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이 보유세 인상을 전두환 정권 계엄군의 시민 폭행에 비유하며 5·18민주화운동 사진을 차용한 만평을 내놨다 삭제한 가운데, 매일신문 측은 “(만평이) 이러한 비판을 받는 것은 현 정부에 대해 뼈아픈 비판을 했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 지부는 사측에 “이번 사태의 경위에 관해 설명하고 대내외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만평 작가를 즉각 교체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북 대구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은 19일 자 ‘매일희평’ 코너에서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의 만평에서, ‘9억 이상 주택 보유자’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라고 쓰여진 공수부대원에게 맞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비판이 쏟아지자 매일신문은 해당 만평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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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만평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진을 차용해 보유세 인상을 공수부대의 광주 시민 폭행에 비유했다.
▲매일신문 만평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진을 차용해 보유세 인상을 공수부대의 광주 시민 폭행에 비유했다.

21일 매일신문은 입장문을 통해 “매일희평은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이라며 “(청와대 청원은) 이 장면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동시에 전두환 군사정권과 현 정부를 같은 수준으로 비유했다고 비판했는데 이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려 했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며 “매일신문을 향해 그런 주장은 펴는 건 매일신문이 일관되게 현 정부에 대해 너무 뼈아픈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매일신문 측은 만평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날 만평이 광주시민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다시 소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또 정치적으로 왜곡되고 변질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했다”며 “그래서 바로 그다음 날 인터넷에서 내리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신문 측은 “이날 만평이 저희의 보도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광주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매일신문 측이 낸 만평에 대한 입장문 가운데 일부.
▲매일신문 측이 낸 만평에 대한 입장문 가운데 일부.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지부는 “먼저 광주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사죄를 올린다”며 “광주 시민들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했음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본지 26면에 게재된 매일만평은 경악할 내용”이라며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을 비판한 이 날 만평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폭행당하던 시민의 사진을 본 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 만평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매일신문 지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은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으로, 시민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보여준 가슴 아픈 과거사”라며 “여전히 누군가의 기억 속에 생생할 폭력적인 장면을 끄집어내 정권 비판의 도구를 삼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명백히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만평을 비판했다. 

이어 “매일만평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모욕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23일자 만평도 계엄군이 시민을 폭행하는 모습의 사진에서 그대로 따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며 “이 역시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광주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행태”라고 밝혔다. 

이들은 “본지를 향한 시민사회의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 매일신문을 처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미 2만20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며 “시민단체들의 비난 성명이 잇따르고 SNS에도 이 만평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글이 넘쳐난다. 상식을 벗어난 만평으로 신문사의 명예가 손상되고 자신의 목을 겨누는 칼날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매일신문 지부는 “(만평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역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인권이자 언론이 서 있는 토대이지만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라도 사회적 공감대와 상식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본지 편집인은 입장문을 통해 이 만평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며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성과 무게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도가 어찌됐든 정도를 벗어난 거칠고 부적절한 비유였음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집값 폭등에 따른 세 부담 증가가 계엄군의 잔혹한 폭력에 빗댈 만큼 충격적 상황인지도 의문”이라며 “누군가의 처절한 고통이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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