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소수자 편견이 심한 지역 LGBT의 수명 12년 짧아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 결혼과 LGBT 권리에 대한 법과 제도가 큰 변화를 겪고 있지만 동성애 수용에 대한 일반 여론은 국가, 종교, 경제 발전 정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서유럽과 미국은 동유럽,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동, 아프리카에 비해 그 수용정도가 높았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지 찬반으로 양분되어 있는 양상이다.

종교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생활 태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신앙심이 강한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동성애에 대한 수용 정도가 낮았다. 정치적 성향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대체로 보수층은 진보층보다 동성애 수용 정도가 낮았다. 국가의 경제력 영향도 컸다. 일반적으로 부유하고 발전된 경제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동성애 수용도가 높았다.

위와 같은 사실은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02~2019년 동안 실시한 비교조사 연구 결과 밝혀졌다(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0/06/25/global-divide-on-homosexuality-persists/). 조사는 2019년 5월13일부터 10월2일까지 34개국에서 3만8426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34개국 전체의 52%는 동성애가 사회에서 수용되어야 한다고 답했고 34%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동성애의 사회 수용에 대해 반대 53%, 찬성 44%로 찬성이 9%p 높았다.

34개국 가운데 16개국은 다수가 동성애가 사회에서 수용되고 있다고 답했다. 스웨덴은 그 지지율이 94%에 달했다. 그러나 중부 및 동부 유럽 국가의 경우 동성애 지지가 46%, 반대가 44%로 찬반이 엇비슷했다. 미국은 서유럽과 남미 일부 국가에 비해 동성애 수용 정도가 가장 낮았다.

위의 기간 동안 많은 나라에서 동성애에 대한 수용지지 정도가 두 자리 숫자만큼 증가했다. 남아프리카는 21%p, 한국은 19%p(25%에서 44%로 증가), 인도는 22%p 증가했다. 특히 멕시코와 일본의 경우 동성애 수용도가 조사자의 절반 정도였으나 18년 후에는 70%에 달했다. 케냐의 경우 2002년에는 동성애 수용도가 1%였으나 같은 기간 동안 14%로 늘었다. 이 조사에서 국가별로 동성애 수용 정도는 나이, 교육, 수입,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많은 나라에서 젊은 층의 동성애 수용 정도가 높았다. 3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22개 국가의 젊은이들은 노년층에 비해 동성애의 사회적인 수용을 훨씬 높게 지지했다. 한국의 경우 연령층에 의한 태도 차이가 매우 컸다. 16~29세의 젊은층 79%가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고 밝힌 반면 50대와 그 이상의 연령층의 지지는 23%에 그쳤다. 일본의 경우 18~29세의 지지는 92%, 50대와 그 이상 연령대는 56%였다. 한국 세대 간의 차이 56%p는 일본의 36%p보다 20%p 높았다.

한국 연령, 성, 정치 성향, 신앙심 등에서 차이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들의 동성애 수용 정도가 남성에 비해 높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그 차이가 없었지만 12개 국가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그 차이가 컸다. 즉 지지도가 여성은 51%였고 남성은 37%에 그쳤다.

교육의 정도에 의한 차이가 컸는데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수용정도가 높았다. 그리스의 경우 중등 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의 지지도는 72%, 그 이하 교육 수준의 사람은 42%였다. 한국의 경우 51%, 35%로 나타났다.

경제적 수입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동성애 수용 정도가 높았다. 이스라엘의 경우 고소득자의 52%가 지지한 것에 비해 저소득자는 33% 수준에 그쳤다. 일인당 국민 소득이 5만 달러가 넘는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는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동성애 수용도가 가장 높았다. 국민소득이 낮은 나이지리아, 케냐, 우크라이나는 20% 정도만이 동성애에 긍정적이었다.

한국은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67%가 동성애 수용에 찬성한데 비해 보수는 28%에 그쳤고 중도는 51%였다. 한국은 진보 보수의 동성애 수용 정도가 두 배 이상 높아 그 차이가 조사 대상국가 가장 컸다. 진보와 보수의 격차가 큰 경향은 미국, 폴란드에서 확인됐고 진보와 보수의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는 호주, 독일, 영국이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17년 동안 수용도가 증가했지만 정당지지자들의 차이가 컸다. 민주당 지지층은 85%가 수용 의사를 밝힌데 비해 공화당 지지다들은 58%에 그쳤다. 유럽에서 스페인이나 폴란드, 헝가리의 경우 우익 성향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LGBT가 자신들의 권리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고 있다.

