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기자들의 일탈적 행태가 지역사회에 피해를 양산했던 배경엔 제천시청과 지역 언론계의 비호와 방관이 있다. 언론계는 지역 주재 기자의 광고 수익에만 관심을 갖고 기자 윤리 준수 여부는 방만하게 관리해왔다. 제천시청은 광고비 분배 권한을 기자에게 넘길 정도로 언론 대응을 안이하게 했다. 결국 범죄에 준하는 일탈이 계속됐으나 이들은 어떤 견제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문제 기자는 ‘충청매일’의 A 제천 주재 기자와 ‘내외경제TV’의 B기자다. 지난해 12월 A기자는 도박장 개설·폭행치상·협박·공무집행방해 혐의로, B기자는 강요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도박 관련 혐의만 빼고 모두 직무 관련 사건이다. 피해자들도 모두 제천시청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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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자는 제천시청 및 출입기자단 내에서 발언권이 강하다. 재판 중인 사건도 그가 제천시청 관급 공사 계약 과정에 특정 업체를 배제하거나 특정 업체와 계약하라는 등 입김을 넣다가 발생했다. 피해 공무원들은 이에 즉시 대응하지 못하고 3주 넘게 A기자 요구에 끌려 다녔다.

▲제천시청.
▲제천시청 전경. 사진=제천시청

 

그가 시청 출입 매체에 직접 광고비를 배분한 일화도 유명하다. 지난해 7월, 제천시는 매해 10여개 매체에 총 5000만원~7500만원 상당이 드는 ‘제천시 하늘뜨레’ 광고를 내면서 A기자에게 광고를 집행할 매체 명단 작성을 맡겼다. 그 결과 1년 전까지 광고를 받았던 일부 매체가 빠지자 이 매체 기자들이 직접 항의하면서 시청과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제천시가 A기자에게 광고비 배분권을 위임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광고 집행 담당 공무원이 “이전부터 A기자에게 (목록 작성을) 맡겨왔더라. 그래서 이번에도 받은 목록대로 집행했다”고 해명한 것. 논란 직후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제천시도 직무유기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며 “기자가 광고를 배분해온 사실을 3년 동안이나 몰랐다는 제천시 책임도 명백하고, 제 맘대로 광고 배분을 한 A기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출입기자에게 광고비 배분 맡긴 제천시

광고비 배분 논란은 제천시 안이한 언론관을 드러냈다. 시청의 공무를 업무적 거리를 둬야 할 민간인에게 맡긴 꼴이었다. A기자도 ‘취재원과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취재원으로부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편의를 제공받지 않는다’는 기자 윤리를 어겼다. 충북민언련은 사실관계 조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했으나 제천시는 어떤 사후 조치도 하지 않고 논란을 넘겼다.

공공기관과 기자 사이 기형적 관계가 형성된 배경으로 A기자의 형제 관계가 거론된다. 친형 두 명 중 한 명은 충청신문 제천 주재기자, 나머지는 제천시청 공무원 C씨다. 

2016년께 C씨의 주도로 만들어진 시청 내 모임도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그는 모임에서 ‘고문’, ‘회장’ 등으로 불렸다. 관련 지역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모임은 공무원 10여명, 지역 업체 및 기관 대표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시청 내에서는 모임 소속 공무원들이 주로 승진 인사에 포함된다거나 업체 대표들이 용역 계약 등을 상대적으로 더 용이하게 수주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계약 당사자인 공무원과 업체 대표들 간의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C씨는 지난 1월 형사 재판을 받던 중에 6급으로 승진했다.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된 지 7개월 째, 도박장 개설 혐의로 기소된 지 1달 뒤다. C씨는 2013~2016년에 걸친 제천시 한 보조금 집행 사업의 횡령 사건에 연루됐다. 수사기관이 특정한 횡령액은 1억원을 넘는다. 재판에선 ‘횡령 피고인이 C씨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방공무원 인사 지침 및 실무에 따르면 “임용권자(지자체장)는 공무원이 기소된 사실을 통보받은 때 지체 없이 직위해제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정한다. “사회적 비난 대상으로 직무 수행이 곤란할 때”를 직위해제 필요 조건으로 두고, “범죄가 직무와 관련성이 적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경미할 때”는 직위해제 필요성이 없다고 간주한다. 그런데 C씨는 직무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직위해제조차 되지 않고 승진했다.

제천시 “절차상 문제 없다”, 언론사 “판결 전 의혹일 뿐”

현재 제천시와 A·B기자가 속한 매체는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피해자들 주장이나 수사로 드러난 정보는 사실이 아니라 일방 주장이라는 취지다.

