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을 검증하는 기구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당 추천을 받고 있다. 정치적 논란을 돌파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논란을 야기하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뉴스 알고리즘인 에어스(AiRS)의 배열 원리와 방식, 영향 등을 전문가들에게 공개 검증받는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후 네이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공문을 보내고 ‘알고리즘 검토위원회’(검토위) 준비위원회 구성을 위해 오는 31일까지 위원을 1인씩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모습은 네이버 뉴스 배열이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규제 압박을 받아온 만큼 정치권의 참여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는 2018년 구성된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와는 다른 방식의 논의를 시사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컴퓨터 공학, 정보학, 커뮤니케이션(언론) 등 3개 분야의 전문가들로만 검토위를 구성했다. 

네이버가 정치권 참여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기사배열 공론화포럼’과 비슷한 구성이 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는 앞서 2018년 알고리즘 기사 도입을 앞두고 학계(한국언론학회·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미디어경영학회), 언론사단체(한국신문협회·인터넷신문협회), 시민단체(민주언론시민연합·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당, 이용자 등에 추천을 요청해 기사배열공론화포럼을 구성한 바 있다. 

▲ 2018년 네이버 뉴스배열공론화 포럼 발족식.(왼쪽부터 조승현, 정우현, 송경재, 한석구, 김성철, 김경희, 신민정, 윤철한, 심우민, 김기현).
▲ 2018년 네이버 뉴스배열공론화 포럼 발족식.(왼쪽부터 조승현, 정우현, 송경재, 한석구, 김성철, 김경희, 신민정, 윤철한, 심우민, 김기현).

과거 네이버 기사배열공론화포럼에 참여했던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적 쟁점이기에 정치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정치권이 들어오면서 생산적인 논의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정치권에 위원을 추천하자 정치권의 ‘주도권 싸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치권 중심의 위원회를 역으로 제안했다.

국민의힘 포털공정대책특별위원회는 23일 입장을 내고 “소위 ‘준비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구성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인 여야가 합의한 시간과 방식으로 철저하고 정확하게 검증해야 한다. 네이버는 검증의 대상일뿐 검증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관련 여야 합의안이 마련되고 네이버측이 이를 수용한다면, 카카오측도 같은 방식의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알고리즘 검증에 참여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송경재 교수는 “네이버는 언론을 다루기 때문에 당연히 정치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정치권이 참여하는 논의로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권 출신이 오면 문제를 객관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게 된다.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이 논의해서 결과를 발표하고 그 후에 정치권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오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도 “정치권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 언론과 시민들, 그리고 시민단체 중심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치권 추천을 받으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한 방향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알고리즘은 전문적 영역이기에 전문가 중심 위원회가 바람직하다. 정당에서 학자를 추천하더라도 ‘알고리즘에 밝은 학자’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밝은 학자’가 추천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네이버가 논란이 될 때마다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는 점은 의미 있지만 책임을 외부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있다. 그간 네이버는 알고리즘검토위 외에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뉴스 제휴심사), 기사배열공론화포럼(기사배열 개선방안 도출), 편집자문위원회(편집 공정성 감시), 스포츠이용자위원회(스포츠 기사 배열 감시), 댓글정책이용자패널(댓글 정책개선) 등을 구성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단순히 네이버가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설득하는 위원회가 돼선 안 된다”면서 “지금까지 네이버가 많은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투명하게 논의하지 않았고, 제대로 기록을 남겨놓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카카오 관계자는 “알고리즘과 관련해서는 논문을 공개하고 있고, 미디어자문위원회를 통해 알고리즘 자문도 받고 있다”며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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