다. 우리편이 이야기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하면 사람들은 차가워진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말했지만, 독자들은 ‘해장국 언론’을 원한다. 사이다 같은 언론을 원한다. 그러나 사이다만 먹어서 살 수 있나? 양식(糧食)도 먹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팩트를 따지는 뉴스도 소비해야 한다.”

- 매체 대표로서 경영에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지금은 적자다. 부족한 부분은 사재로 메우고 있다. 매체가 좋은 기사를 쓰려면 사람이 늘어야 하고 급여도 안정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뉴스톱은 후원모델로 나아가야 한다. 팩트체크 매체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뉴스톱이 한국 민주주의와 언론 생태계, 정치·사회 환경을 건전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언론 구독 모델은 ‘얼마를 내면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식의 넥플릭스 모델과는 다르다. ‘이 매체가 잘돼야 우리 사회가 잘된다’는 가치에 대한 투자다. 창간 4년이 되어가는데 본격적으로 후원자들을 모집할 생각이다. 우리가 어느 정도 신뢰는 쌓았다고 판단한다.”

- 기자협회보 기고를 통해 “포털은 뉴스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했다. 어떤 의미인가?

“신뢰는 ‘관계’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독자와의 신뢰 관계가 없다. 저널리즘 신뢰도가 압도적으로 낮은 이유인데 나는 포털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포털은 언론 입장에선 생계 문제다. 독자 신뢰 문제와 포털을 이야기하는 많은 언론학자나 분석가들은 ‘밥벌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언론 문제 출발점은 밥벌이다. 돈을 벌기 위해 언론사가 모든 재원을 포털에 쏟아붓고 있다. 덕분에 포털은 쓰레기 기사 향연장이 되고 있다. 내용이 없는데도 제목으로 낚시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실시간검색어로 어뷰징하면서 페이지뷰(PV)를 높여 수익을 챙긴다. 10매짜리 기사 하나도 2~5개로 쪼개 똑같은 내용을 반복 전송한다. 이런 폐해는 근본적으로 밥벌이 때문이다. 언론은 포털에 완벽하게 종속됐다. 포털에 콘텐츠 제휴를 하지 않는 매체도 포털에 들어가려고 하지 판을 깰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승적으로 포털이 뉴스에 손을 떼라고 제안한 것이다. 한국 저널리즘이 엉망진창이 된 데 대한 책임은 절반 이상 포털에 있다. 백신 속보 경쟁도 마찬가지다. 포털이 허위정보를 걸러내든지, 덜 노출되게 하든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럴 거면 언론이 각자 품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손을 떼라는 것이다.”

▲ TBS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씨(왼쪽)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 TBS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씨(왼쪽)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 언론의 정파성과 이중잣대, 오보 인정에 인색한 태도를 비판했다. 언론 정파성과 관련해 ‘김어준 저널리즘은 언론불신 시대의 증표이며 진중권 저널리즘은 언론실종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은 다 적폐이자 기레기’라는 사고방식을 갖는 이들이 ‘김어준 저널리즘’에 열광하고 있다. 기존 저널리즘이 이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론불신 시대의 증표’라고 표현했다. ‘진중권 저널리즘’은 정확히 말하면 ‘진중권 인용 저널리즘’이다. 진중권 전 교수가 공적 인물이지만 높은 공직의 인물은 아니다. 그런데도 ‘진중권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에 그치는 보도가 태반이다. 발언 해석이나 분석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에 관한 언론 책임과 역할은 비어있다. 언론이 실종된 것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남의 입을 빌려 보도하는 행태를 ‘언론실종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꼬집었다.”

- 언론 정파성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정파적 보도 문제는 하루 이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다만 우리편 아닌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매우 강해졌다. 언론 스스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양당 시스템에서 우리 정치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 승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정치문화가 공고하다. 이기고 지는 것이 모든 가치 기준이다. 정치 목적이 상대편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 지지자들도 상대를 절멸하는 것을 최선의 가치로 생각한다. 정치 저널리즘 초점도 승패에 맞춰진다.”

-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언론 개혁을 하려면 정치 제도를 바꿔야 한다. 양당제 국가일수록 저널리즘 양극화가 심하다. 미국과 한국이 대표적이다. 반면 다당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내각제의 경우 타 정당 손을 잡아야, 연정해야 집권이 가능하다. 이번 재보궐 선거도 단일화하면 이길 수 있다는 공식을 기반으로 단일화 기사만 쏟아졌다. 정책은 뒷전이다. 총체적 국력 낭비다. 저널리즘 본연의 문제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현 정치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정파적 보도 문제는 크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기자질문 : 개헌해야 하나?) 개헌해야 한다. 30년이 훌쩍 지난 1987년 체제를 이제 바꿔야 한다. 낡은 시스템은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 민주당이 20대 외면을 받는 이유는 그들 욕구를 받아들이지 못해서다. 우리편이면 결사옹위, 운동권 문화,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으로는 복잡한 갈등을 조정할 수 없다.”

- “김어준은 저널리스트다”라는 글도 썼다. 그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비판적이다.

