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김 실장은 그가 주도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틀 전 서울 청담동 자신의 아파트 전셋값을 약 14% 올려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하루 만에 교체됐다. 임대차법에선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금 인상 폭을 5%로 제한했다. 김 실장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지만 일부 언론은 반복되는 ‘내로남불’을 지적했고, 일부 언론은 개혁을 위한 신호탄에 기대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 등으로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고, 정부·여당도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로 얻은 부당이득을 소급해 환수하겠다고 했다. 소급환수에 대해 ‘과잉입법’ ‘위헌 가능성’이란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일부 언론에선 공직자들 투기가 심각하다며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과잉입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첫 TV토론이 29일 있었다. 30일 신문들이 전한 토론회 주요 내용을 보면 박 후보는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문제 검증에 초점을 뒀다. 오 후보 발언 중에 강조된 내용은 신문마다 달랐다. 

▲ 30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 30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김상조 경질…조선 ‘위선의 퇴장’ 한겨레 ‘신뢰회복 해야’

김상조 실장은 전셋값 인상 이유에 대해 석연찮은 해명을 내놨다. 그가 사는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 전세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청담동 전세값을 올렸다고 했지만 예금이 14억원 이상 있어 자금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실장에 대한 지적은 비슷했지만 이번 현상을 두고 각 신문들은 주목하는 지점이 달랐다. 

조선일보는 현 정권 주요인사들의 반복되는 위선에 집중했다. 1면 톱기사 “공정을 외친 위선의 퇴장”에서 “이 정부 청와대에서 다주택 처분을 거부하고 그만둔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직보다 집’, 김의겸 전 대변인의 흑석동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진 바 있다”며 “여권에서조차 작년 12월 김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을 당시 문 대통령이 코로나 지원금 등을 이유로 경질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김 실장은 그간 청렴한 이미지로 알려져 왔다”며 “참여연대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했고, 진보적 경제학자로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2017년 6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국회 청문회에 참석할 때는 30년 이상 됐다는 낡고 해진 가죽 가방을 들고 와 주목을 받았다”고 김 실장의 기존 이미지를 강조했다. 

▲ 30일 국민일보 만평
▲ 30일 국민일보 만평

 

같은면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기사를 함께 실었다. “文, 농지투기 단속 말했지만…본인 땅은 3억 상승”에서 “문 대통령이 ‘영농 경력 11년’을 적어 지난해 4월 경남 양산시 지산리 농지를 샀고, 이후 대지로 형질 변경을 통해 수억원대 차익을 거뒀다”며 “또 문 대통령의 처남은 경기도 성남시 그린벨트가 수용되면서 47억원의 토지 보상 차익을 거뒀고, 지금도 인근 지역 그린벨트에서 묘목을 심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 “이번엔 정책실장 부동산 내로남불, ‘정의로운 척’ 더는 못 보겠다”에선 “이 정권 사람들은 자신들은 정의롭고, 공정하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잡았다”며 “알고 보니 뒤로는 전혀 다른 면을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의로운 척’ ‘공정한 척’ ‘선한 척’ ‘청렴한 척’ 행세하는 것만이라도 그만뒀으면 한다”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김 실장을 내보내고 부동산 적폐청산을 이어갈 현 정부에 집중했다. “‘부동산 적폐 청산’ 동력 꺼질라…빠른 경질로 개혁 의지 강조”에서 신중한 인사 스타일의 문 대통령이 이번엔 왜 사표를 즉각 수리했는지를 다뤘다. 이 신문은 “앞서 문 대통령은 LH직원들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열흘 만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도 수용한 바 있다”며 “인사 문제에 신중한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에서만큼은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문 대통령의 부패 청산 선언, 부동산 정의 출발점 돼야”에서 “비록 늦었지만, LH사태가 터진 올해를 부동산 투기와 적폐를 끊는 원년으로 만들려는 전방위적 총력전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사설에선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임기 말 공직 기강을 세우고 국정을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3면 톱기사 ‘문 대통령 “야단맞을 건 맞아야” 성난 부동산 민심에 자세 낮춰’란 기사를 통해 성난 민심을 헤아리고 개혁의지를 보인 문 대통령을 부각했다. 해당 기사와 함께 ‘부동산 부패청산’이 적힌 마스크를 쓴 문 대통령 사진기사를 실었다. 사설에선 “김상조 실장 경질이 청와대 참모들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부동산 정책 신뢰를 되찾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30일 한겨레 만평
▲ 30일 한겨레 만평

 

부동산 투기 부당이득 소급환수 과잉입법인가

문 대통령은 29일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범법 행위를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재산등록 의무 대상을 공직자 전체로 넓히고 부당이익을 소급해 몰수하기 위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신문은 반대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 1면 톱기사 “100만 중하위 공무원 재산등록 날벼락”에선 “모든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반발 내용을 전했다. 

