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가 가장 중요하게 다룬 소식은 전날 채택된 한·미 공동성명이다. 양국의 외교·국방부장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회의를 갖고 성명서를 채택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대의 양국 동맹 및 안보 현안의 기본틀이 될 내용이다. ‘2+2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들어 처음이자, 2016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지 4년여 만이다. 성명 채택을 마친 미국의 외교·안보 장관들은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아래는 19일자 9개 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한·미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공감”
국민일보: 정부 면전서 中 때리기 美, 동맹 공동대응 요구
동아일보: 美 “北 압제정권” 北 “대화 없을 것” 南 “다시 협상을”
서울신문: 한미동맹 확인했지만 한반도 비핵화 빠졌다
세계일보: 美 ‘反中연대’ 동참 요구에 답 안한 韓
조선일보: 韓美 공동 성명서 ‘북한 비핵화’ 뺐다
중앙일보: 북·중 놓고, 한·미 확 달랐다
한겨레: 한·미 “대북정책 완전조율하에 다뤄져야”
한국일보: 쿼드·북핵·인권… 美, 한국외교 ‘급소’만 찔렀다

▲3월1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3월1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양국 시각차 담긴 성명…중국 견제, 한미일 동맹 강화

이번 성명은 각종 현안에 대한 큰 틀의 합의와 더불어 양국의 시각 차를 드러냈다. 경향신문(미 “안보리 결의 완전 이행”…대북 제재 정비·강화 뜻 밝혀)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 성과를 남기려면 미국과의 정책적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우선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최우선 과제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대응 방안은 ‘상호 방위조약 이행 및 확장 억제 제공 재확인’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완전한 이행’ 등 2가지로 제시됐다. 후자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강하게 거론한 ‘북한 인권’ 문제도 향후 북·미 협상 등의 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공동성명에 중국을 겨냥한 내용도 반영됐다.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는 대목이다. 다만 ‘중국’이라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경향신문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목표가 북한의 도발 억제에서 중국 견제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명확한 대중국 정책 지향점을 갖지 못한 한국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도 한 축이다. 이 신문은 “한·미·일 3국 협력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역내 평화 안정,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미국의 글로벌 전략,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재난 대처 등 모든 분야에서 강조됐다. 한·미·일 협력은 한·일관계 개선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한·일 모두에 압력일 수 있지만, 압박의 강도는 한국이 훨씬 크다”며 “한·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핵 문제 협의는 물론 한·미 정상회담도 한·일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3월19일 서울신문 3면 기사
▲3월19일 서울신문 3면 기사

한미동맹 확인, ‘비핵화’ 표현 빠진 성명

양국 장관 회의에선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정책의 근간, 세계사적으로 유례 없는 동맹 성공의 모범”이라 자평했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한미 동맹만큼 중요한 관계는 없다”며 바이든 대북 정책과 관련한 한미 양국의 ‘긴밀한 소통’ ‘완전한 조율’ 의지를 밝혔다.

서울신문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북핵 해법을 둘러싼 이견을 조율하느라 청와대가 애를 먹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찌감치 한미 동맹의 공고한 기반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 표면적으론 양자택일을 압박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원에 집중하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선 이전보다 고차방정식 양상을 띤 미중 갈등 속에 국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고 봤다.

한겨레(미-일 성명과 달리…한-미 ‘중국·쿼드’ 언급 없었다)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과 북한에 대해 쏟아낸 ‘말폭탄’과 달리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 이후 나온 공동성명은 뜻밖에도 ‘순한 맛’이었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16일 미-일 문서와 17~18일 블링컨 국무장관이 쏟아낸 대중 비판 발언을 살펴보면, 미국은 애초 한국에도 일본과 같은 수위의 대중 언급을 문서에 넣자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중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한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부에선 한국 정부의 기조를 감지한 블링컨 장관이 두 나라가 조율해 발표하는 공동성명 대신 기자들에게 공개되는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머리발언 기회를 활용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중국 비난 메시지를 쏟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대중 압박 동참이 어렵다면 북한 인권에라도 목소리를 내야 동맹이 굴러갈 수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때다. 쿼드 참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사설(2+2회의서 드러난 미국 기조 변화, 직시해야)에서 “동맹과 공조해 북한에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려는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 트럼프 시절의 ‘정상회담 쇼’는 먹히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4년간 눈에 띄게 느슨해진 한·미 공조를 복원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전략 수립에 워싱턴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그러려면 발빠른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협력 회복이 필수적이며 북한 인권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는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3월19일 조선일보 사설(위)과 한국일보 기사
▲3월19일 조선일보 사설(위)과 한국일보 기사

조선일보 사설(文 정권이 한미 공동성명에 ‘北 비핵화’ 못 넣게 막은 것이다)은 공동성명에서 ‘비핵화’ 표현이 빠진 것을 두고 “이 이상한 일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벌어진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북핵의 가장 큰 피해국이자 실질적인 유일 피해국이 한국이다. 이런 처지에 미국이 ‘북 비핵화’란 말을 빼자고 해도 한국이 넣자고 해야 정상”이라며 “‘왜 빠졌느냐’는 질문에 한국 외교부는 ‘분량 제한 때문’이라고 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이렇게 해서 김정은 쇼를 다시 한번 하고, 그걸로 대선에서 승리하는 게 이 정권의 목표일 것이다. 이들은 머지않아 북핵 묵인과 방조의 본색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문 대통령은 미국의 두 장관과 만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한국일보(“北 완전한 비핵화” 먼저 꺼낸 文대통령)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양국의 시급한 과제”라 칭했다고 전했다. 공동성명과 문 대통령 발언의 ‘온도차’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제시하는 의견과 입장을 대북 정책에 반영한다고 얘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북한 문제를 올리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장관’ 뺀 호칭, ‘언론’ 이야기…신문이 전한 뒷얘기들

일부 신문에는 전날 공동성명 채택 등 자리의 뒷얘기들이 실렸다. 한국일보(장관 호칭 빼고 “토니” “욱”…서로 이름 불렀다)는 “8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한미는 ‘Minister’(장관)라는 딱딱한 호칭 대신 서로 ‘토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욱’(서욱 국방부 장관) 등으로 불렀다고 전해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2+2회담 이후에도 실무진 배석 없이 1 대 1로 정 장관 집무실에서 25분간 소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양국 장관이 한미 우호를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도 있었다. 양국 장관은 이달 초 타결된 방위비분담금 합의문에 가서명하는 행사에 참여해, 정은보 한국 협상대표와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서명하는 동안 박수를 보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청와대 예방을 마치고 서욱 국방부장관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사실상 한미동맹이 시작된 6·25전쟁의 전사자가 묻힌 곳이다. 오스틴 장관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위대한 군인들에게 깊은 존경과 경의를 표하며’라고 적었다.'

▲3월19일자 매일경제 6면 사진기사
▲3월19일자 매일경제 6면 사진기사

기자 출신인 블링컨 장관이 한국의 20·30대 언론인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 기자, 졸업 후 약 1년간 ‘더 뉴욕 리퍼블릭’ 기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 경향신문은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에서 자유언론은 필수’라며 ‘언론이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언론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한국계 여성 4명이 숨진 것과 관련 깊은 애도를 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희생자들의 유가족에 애도를 전한다’며 ‘이 같은 폭력은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는 “한국 내 젊은이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블링컨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통상 미 국무장관은 방한하면 국내 대학에서 강연을 했지만, 코로나로 상황이 마땅치 않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자리가 마련된 배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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