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투자법인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 KT가 2023년까지 30여개 타이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기존에 보유한 유료방송, 웹툰, 음악, 영화 등 플랫폼을 연계해 ‘메타 플랫폼’(Meta-Platform)으로 나아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와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 윤용필·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가 23일 서울 광화문 KT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발표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KT 미디어 플랫폼이 계속 강화되고 발전하기 위해 콘텐츠는 이제는 필수라고 생각했다. KT는 매출로 3조, 가입자 규모는 1300만명 정도의 국내에서 가장 큰 미디어 플랫폼”이라며 “KT가 갖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과 기술, 고객기반을 합치면 콘텐츠 사업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밝혔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 사장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은 콘텐츠를 독점한다. 점점 콘텐츠를 구하기 힘들고 가격이 비싸진다. 플랫폼 사업자도 콘텐츠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뒤 “KT가 왜 콘텐츠 시장에 진입하는가라는 질문은 KT가 왜 콘텐츠사업을 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TV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도 2배 증가했다. 코로나 종식된다고 콘텐츠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KT는 1300만 유료방송가입자들로부터 생성되는 7000억개 데이터로 ‘콘텐츠 흥행예측 모델’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어떤 고객이 OTT를 사용하는지, 콘텐츠를 이용하다 어떤 장면에서 빠져나가는지 모두 기록돼있는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활용한다는 것. 이 데이터를 통해 ‘우정’ ‘병원’ ‘조정석’ 등 키워드를 뽑아 tvN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성공을 예측하는 식이다. 강 사장은 이런 데이터를 통해 “작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성공요소를 갖고 준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3일 서울 광화문 KT본사에서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23일 서울 광화문 KT본사에서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 사장, 구현모 KT 대표, 김철연·윤용필 KT스튜디오지니 대표. 사진=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KT스튜디오지니는 기존에 보유한 웹툰, 웹소설 등의 지적재산(IP·Intellctual propery)을 영상화시키는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윤용필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KT는 웹툰, TV방송, IPTV, 음악, 영화 각자 영역에서 미디어 콘텐츠사업을 발전시켜왔다”며 “요즘 가장 핫한 분야가 웹툰, 웹소설 분야다. KT도 이 분야를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작년에 스토리위즈를 분사시켰다. 1년 사이 천여개가 넘는 무수한 IP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KT는 2023년 말까지 30여개 타이틀, 300여개 에피소드의 오리지널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기존에 보유한 IP 활용 등을 통해 2023년까지 원천 IP 1000여개,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표는 “스토리위즈, 스카이tv, 올레tv 등 독자적으로 전개된 사업 영역을 스튜디오지니가 하나로 모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기업의 가치를 높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연계를 통해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 ENM, 네이버를 거쳐 최근 스튜디오지니에 합류한 김철연 공동대표는 ‘위드(with) KT’라는 개방형 생태계 기조를 밝히며 “KT가 가진 원천 IP를 적극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파트너들에게 전면 개방한 원천 IP들이 좋은 콘텐츠로 재생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 저희가 스튜디오이기도 하지만 타 제작사, 스튜디오와 협업에 활짝 열려 있다”며 “어떤 협업의 방식에도 열려있다. 프로젝트 단위 공동 투자 제작부터, 장기협력 모델도 국내 사업자들과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제작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으로 김 대표는 “처음부터 IP를 일정 부분 공유할 것이다. 이후 발생하는 사업기회를 공유하고, 수익도 당연히 공유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글로벌 OTT가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면서 호황을 누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플랫폼 쏠림 현상으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하청과 비슷한 구조로 변질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IP와 수익을 적극 공유하고 나눠갈 것이다. 대형스튜디오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는 역량있는 중소제작사와 협력모델을 만들 것”이라 덧붙였다.

KT는 최근 분사한 자회사 ‘스토리위즈’의 웹소설 등 원천 IP 확보를 위해 IP펀드를 조성하고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강국현 사장은 “100억 투자는 80% 정도 진행됐다. 스튜디오니지가 출범했기 때문에 그룹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스토리위즈의 원천 IP 확보로 집중할 것이다. 스카이tv 채널 경쟁력, 콘텐츠 제작사·기획사와의 상생을 위한 콘텐츠 투자 쪽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조만간 한국에 출시할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업 여부에도 관심이 모였다. 강 사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논의하고 있다. 아시아총괄 사장이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말을 아주 잘 해서 저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는 농담 섞인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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