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가 지역 ‘조폭’ 출신 기자들이 주민, 공무원 등에게 전횡을 일삼는 문제가 곪아있음에도 상황을 방관하자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상천 제천시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충북민언련은 충북 지역 언론 활동·보도 등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다. 

충북민언련은 22일 “조폭 출신 기자 행패, 이상천 제천 시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충청매일 A기자의 행패와 그의 형인 공무원이 벌이는 각종 폭력과 비위 행위에 대해 제천시는 대체 언제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인가”라 물으며 “이상천 시장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는다면 조폭 출신 기자에 꼼짝하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조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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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자는 과거 제천의 폭력조직 조가파 출신으로 제천시청과 기자단 내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졌다. A기자가 속한 충청매일은 2017~2020년 동안 제천시청 행정광고비를 많이 받은 순위로 매해 1·2위를 지켰다. 그는 지난해 시청 직원의 업무에 위력을 행사하다 수사기관에 적발돼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한 조명 설치 공사 계약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배제하라거나 자신이 요구한 업체와 계약을 하라고 강요한 것. 검찰에 따르면 A기자는 ‘비리 사업이라고 보도한다'고 공무원을 위협하며 기자 직위를 악용했다. 

A기자는 폭행, 협박, 도박장 개설 혐의도 있다. A기자는 2년 전 한 카페에서 제천시청 공무원 2명을 만나 1명에겐 신체적 폭행을, 다른 1명에겐 언어적 위협을 가하며 폭행치상 및 협박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기자와 그의 형인 B씨가 2013년 도박장을 개설해 도박을 한 사실도 파악돼 함께 도박 혐의로도 기소됐다. 

▲제천 지역 기자들 전횡 사태와 관련해 지난 1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천 지역사회를 구해달라’는 제목의 글.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갈무리
▲제천 지역 기자들 전횡 사태와 관련해 지난 1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천 지역사회를 구해달라’는 제목의 글.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갈무리

B씨는 A기자 영향력의 이유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제천시 공무원인 그는 지난해 6월 제천시 보조금 사업과 관련한 횡령 사건에 개입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12월엔 동생 A기자와 도박장 개설 혐의 공범으로 추가 기소됐다. 그러나 직무배제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채 지난 1월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했다. 

지난 19일엔 ’제천 지역사회를 구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조폭들이 기자로 변신해 공무원 및 시민들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지만 이상천 제천시장은 말 한마디 못한 채 수수방관해 이들의 횡포를 더욱 키우고 있다”며 “(A기자 등은) 오히려 벌금 정도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하며 자신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보복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공무원과 기업체 대표, 비리 내용을 보도한 기자들에게도 끝없는 고발을 일삼고 있다”고 적었다. 22일 오전 기준 207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충북민언련은 “이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물었으나 제천시 담당 공무원은 ’증거 있냐, 아직 확정된 게 아니지 않냐‘라며 재판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A기자가 어떤 짓을 해도 제어할 수 없다는 게 제천시의 현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상천 제천시장. 사진=제천시청
▲이상천 제천시장. 사진=제천시청

충북민언련은 이어 “A기자의 공무원 형은 시장의 측근으로 현재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데도 최근엔 승진까지 했다고 하니 제천시가 조폭 출신 기자와 그의 형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전언까지 나온다”며 제천시에 “조폭 출신 기자의 행패를 낱낱이 조사하는 것과 동시에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언론사 홍보 예산 집행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범죄전력이 있는 기자의 출입을 막는 등 출입기자 관리 원칙 등을 적극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민언련은 직접 피해 제보를 받겠다고 나섰다. 충북민언련은 성명에 “이상천 제천시장이 하루 빨리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며, 아울러 A기자를 비롯해 지역 주재기자들의 비위와 행패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린다”며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남겼다. 

한편 제천시의 방관과 관련해 이상천 제천시장의 이력도 언급된다. 이상천 시장은 1987년 7급 행정직 공채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30여년 간 제천시청에서 근무했다. 그는 제천시 기획감사담당관, 자치행정과장, 산림과장 등을 거쳐 행정복지국장을 역임하다 2017년 11월 명예퇴직했다. 그리고 6개월여 후인 2018년 6월 제천시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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