신앙심이 깊지 않은 사람들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경향이 높았다. 34개 국가가운데 25개국에서 일상생활에서 종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동성애 수용도가 높았다. 한국의 경우 신앙심이 깊지 않은 사람들은 동성애에 대해 51%가 찬성했고, 신앙심이 깊은 경우 찬성비율은 13%였다. 이스라엘은 62%, 22%, 체코 65%, 27%였다.

나이지리아는 그리스도교 신자의 6%, 이슬람교 신자의 8%만이 동성애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53%, 이스라엘의 이슬람교 신자는 17%가 동성애에 대해 지지했다. 한국의 경우 기독교 24%, 불교 31%가 긍정적인데 그쳤다.

성적 소수자가 선천적이라는데도 동성애 혐오가 여전한 이유는?

성적 지향 즉 게이, 레즈비언 등은 선택이 아닌 선천적이라는 메시지는 1985년 미국인 20%만이 수긍하다가 2015년에는 47%로 늘어났다(이는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2015년 발표했다). 이런 메시지는 오늘날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어 정치, 사회적으로 이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전향적 제도를 만드는 근거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성적 지향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조차 동성애 혐오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져 인간의 가치 판단이 다양한 논리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민족이 선택 사항이 아닌 것을 아는 사람이  인종 차별주의자가 되는 것과 엇비슷한 현상이다.

이런 사실은 미국 테네시 대학 패트릭 그르잔카 조 교수 등이 남녀 대학생 645명을 대상으로 성적 지향성과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의식 조사를 실시해 ‘대학생들은 게이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데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동성애 혐오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2016년 1월 과학전문지에 발표하면서 밝혀졌다(Patrick R. Grzanka, Katharine H. Zeiders, Joseph R. Miles. Beyond “Born This Way?” Reconsidering Sexual Orientation Beliefs and Attitudes..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2015; DOI: 10.1037/cou0000124 / University of Tennessee at Knoxville. "'Born this way' beliefs may not be the key to reducing homophobia." ScienceDaily. ScienceDaily, 4 January 2016. /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1/160104163657.htm).

조사에 응한 대학생 두 그룹은 남녀학생으로 구성된 379명, 여학생만으로 구성된 266명을 나눠 먼저 LGBT의 선천적 요인 등 성적 지향에 대해 질문하고 이어 성적 소수자에 대한 가치판단을 측정하는 질문을 한 뒤 이를 통계처리 했다.

그 결과 대학생 대부분은 성적 지향이 자연적 현상이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게이가 되면 이성애자등과 매우 다르게 인식된다고 믿고 있고 이런 믿음은 결국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성애적 성향이 강할수록 동성애 혐오도 강해 동성애 등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동성애 혐오를 감소시키는데 제한적 역할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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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혐오 개인적 믿음 가치관의 소산, 사회적 개선 노력 필요

이에 대해 그르잔카 조 교수는 ‘동성애 혐오는 자연과학적 지식에 의한 개인적 믿음에 의해 항상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개인적 믿음, 즉 고정관념화 되어 있는 가치관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LGBT 공동체가 이성애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비합리적인 일부 사회적 가치관을 개선토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르잔카 조 교수는 “성적 소수자가 되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라는 논리만으로 동성애 혐오를 감소시키기 충분치 않다‘며 ’동성애 혐오 현상이 약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고정관념화 되어 있는 가치관을 공략해야 한다. 이런 가치관에는 성적 지향의 자연적 기원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성적 소수자의 권익을 위한 논란이 벌어질 때 ‘선천적 기질’이라는 과학적 연구에 바탕을 둔 답변은 가장 강력한 옹호 수단이 되면서 동성애 결혼 합법화, 의료 혜택 제공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LGBT 차별을 해소할 결정적 무기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성적 지향은 타고난 것으로 변경 불가하다는 인식은 동성애 혐오에 사로잡혀 있던 일부 과학과 정치, 법체계 등이 큰 영향을 미쳐 성적 소수자들을 이성애자로 변경시키려던 과학자, 종교인, 심리학자등의 견해를 수정하도록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과학적 지식의 영향력이 가치관을 바꿀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성적 지향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이나 믿음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시키는 것으로 ‘소신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생물학적으로 성적 소수자의 정체성을 규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수잔나 D 월터스(수잔나 D. 월터스 교수는 1999년 펴낸 『이미지와 현실사이의 여성들』이라는 저서에서 TV와 영화  등 미디어 속의 여성은 실재 존재하는 여성의 모습을 반영한다기보다 남성의 욕망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하며 여성 관객은 이렇게 대상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드이스턴 대학 교수는 성적 소수자가 선천적으로 태어났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한다. 개개인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성적 지향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야지 그것을 시민 권리 차원에서 공론화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https://www.huffingtonpost.com/entry/born-this-way-sexual-orientation_us_56ba4b59e4b0b40245c465f0).