정치면 기사에선 투기이익 소급몰수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논조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헌법 13조 2항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와 형법 1조 1항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는 규정을 인용하며 “‘투기 행위’ 당시의 법률에 처벌 조항이 없는데 사후에 법을 만들어 소급 처벌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몰수 대상 토지의 부당이득 가액과 시점 등이 특정돼야 하지만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신문에 “여론을 의식해 ‘디테일’도 없이 ‘센 대책’만 마구 내놓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비교적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차분하게 살펴보면서 실효성 있는 투기방지 대책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를 끊을 천재일우의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 해법은 어떤 부당이득도 환수하는 ‘무관용’과 백년대계를 만드는 ‘제도화’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에는 “LH의 투기이익을 추징·환수할 수 있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과 부동산 투기 예방·근절의 완결판이 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 30일 한겨레 사설
▲ 30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공직자 불법 투기이익 ‘소급 환수’ 반대 명분 없다”에서 “일부 보수언론은 이에 대해 과잉입법이라고 반대하고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편다”며 “헌재 판례를 보면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해 박탈하는 소급입법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원칙상 위헌소지가 크지만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분명하면 소급입법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이런 국기문란 행위를 차단하는 것은 소급입법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공익상 사유로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소급 환수 대상은 불법행위로 투기이익을 얻은 공직자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과잉입법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첫 TV토론서 박영선, 내곡동 땅 문제 집중공략

다음은 29일 MBC에서 진행한 두 서울시장 후보간 TV토론 관련 기사 제목이다. 

조선일보 ‘朴 “내곡동 땅 측량현장에 안갔다? 吳의 거짓말” 吳 “1인당 10만원 지원금? 무슨 재원으로 줄건가”’
동아일보 ‘박영선 “吳처가, 주택용지도 받아”…오세훈 “시민 속이는 거짓말”’
서울신문 ‘“내곡동 말 바꾸기” “文정부 몹쓸짓”…박영선·오세훈 첫 TV토론 격돌’
한겨레 ‘오세훈 “측량 안 갔지만 기억 앞에 겸손”…박영선 “핵심은 거짓말”’
한국일보 ‘朴 “내곡동, 보상금 외 용지 특별분양 받아” 吳 “처가 재산 정확히 몰라, 기억 앞에 겸손”’

▲ 30일 한국일보 선거면 사진기사
▲ 30일 한국일보 선거면 사진기사

 

각 매체가 뽑은 오 후보 관련 발언은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박 후보는 내곡동 땅 문제를 강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박 후보는 “오 후보 처가는 36억5000만원 토지 보상금 이외 추가로 받은 게 있느냐”고 물었고 오 후보는 “없다”며 “장인장모님이 받았는데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대응했다. 박 후보는 “SH 답변서를 보면 보상금 이외에도 단독주택 용지를 특별분양 받았다”고 추궁하자 오 후보는 “처가 재산을 어떻게 자세히 알겠느냐”고 말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측량 현장 참석 여부를 묻자 오 후보는 “16년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며 “기억 앞에 겸손하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본질은 어디로 가고 측량하는데 갔느냐로 초점이 옮겨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오 후보가 박 후보를 검증한 내용도 전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의 ‘1인당 재난지원금 10만원 지급’ 공약에 대해 “1조원을 마련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 후보는 “서울시 결산 잉여금 1조3500억원이 있다”고 답했다. 

오 후보는 천안함 사건 관련 박 후보 과거 입장을 물으며 “그땐 왜 다른 이유를 댔냐”고 지적했고 박 후보는 “합참에서 데이터를 비공개로 제공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오 후보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한 부분에 대한 공방도 전했다. 박 후보는 “당시 무상급식으로 인해 보궐선거가 열렸다”며 오 후보를 보궐선거 원인제공자라고 지목했다. 오 후보는 “성추행에 의한 보궐선거와 똑같다는 말이냐”고 받아쳤다. 

두 후보는 30일 오후 10시 두 번째 TV토론에 참여한다. 이날 토론은 KBS와 MBC에서 중계하고 이수봉 민생당 후보까지 3자토론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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