“시사저널이나 시사IN 언론인 조사를 보면, 그는 이미 영향력에서 2위 언론인이다. 많은 이들이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보지 않는데 난 거기에 문제의식이 있다. 김어준은 이미 저널리스트다. 저널리스트로 인정해야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프로듀서로서 김어준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사실상 전권을 쥐고 방송을 이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한다. 그는 감각적이고 재밌으며 사람들을 통쾌하게 한다. 기획 능력에 있어서 탁월하다.”

- 어떤 점에서 비판적인가?

“김어준은 언더에서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온 인물이다. 언더와 오버그라운드 문법이 충돌하기 마련이다. 언더와 오버 사이 조율에 실패하고 있다. 유튜브 ‘다스뵈이다’와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정체성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혼재돼 있다. 일례로 정의기억연대 사태에서 비판 받은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 같은 음모론은 원래 다스뵈이다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2012년 대선 선거부정 음모론, 세월호 고의침몰설 등 그의 언더그라운드 정체성이 공영방송 진행자라는 오버그라운드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는 음모론에 사과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파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김어준의 선거부정 영화 ‘더 플랜’을 틀어놓고 극찬 방송을 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사회적 폐해는 막심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김어준과 그를 진행자로 기용하고 있는 TBS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 서울시장 야권 후보들은 TBS 뉴스공장 편향성을 지적하며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퇴출을 주장하기도 했다. 찬성하나 반대하나?

“매우 부적절하다. 모든 프로그램이 똑같은 규격으로 제작될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면 될 일이다. 심각한 문제가 확인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징계하거나 자체적으로 시정해야지 폐지를 주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없애버리겠다는 건 언론통제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이다. TBS가 진보와 보수, 혹은 진보진영 내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TBS는 굉장히 좋은 방송사다. 다만, 과도한 김어준 의존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 같은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강택 TBS 대표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 좋은 프로그램이 여럿 생겼지만 이 부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지난 3월26일 서울 중구 뉴스톱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지난 3월26일 서울 중구 뉴스톱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지난해 저널리즘토크쇼J 신년방송에 출연해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방송 등에도 저널리즘 원칙에 기반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언론의 상호 비평은 더 늘어야 한다. J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주로 분석하다 보니 ‘조국 옹호’로 비치고 있다는 점, J가 다뤘던 소재가 조중동 비평에 치우쳐 있다는 점, 유시민·김어준의 언론 영향력이 높기 때문에 비평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실제 유시민 이사장의 알릴레오 방송은 조국 사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였다. 이 문제도 짚어야 한다는 고언이었다. 또 손석희 앵커가 진행했던 JTBC ‘뉴스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이 장자연 사건 증인으로 윤지오씨를 인터뷰하며 그의 몸집을 키웠다. 이후 각종 물의를 일으킨 윤씨는 현재 인터폴 수배 상태다.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그를 띄운 것은 주류 언론이었다. 이들 언론에 ‘우리 쪽에 불리한 것 아닌가’라며 침묵해버리면 답이 없다. 잘못은 잘못대로 인정해야 좋은 비평 아닌가.”

- 시청자와 독자를 탓하지 않는 현상도 비판했다. 독자 책임이 있다는 건데, 김 대표가 생각하는 ‘수용자 책임’은 무엇인가?

“현재 뉴스 소비자는 원하는 것만 듣는다. 나아가 그런 방식을 언론에 요구한다. 정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다. 언론 불신이 높은 이유에 언론 책임이 크다. 그러나 언론 탓만 있을까? 해장국 언론만 찾는 독자와 국민 탓은 없는가? 언론 잘못이 30%라면 마찬가지로 30%는 독자 탓이다. 30%는 정치 탓이다. 공동 책임이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소비자 영향력 밸런스가 깨졌다. 유튜브는 구독자 영향력이 너무 크다. 자극적이고 정파성이 강화하고 있다. 끊임없이 ‘문재앙 탄핵’을 외치거나 ‘검찰개혁’만 외치는 곳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 다른 목소리가 안 나오다 보니 여론 양극화가 심해진다. 이들 영향력이 작으면 모르겠지만 정당도 휘둘릴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반면 주류 언론은 소비자 영향력이 너무 작다는 문제가 있다. 언론사 재원 구조를 보면 거의 다 기업광고, 협찬이다. 구독수입은 매우 낮다. 언론사 불매운동을 벌여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차별성 없는 언론도 문제지만, 기성 언론에 대한 소비자 영향력이 더 높아져야 한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찬성인가?

“기본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전 기업에 도입해야 한다. 법무부가 처음에는 기업에 전부 적용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다 빠지고 언론만 남았다. 공익관점에서 도입할 것이라면 모든 기업에 적용해야 한다. 이 제도 도입에 관한 한국기자협회 고민은 잘 알지만 엄살이 과하다. 김영란법 사례를 보면, 언론인들은 ‘이제 취재원에게 밥만 얻어먹어도 잡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취재원 관계 등 실제 개선된 점이 분명 있다. 징벌적 손배제 부작용은 보완하면 될 일이다. 다만 정부가 언론을 상대로 징벌적 손배제 절차를 밟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 제도는 언론 대응이 어려운 약자를 위한 제도이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부를 위한 입법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탄압의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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