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시내 주요 출입처에서 조선일보 기자들은 유독 바쁘게 움직였다.
일부 홍보실에는 밤 늦게 기자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특히 해당기관장에 대한 인터뷰 문의가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조선일보 기자들의 긴박한 취재 움직임은 전날 최준명 편집국장의 발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최국장은 7일 저녁 부장단회의에서 “특종이 없다. 기자들의 업무자세에 문제가 있는것 같다”며 상당히 강한 톤으로 부장단과 기자들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국장은 선채로 약 한시간에 걸쳐 조선일보 편집국 ‘변화’를 촉구했다.

최 국장은 말 그대로 ‘선비’형이다. 좀체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이날 최 국장의 질책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고 편집국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던졌다. 최 국장의 발언은 기자들에게 회람 형태로 곧바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회부 등은 주요 취재원에 대한 밀착 취재 지시 등이 떨어졌다.
‘1인 1특종 기간’ 등을 설정해 거물급 취재원을 만나 그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시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노보에 따르면 송희영 경제과학부장의 경우 ‘기자로서의 한해’를 마감하는 차원에서 “특종상, 발행인상, 책 발간, 격려 전화, 종합 1면 톱 게재, 전문서적 독서, 기획시리즈 제출, 낙종과 오보의 여부 등을 각자 점검하고 반성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주요 사건 보도 과정에서 ‘정보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집안 단속’의 성격이 강하다. 신문 산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이 연말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러한 ‘사기진작책’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이충일)는 이와 관련 11일자 노보에서 “현재의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선 구조적 차원에서 개개인 보단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분위기 혁신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작년말 이후의 급격한 경기 악화, 집권 세력 교체, 내부적인 대대적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잇따른 대외 마찰 등이 복합적 악재로 작용했지만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1등을 해오면서 타성에 젖은 것이 주요한 원인이지 않느냐는 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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