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신문이 모두 발간을 중단했다. 미얀마 군부가 모바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플랫폼 접속을 차단해, 시민들은 와이파이에 기대거나 가상 사설망(VPN)을 활용해 정보를 공유한다.

미얀마 내 독립언론 ‘미얀마나우’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스탠다드 타임(San Taw Chain)'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미얀마 내 독립적으로 발행하는 신문은 한 곳도 없게 됐다. 미얀마나우는 이 신문이 “미얀마 타임즈와 더 보이스, 세븐데이 뉴스, 일레븐에 이어 지난달 군부 쿠데타 발발 뒤 운영을 중단했다”며 “미얀마에 마지막 남은 독립신문이 문을 닫으면서 미얀마 정치 상황의 내리막길에서 또 다른 중대 시점을 맞았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8일 미얀마나우와 세븐데이 뉴스, 미지마, DVB(버마 민주의 소리), 킷띳미디어의 면허를 취소, 폐간한다고 발표했다. 보도를 지속하고 있는 미얀마나우는 “이제 수백만의 시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정보 출처로는 온라인 뉴스만 남았다”고 했다.

▲미얀마 현지 온라인 독립매체 미얀마나우 보도 갈무리.
▲미얀마 현지 온라인 독립매체 미얀마나우 보도 갈무리

외신에 따르면 군사정권이 시민 간 소통과 국제사회 정보 확산을 전면 막으려는 조치는 절정에 달했다. 군부는 지난 15일부터 모바일 데이터 사용을 전면 차단했다. 쿠데타 당일와 지난달 15~16일에 이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확산하는 데 따라서다. 2월 초엔 미얀마 내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 접속을 차단해 현재까지 접속이 어렵다.

시민들은 이따금 접속되는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한다. 가디언은 시민들이 VPN(가상 사설망)을 활용해 군부의 접속 제한에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군의 도·감청을 피하기 위해 바이버 등 암호화된 앱을 써서 소통한다. 해외 언론과 국제사회에 현지 상황을 알리기 위해 영어로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군사정권 ‘정보부’는 지난 2월11일 미얀마 언론인 결사체인 미얀마언론협의회에 ‘군사정권’이 아닌 ‘국가행정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보도 방향에도 “국가 비상사태가 정당하게 선포됐다”는 군부 주장을 따르도록 지시했다. 보도 지침을 지키지 않는 매체와 웹사이트는 ‘언론윤리를 위반하고 소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규정했다.

▲미얀마 양곤의 거리에서 시위 중인 시민들이 경찰과 군을 피해 달리고 있다. 사진=미야마 독립언론 이라와디 갈무리
▲미얀마 양곤의 거리에서 시위 중인 시민들이 경찰과 군을 피해 달리고 있다. 사진=미야마 독립언론 ‘이라와디’ 갈무리

현지 언론이 비판 보도를 이어가자, 쿠데타 주동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승인하지 않은 언어를 계속 사용하는 언론사의 면허를 취소할 것”을 선포했다. 이에 미얀마 내 50여개 매체는 반발하며 “정권과 정권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얀마언론협의회 소속 위원 15명은 “동료 언론인의 안전이나 언론윤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임했다.

이후 군부는 현장 기자를 직접 겨냥했다. 지난달 27일엔 5명의 취재 기자를 ‘선동죄’로 체포했다. 군부는 현지 독립 매체인 이라와디를 ‘군부 경시’ 사유로 고소했다. 현재까지 10명의 기자를 고소하고 12명을 재판 없이 구금했다.

한국 언론도 현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 소속 기자가 파견된 언론사는 없다. 한국 기자들은 “교민과의 간접 접촉, SNS를 통해 얻은 정보나 교민의 통신원 기고로 보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기자들은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 통신사 기사와 미얀마나우와 이라와디, 킷띳미디어 등 현지 온라인 독립언론, SNS 계정들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미얀마 언론인협의회 페이스북 갈무리
▲미얀마 언론인협의회 페이스북 갈무리

한편 SNS 플랫폼들은 군부 쿠데타를 선전하는 군부 관련 계정을 폐쇄하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 21일 SNS 규정 위반을 사유로 군부 정보부가 쿠데타 선전에 활용하던 트위터 계정을 정지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6일 미얀마 군부 계정을 차단했고 유튜브는 지난 5일 5개의 군부 소유 계정을 삭제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군부가 모든 민간 발행 신문의 보도를 사전검열하고 면허를 취소하는 등 2011년 이전 관행을 되살렸다며, 1967~2011 군부 정권 당시 개 사육장에 감금하거나 고문하는 등 언론인 박해가 재발할 우려를 지난 15일 표명했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표적 발사하는 등 폭력 진압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 집계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얀마의 폭력 진압에 의한 사망자는 최소 261명이다. 2682명이 체포, 기소 혹은 유죄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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