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미디어 산업의 새 주류로 떠올랐지만 관련 거버넌스가 여전히 정립되지 않고 있다. 각 정부 부처들이 각자의 과제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을 컨트롤타워가 바로 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통해 OTT 산업 진흥을 위한 ‘최소규제’ 및 ‘대형화 촉진’ 원칙을 밝혔다. 콘텐츠·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돕고, 1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OTT 등 신유형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석달 뒤엔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중심으로 국무조정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OTT 정책협의회’를 꾸렸다. 부처 간 정책 조율과 협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현재까지는 관련 부처들의 개별 대응만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방통위가 방송기반총괄과에 OTT 정책협력팀을 신설한 가운데, 과기정통부는 그해 9월 방송진흥기획과에 OTT 활성화지원팀을 만들었다. 문체부의 경우 지난 3월 방송영상광고과 내에 OTT 콘텐츠팀을 신설했다.

OTT에 대한 법적 지위 규정은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OTT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역무’로, OTT사업자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했다. 과기정통부는 명확한 법적 지위를 통해 영화, 방송 등 콘텐츠 제작에 대해 이뤄지는 세액공제 등 정책 지원을 OTT 사업자에게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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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지상파방송, 유료방송 등 기존 방송 서비스와 OTT를 포괄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20년간 유지되면서 새로운 미디어 형태를 담지 못하는 지금의 방송법 대신 새 틀을 짠다는 취지다. 지난해 방송제도개선 추진반은 공영방송과 공공서비스방송을 분리하고, 실시간과 주문형 콘텐츠를 나눠 방송과 OTT 플랫폼을 분리하는 방안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방통위는 이 틀을 중심으로 OTT에 대한 법적 정의를 마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OTT 사업자에게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책무나 기금 부담이 돌아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체부도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문체부가 진흥·규제 권한을 갖는 영상산업을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으로 확장해 OTT를 포섭하는 내용이다. 방송 채널 중심의 ‘방송영상콘텐츠’, 정보통신망 중심의 ‘온라인영상콘텐츠’를 포괄하는 ‘영상미디어콘텐츠’ 개념을 정립하는 방향이다. 이와 별개로 문체부 차원에서는 OTT 영상물 등급을 사전심의가 아닌 사업자의 자체 분류로 매길 수 있는 ‘자율등급제’ 도입을 위해서 영화·비디오물진흥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각 부처가 관할 법안에 OTT 규정을 추진하는 동안, 범부처 OTT 정책협의체의 역할에 대해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1차 회의 직후엔 관련 부처가 동상이몽을 보였고 양보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최근 비공개로 진행된 2차 회의와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부처 간 조율이 도출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측은 ‘부처 간 힘겨루기’ ‘주도권 다툼’ 등의 프레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OTT) 산업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기존 제도를 개선할 부분이 다방면에서 나온다. 문체부 관할의 산업과 너무 관련성이 많으니 대응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는 OTT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방송정책 주무부처로서 전체 미디어 정책의 틀을 변화된 글로벌 환경에 맞춰가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OTT 업계에서는 규제 기관 중심으로 분절된 행보가 반복되는 모습이 답답하다는 심경을 전하고 있다. 부처간 교통정리가 원활하지 않아 지난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 포함된 진흥 정책 등이 힘 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국내 통신·OTT 업계의 경우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와의 역차별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다만 이희주 한국OTT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문체부나 방통위, 과기부 모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다보면 부딪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주체가 3개 부처간 영역을 명확히 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 미디어 상황을 인식하고 어떻게 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키우고 ‘K-콘텐츠’를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먼저여야 한다”며 “평시라면 각 부처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해도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미디어 주권상실의 위기’다. 대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26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공동으로 후원하는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진흥포럼’이 출범했다. 포럼 정례회의에서 이뤄진 논의 내용은 미디어 업계 진흥정책 수립 등을 위한 정책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범정부 OTT 협의체 논의에도 활력이 붙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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