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전 MBC 보도국 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판정하는 19일, 당사자 작가와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과 실질에 부합하는 판정을 해달라“고 중노위에 촉구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19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노위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반노동적 판결을 뒤집고 방송작가의 근로 실질을 제대로 따져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명확히 하라”고 주장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문화예술노동연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등도 회견에 참가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문화예술노동연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등이 19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문화예술노동연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등이 19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들 사건을 대리하는 김유경 노무사(돌꽃 노동법률사무소)는 “오분류의 문제”를 언급하며 “사용자 이익을 위해 일하는 이들을 과연 누가 어떻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선을 긋느냐”고 물었다. 이어 “마산MBC의 구성작가가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해달라고 싸운지 20년이 지났지만 대법 판례도,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지표도 안 바뀌었다”며 “비정규직의 현실만 열악해졌다. 기존 정규직 업무가 점점 프리랜서, 파견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작가들은 10년 가까이 MBC에 종속돼 일한 강력한 증거들을 갖고 있다”며 “생방송 프로그램에 철저히 구속돼 정규직들과 협업했고, 아이템도 회사가 계약한 외신 사이트와 그날 신문 내용 및 담당 부장·차장의 지시에 따라 골랐다. 원고를 작성하면 수정을 거쳐 컨펌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MBC 직원들도 이들이 단순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원고만 넘기면 그만인 프리랜서가 아니란 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건 양심의 문제다. 중노위가 비상식적인 결론을 내리질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의원도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신청을 각하한 지난해 서울지노위 결정에 환노위원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발언했다.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할 건가. 노동부는 올해 방송사 별로 꼼꼼히, 수시로 근로감독을 이행하고 무늬만 프리랜서 등 근로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받고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며 “방송사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보도하면서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정규직화가 이뤄진 걸 알텐데, 이런 (비정규직 남용) 행태를 지속하는 건 시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계약이 해지된 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전 MBC 보도국의 김아무개 작가.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해 6월 계약이 해지된 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전 MBC 보도국의 김아무개 작가. 사진=손가영 기자

방송계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린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유족도 지지 발언을 보탰다. 유족 이대로씨는 “사회 모든 문제에 대해 가장 큰 비판 목소리를 내는 곳이 언론계, 방송계인데 영향력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어두운 곳과 닮아가는 곳 또한 방송계“라며 “MBC를 포함한 방송계는 양심을 져버린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관례다’ ‘이거 인정하면 전국 방송사에 파장이 크다’ 등의 비상식적인 핑계를 앞세운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노위가 썩어가고 있는 방송 노동 환경에 작은 불씨를 피워주길 바란다. 이것이 당신들의 임무고 했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김아무개 작가는 발언 전 눈물을 흘렸다. 김 작가는 “우리를 해고한 MBC는 우리가 9년 간 임의대로, 제 마음대로 출근하며 고도의 창작활동을 했다고 한다. 서울지노위는 이 거짓말을 그대로 인정했다”며 “9년 간 우리에게 지시한 차장급 기자는 박성제 현 사장을 포함해 모두 49명이더라. (노동자성 인정)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부당해고조차 다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는 “임금 체불, 해고 등 최소한의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노동자인지 아닌지’부터 입증해야 하고 여러 관문을 뚫고 나가야 하는게 과연 정당한가”라 물었다. 안 대표는 “왜 프리랜서를 쓸까. 호명되는 순간 노동자성이 제거되는 효과 낳기 때문”이라며 “이들 작가가 동료이자 노동자란 건 MBC 구성원들이 더 잘 안다. 함께 투쟁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된다. 침묵은 회피”라고 말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끝으로 “같은 업무여도 비정규직 스태프가 하면 ‘창작’이고 정규직 스태프가 하면 ‘노동’인가”라 물으며 “오랜 기간 해고자 복직 투쟁을 거쳐 경영진이 된 박성제 사장을 비롯한 MBC 구성원들은 공정 보도와 노동인권을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비정규직을 입맛대로 해고하고 근로자성을 부정한다”고 규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