특히 제천시는 C씨의 인사 결과를 두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청 조사팀 관계자는 C씨에게 직무배제 조치 등을 하지 않은 이유로 “내부 검토를 했으나 충북경찰청에서 통보한 자료를 보면 C씨 업무상 배임 혐의는 지방공무원법상 징계 시효 5년이 다 지난 혐의였다”고 말했다. A·B 기자가 공무원을 협박·강요한 사건과 관련해선 “민간인인 기자를 조사할 권한은 없고, 피해 공무원들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승진 심사에 관여하는 시청 인사팀 관계자는 “승진 결격 사유는 유관 팀에서 자료가 넘어와야 검토할 수 있지, 소문만으로 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천시청은 2019년 12월 충북경찰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고, 2020년 6월 C씨의 공소사실도 확인됐다. 인사팀 관계자는 “관련 부서는 알았을지 몰라도 인사팀에서는 몰랐다. (인사는) 처리 규정에 따라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충청매일은 제천시 출입 매체 중에서 광고비를 많이 받은 순위로 매해 1~2위를 지킨다. 제천시가 공개한 2017~2020년 간 광고비 집행 내역을 보면 2017년 2200만원으로 45개 매체 중 공동 1위, 2018년엔 2365만원으로 36개 중 1위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2860만원으로 44개 매체 중 최고 금액을 받았다. 2420만원을 받은 지난해엔 일간지 중에서 2위를 차지했다.

A기자가 소속된 충청매일 관계자는 16일 “A기자 공소사실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관련 내용은 들었다”며 “본인 확인 결과, A기자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법원 판단도 아직 나지 않았다. 관련해 자체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B기자가 속한 내외경제TV 관계자는 “수사기관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건 알지만 재판받고 있는 사실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고 기소가 됐더라도 아직은 의혹 차원으로 보기에, 의혹이 있다고 해서 (징계, 조사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C씨는 혐의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동생인 A기자 비위 의혹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기소된) 사건이 벌어졌을 땐 8급 공무원이었다. 과장도, 팀장도 아닌데 무슨 영향력이 있느냐”며 “A기자의 일은 내가 아닌 당사자의 일”이라고 밝혔다.

‘주재기자=광고수익’ 언론사 방만 관리

지역 주재 기자의 일탈은 지역 언론계 오랜 문제다. 관련 비판 기사는 20년 전부터 꾸준히 발견된다. 대부분 지역 업체로부터 촌지를 받거나, 비리 의혹을 취재하는 동시에 보도를 무마하는 대가로 거액의 금전을 받는 문제다. 공갈, 협박, 사기, 배임수재 등으로 기자들이 구속되는 사건이 매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언론사의 관리감독 부재도 원인 중 하나다. 지역 주재 기자는 본사와 근로계약이 아닌 사업계약을 한다. 전북 남원의 한 주재 기자가 작성한 2013년 지사 운영 계약서를 보면 주재 기자는 본사에 보증금 2000만원을 냈고 매달 80만원을 신문 구매 비용으로 냈다. 매달 수주해야 할 최저 광고비는 500만원이었고 매출의 10%를 자기 수익으로 챙겼다. 최저 광고비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비로 메꿔야 했다.

남원의 한 주재 기자는 “내용만 대동소이할 뿐 전국의 주재 기자 계약이 비슷한 구조다. 주재 기자들이 지자체나 지역 기업 광고에 목을 매는 이유”라며 “본사에 주재 기자는 곧 ‘광고 수익’인데, 어떤 과정으로 수익을 벌어오는 지는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이익만 챙긴다”고 말했다.

▲ 전북 남원 한 신문사의 지사 운영 계약서 내용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 전북 남원 한 신문사의 지사 운영 계약서 내용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세종지역 관공서들은 일명 ‘사이비기자 퇴출’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행정도시 건설 현장 등에서 기자들이 특정 업체의 꼬투리를 잡아 취재로 압박한 후 돈을 뜯어내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후였다. 세종경찰서는 2015~2016년 지역 기자들을 대거 공갈, 협박 등 혐의로 검거했고 일부 기자는 구속까지 했다.

세종시청과 시교육청, 세종경찰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의 공공기관은 2016년 12월 재발방지 차원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자와 언론사에 대해서는 취재 협조와 광고 협찬을 하지 않기로 했다. 명예훼손, 공갈 등의 직무 관련 범죄나 7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방화·마약)로 법원으로부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기자에겐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정했다. 관련 언론사에는 광고·협찬·신문구독 등을 1년간 중단하는 방침을 세웠다. 2017년 대전시와 충청남도 관공서들도 이와 유사한 방침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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