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사에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댓글을 단 것에 모욕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25일 모욕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6년 2월 자동차 전문지 소속 기자가 작성한 “우리에게 ‘독’이 아니라 ‘득’이 되는 MDPS”라는 제목의 기사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재되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후 이씨는 모욕죄로 기소됐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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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과 2심은 ‘기레기’라는 댓글을 모욕죄로 판단해 벌금 3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기레기’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2심을 깨고 ‘기레기’라는 댓글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레기’라는 글이 모욕적 표현이더라도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정에 기초하고 있고 그 표현도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기레기’라는 말이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임은 인정했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이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을 펼칠 수 있도록 댓글란을 마련했고 이씨는 댓글란을 이용한 것이며 그 의견이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MDPS(자동차 조향 장치)에 안정성 논란이 많은 가운데 해당 기사가 이를 옹호하는 제목으로 게시됐다는 점, 당시 기사가 게재되기 직전 MBC ‘시사매거진 2580’ 등을 통해 MDPS에 부정적 내용이 방송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상당수 독자가 MDPS를 옹호하는 듯한 기사에 비판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레기’가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고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다른 댓글 논조 및 내용과 비교할 때도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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