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일까, 자동차일까. 언론은 자동차라고 말한다. 인명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주목하기보다는 특정 브랜드 차량의 안전성능이 뛰어나다는 식의 홍보성 보도가 줄을 잇는다.

지난해 7월27일 저녁 8시30분경 최동석 아나운서와 방송인 박지윤씨 가족은 화물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화물차 운전자는 역주행을 하다가 사고를 냈고, 경찰 조사에서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나왔다. 지역의 한 통신사가 “○○차량(브랜드 명시)과 2.5톤 트럭 교통사고. 트럭 운전자 1명 구조 등 부상자 5명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이라는 소방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처음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이후 관련 보도는 박씨 가족이 타고 있던 자동차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지윤·최동석 가족 생명 구한 차종”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포함해 “이 차종은 출시 때부터 가족과 안전을 생각하는 운전자에게는 안성맞춤이라고 호평 받았다”며 해당 차의 안전성 기술을 홍보하고 가격으로 끝을 맺는 보도가 나왔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공익적 보도는 온데간데없이 특정 브랜드 차량이 주인공이 된 보도가 쏟아졌다. 비슷한 보도는 100건이 넘는다.

사고 며칠 뒤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 가족이 역주행하던 화물차와 정면충돌하고도 경상에 그쳤다는 뉴스 이후 전시장에 구매 문의가 급증했다”는 자동차 관계자 발언도 실렸다. 당시 자동차 브랜드가 실시간검색어에 오르자 언론은 이목을 더 끌기 위해 일종의 어뷰징 기사를 써댔다. 어뷰징은 어뷰징을 불러왔다. 사고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나 언론은 “박지윤·최동석 살렸다 입소문에”라는 제목으로 해당 차량 판매 대수를 알렸다.

▲ 3월23일 저녁 8시경 네이버뉴스 관련 기사
▲ 3월23일 저녁 8시경 네이버뉴스 관련 기사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가 지난달 자동차 전복 사고를 당하자 우즈가 타고 있던 자동차가 국산 브랜드였다며 이 차량 안전성 기능 덕분에 우즈가 살았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비슷하다. “우즈는 두 다리를 크게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는데요. 우즈가 몰던 차량은 ○○○○이었다”는 보도는 지상파 전파를 탔다. 박지윤씨가 타고 있던 자동차 브랜드와 우즈가 타고 있던 차량 브랜드를 비교 분석하는 보도까지 나왔다.

자동차의 안전성은 피해 유무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인명사고에서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관련 보도들은 과도한 홍보를 쏟아내며 선을 넘기 부지기수였다. 사람들 관심사가 차에 있다고 해도 언론은 특정 브랜드 자동차를 홍보하기보다 사고 발생 자체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리는 게 우선이다.

두 가지를 의심할 수 있다. 특정 자동차를 평가하는 ‘시승기’ 보도는 대중들이 돈을 받고 홍보하는 게 아니냐고 줄곧 비판받지만, 유명인이 타고 있던 사고 차량에 대한 평가 보도는 이런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실검에 오른 자동차 브랜드는 곧 소위 팔리는 키워드이고, 대중의 비판에서 자유롭다. 자동차 회사는 언론 매체 주요 광고주이기도 하다. 한 중앙일간지는 “최근엔 아나운서 박지윤씨 가족이 몰던 차가 정면 충돌사고에도 사람이 다치지 않아 안전성을 입증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며 해당 자동차 회사의 신형 모델이 ‘2020 ○○일보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신은 우즈의 사고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자동차 전문 매체를 중심으로 사고 차량이 주목을 받았다(spotlight)는 보도도 있었지만 정통 매체는 사고 원인과 피해 상황을 전달하는 데 무게를 더 뒀다. 더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병원에서 밝힌 우즈의 상태, 운동선수로서 복귀 가능성, 교통사고 원인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리고 우즈가 타고 있던 차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안타깝다’라고 밝힌 해당 자동차 관계자 입장이 한 줄 들어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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