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이 한 달 넘게 미뤄지고 있다. 지난 1월29일 4기 위원회 임기가 만료된 뒤, 정치권에 맡겨진 위원 후보 추천이 현재까지 완료되지 않고 있다. 여야가 서로 추천 명단 내역을 두고 ‘줄다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추천된 인사에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심의위 위원은 모두 9명이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3인, 담당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3인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3인을 지명해 9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정부여당에서 6명, 야당에서 3명을 맡아 추천해왔다. 

국회에선 여당이 추천 일정을 채근하고 야당은 기약 없이 미루는 모양새다. 이원욱 과방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여야 간사에게 위원 추천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민주당은 3월 초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를 추천명단으로 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말 추천한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를 포함해 공식 추천된 인사는 2인이다.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추천 인사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4기 위원 임기만료 이후 공백기간 동안 쌓인 심의대기 안건은 지난 15일 기준 2만7597건. 4기 위원들이 임기내 처리하지 못한 건수까지 합하면 총 6만1040건이다. 지난해 n번방 사건 뒤 심의가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건도 1월30일부터 3월10일까지 2025건이 쌓였다. 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수사기관이 방통심의위에 협조를 요청한 허위조작 정보 사건은 60여건이다. 

이원욱 위원장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랜 시간동안 5기 방통심의위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심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위원회가 본래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야당의 조속한 위원 추천을 촉구한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 허위조작 정보 차단과 디지털 성범죄 심의 등 산적한 방심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빨리 심의위원이 임명돼야 한다”고 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를 맡는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3일 입장을 내 “국민의힘은 자당 몫의 추천조차 거부하고 있다.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한 인질극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이런 가운데 추천된 인사 일부에도 이해충돌 가능성 등 문제 제기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5일 정부여당이 코바코 관계자를 심의위원으로 추천한 데에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윤성옥 교수와 청와대 추천 인사로 거론되는 김유진 전 민언련 이사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코바코) 비상임 이사로 재직 중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15일 성명을 내 “공영방송사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기관의 이사들이 방송사 규제기관에 간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경기에서 선수로 뛰다가 심판이 된 꼴”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방통위 설치법’ 19조2항 시행령을 근거로 방통심의위원 결격사유가 △지상파방송 △종합유선방송 △중계유선방송 △위성방송 △기간통신 등 9가지 사업에 종사한 것으로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바코에 비상임으로 몸 담았던 심의위원이 코바코를 통해 판매되고 편성된 광고를 심의하는 데서 오는 이해충돌 여지를 둘러싼 논란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심의위원이 특정 기관의 이사로 겸직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직이 코바코였던 선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선 “추천 인사로 거론된 자에 대해 사무처가 법률해석 관련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방통심의위의 구성과 위상, 역할에 관한 제도 개혁은 뒷전에 두고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이들로 인사권만을 행사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방통심의위에 필요한 위원은 직무수행을 넘어 심의 제도를 개혁할 의지를 갖춘 이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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