월터스 교수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도는 노예, 집단 학살, 인종차별주의에서처럼 극악한 정치적 노림수로 악용됐다’면서 ’사람들이 성적 정체성이 생물학적인 측면이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동성애 혐오라는 믿음을 동반하는 것이다. 즉 이들은 어떤 측면에서 게이는 비정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터스 교수는 이어 동성애를 생물학적으로 이해해야하느냐 하는 논란 자체가 문제인데 그것은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어느 누구도 이성애자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듯이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람들이 인과관계를 살필 때는 이미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LGBTQ 사회적 낙인과 따돌림, 차별 속 정신적 스트레스 심해

미국 성 소수자(sexual minority)(성소수자는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 퀴어 등 이성애자를 제외한 모든 성적 지향을 포함한다)의 1/4은 자살을 시도하거나, 영국의 젊은 게이나 양성애자는 늙은 게이나 양성자에 비해 자살이나 자해 행위를 6배나 더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이 심한 지역에 사는 LGBT의 수명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12년이 짧았다.

미국 산디에고 주립대학 존 아이어스 교수 등은 미국인 청소년 성소수자 16,000 명을 대상으로 한 ‘2015년 미국 청소년 위험행동 조사’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성 소수자 25%가 조사 실시 한해 전에 최소 한 번의 자살을 시도했으며 이는 이성애 청소년의 자살 시도 6%보다 4배가 넘는다고 2017년 6월 과학전문지에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http://inmagazine.ca/2017/12/study-reveals-one-four-lgbtq-teens-attempt-suicide/).

미국 청소년 1만6000명 가운데 89%가 자신을 이성애라고 밝혔고 2%가 동성애, 6%가 양성애, 3%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 분명치 않다고 답변했다. 전체 LGBTQ의 40%는 자살을 고려했고 35%는 자살을 계획했으며 25%는 자살을 시도했다. 양성애 청소년이 자살을 고려한 것은 46%로 나타나 위험이 가장 높았다.

이는 이성애 청소년의 15%가 자살을 고려했고 12%가 자살을 계획했으며 6%가 자살을 시도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10대 레즈비언은 동년배 이성애 경우보다 자살 시도가 두 배에 달했다. 게이는 이성애 청소년보다 자살 시도가 4배였고 양성애 청소년은 이성애 청소년보다 5배 였다.

LGBTQ 자살의 위험이 높은 원인은 언어적, 육체적  괴롭힘을 경험하고 학교에서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낙인과 따돌림,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것 등이 지적됐다. 특히 가족이나 동료의 부정적인 태도도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녀들과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대화를 해야 하고, 부모자식간의 열린 대화와 수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자녀들의 정신적 고통이나 고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자 등에 대한 괴롭힘 방지하는 법 제정 등 사회적 노력 필요

한편 영국의 26살 이하 게이와 양성애 남성의 자살과 자해 시도는 같은 성적 지향인 45세 이상 남성의 6배에 달하며 우울증과 분노 등은 두 배에 달한 것이란 조사 결과 등을 런던 위생 및 열대 의학 학교 포드 힉슨 교수가 2016년 4월 과학전문지에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Ford Hickson, Calum Davey, David Reid, PeterWeatherburn, Adam Bourne. Mental health inequalities among gay and bisexual men in England, Scotland and Wales: a large community-based cross-sectional survey. Journal of Public Health, April 2016 DOI: 10.1093/pubmed/fdw02 / 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Young gay, bisexual men six times more likely to attempt suicide than older counterparts." ScienceDaily. ScienceDaily, 26 April 2016. /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4/160426215435.htm).

영국에서 거주하는 16세 이상의 게이와 양성애 남성 5799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분노, 자살 시도와 자해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연령, 인종, 수입과 교육 등이 정신 건강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게이와 양성애 남성은 백인들 보다 우울증은 두 배, 자살 시도는 5배가 많았다. 소득이 적은 계층의 남성은 우울증과 분노, 자살시도, 자해 행위를 더 많이 했다.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은 상당한 정도의 교육 수준이 있는 남성에 비해 여러 조사 항목의 수치가 두 배 이상이었다.

게이와 양성애 남성 고령층의 자살 시도가 적은 것은 이들이 동성애 혐오, 차별, 소외 등에 대해 적절히 잘 대처하고 있거나 젊은 층이 괴롭힘을 훨씬 더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동거하는 것은 긍정적인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남성 파트너와동거하는 남성은 우울증에서 게이와 양성애 독신 남성보다 50%가 적었다. 또한 런던에서 거주하는 남성의 경우 여러 항목에서 비교적 양호했는데 이는 런던이라는 도시의 게인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아 소외나 차별이 다른 곳에 비해 덜한 것 때문으로 해석됐다.

한편 미국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강한 공동체에 사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들은 편견이 적은 공동체에서 사는 경우보다 12년 정도 수명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편견을 줄이면 성적 소수자의 수명이 연장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마크 하첸부엘러 교수는 1988~2008년까지의 미국 사망 기록부에 수록된 2만1045명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4%가 동성애 관계로 나타났다는 등의 연구결과를 과학전문지에 2014년 2월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Mark L. Hatzenbuehler, Anna Bellatorre, Yeonjin Lee, Brian K. Finch, Peter Muennig, Kevin Fiscella. Structural stigma and all-cause mortality in sexual minority populations. Social Science & Medicine, 2014; 103: 33 DOI: 10.1016/j.socscimed.2013.06.005 / Columbia University's Mailman School of Public Health. "LGB individuals living in anti-gay communities die early, study shows." ScienceDaily. ScienceDaily, 15 February 2014. /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02/140215122534.htm).

이들 성적 소수자 가운데 편견이나 차별이 심한 지역에 사는 성적 소수자의 78%가 생존하고 있는데 비해 차별 등이 심하지 않은 지역에 사는 성적 소수자는 92%에 달했다. 편견, 차별 등의 차이로 인한 수명이 12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원인은 자살, 살인, 폭력 심장병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LGBT 응답자들 가운데 편견이 심한 공동체에 사는 경우 자살을 하는 평균연령이 37.5 세인데 비해 편견이 적은 지역에 사는 경우는 55.7세였다. 살인과 폭력으로 인한 사망은 편견이 심한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3배가 높았다. 또한 편견이 심한 지역 사망자 가운데 심장 혈관 질환으로 인한 것이 25%, 그렇지 않은 지역이 18.6%였다.

이상과 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 소수자 등에 대한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 제정, 학교에 게이와 이성애가 같이 모이는 동아리 활성화, 시민권리, 인권보호 강화 방안 등이 제기됐다. 게이에게 낙인찍는 부조리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생명, 자유, 행복을 추구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성애 합법화 조치이후 성적 소수자 자살 시도 14% 감소

미국에서 동성애 합법화 조치이후 전체 교생의 자살 시도가 7% 줄어들었고 게이, 레즈비언이나 양성애 청소년의 자살시도는 14% 감소했다.

이런 사실은 미국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줄리아 라이프만 박사 등은 763,000 명의 고교생을 상대로 실시한 동성애 결혼 합법화와 청소년 자살률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2017년 2월 20일 발표하면서 밝혀졌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The JAMA Network Journals. "State same-sex marriage policies associated with reduced teen suicide attempts." ScienceDaily. ScienceDaily, 20 February 2017.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7/02/170220134759.htm /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17/feb/20/drop-in-teenage-suicide-attempts-linked-to-legalisation-of-same-sex-marriage).

연구팀은 미 정부 당국이 1999-2015년 실시한 청소년행동에 대한 연구 결과를 활용해 동성애 결혼을 허용한 정책이 실시되기 전후 미국 32개 주 전체 고교생의 자살 시도와 동성애 결혼 합법화 조치가 없었던 미국 15개 주의 고교생의 자살시도 변화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모든 고교생의 8.6%, 성적 소수자에 속하는 고교생 231,413 명의 28.5%가 동성애 결혼 합법화 정책이 시행되기 전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동성애 합법화 정책이 실시된 주의 모든 고교생의 자살 시도가 0.6% 감소했는데 이는 그 전해 자살 충동을 보고한 성적 소수자 고교생의 7%가 감소한 것을 의미했다. 감소 효과는 성적 소수자인 청소년층에 집중됐는데 이는 매년 자살 충동을 느끼는 청소년이 134, 000명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성애 결혼 합법화 조치가 청소년의 자살률 감소로 이어진 것은 합법화 조치가 청소년 사이의 성적 소수자라는 부정적 생각을 감소시키면서 자살 시도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그런 조치가 부모, 교사, 청소년들의 동료 사이에서의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면서 성적 소수자 청소년의 경험을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성적 소수자 학생들이 스스로 불안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에 회의를 느낄 때 동성애 결혼 합법화 같은 법적 보호 조치가 제시 되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에 적극 적응하려는 태도를 갖게 만든 것으로 설명했다.

동성애 결혼 합법화 이유 - 평등권, 행복 추구권 추구는 당연

성적 소수자의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동성애 결혼 합법화 조치는 네덜란드가 2,000년 최초로 취하면서 그 후 십여 년 동안 20여개 국가가 그 뒤를 따랐다. 네덜란드 의회가 결혼 관련법을 개정하면 동성애자의 결혼과 이혼 및 자녀 입양 권을 부여하는 취지는 당시 관련법에 한 문장으로 정리됐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 결혼은 서로 다르거나 같은 성을 가진 두 사람의 계약에 의해 가능하다(https://www.usnews.com/news/best-countries/articles/2017-11-15/where-same-sex-marriage-has-been-legalized-around-the-world).

20세기 후반 동성애자들이 합법이 아닌데도 결혼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동성애나 이성애 결혼이 법률적으로 평등하다는 인식과 정치적 견해가 확산되었다. 그 결과 2021년 3월 현재 29개 나라가 동성애 결혼을 전국적으로 또는 일부 지역에 합법화했다.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애 결혼이 행해지고 있지만 합법적으로 인정될 법적 장치가 없다. 하지만 동성애 결혼 합법화 문제가 정치, 사회, 종교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국가 수는 증가 추세다.

북미와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게 동성애를 합법화 했다. 이스라엘과 아르메니아는 자국아 아닌 외국에서 한 동성애 결혼은 합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동성애 합법화는 다양한 방식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즉 의회에서 결혼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법원이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에 기초해서 판결하거나 또는 국민투표에 의한 방식이 그것이다. 동성애 결혼의 인정은 많은 국가에서 정치, 사회적, 종교적 이슈가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동성애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며 아이들이 생물학적 부모에 의해 양육될 권리가 박탈되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파괴한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동성애 결혼의 합법화에 대한 이유는 모든 인간이 평등해야 한다는 법리나 행복 추구권 등의 논리로 뒷받침되고 있다. 동성애 결혼 합법화가 이뤄지면 상속, 분만 등의 의료 제도 혜택 부여 등의 법적 혜택이 제공된다.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을 경우 결혼으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법적 혜택이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 – 수천 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의회는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면서 ‘결혼은 인간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로 동성애자라 해서 이런 제도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많은 국가에서는 동성애 결혼 합법화 조치를 취한 뒤에도 정치, 사회적인 불평등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애자의 군 복무와 승진 등에 차별을 두지 않는 조치를 취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후퇴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해 미국의 성 소수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양성 평등은 남녀의 평등이고 성 평등은 성적 소수자도 포함한 모든 사람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 개신교 단체를 중심으로 ‘성 평등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논리’,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 개신교 단체 등은 성평등 법 제정,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정책에 반대하면서 충남인권조례 폐지와 EBS <까칠남녀> 패널인 은하선 작가의 하차를 요구를 했었다(오마이뉴스 2018년 2월10일). 한국의 정치권은 성소수자 권익 보호 입법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교계 등의 근거 없는 주장과 반대에 대해 유권자의 눈치를 살피는 천박한 계산법에서 탈피해 열린사회, 평등한 사회를 만든다는 책임감을 앞세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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