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쿠팡에 열악한 노동조건과 과로사 보도에 대한 ‘봉쇄 소송’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14개 언론 현업‧시민사회 단체들은 17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는 이 자리에서 “외신을 상대로도 쿠팡의 노동 실태와 대언론 태도를 알려나가는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의 물류센터 과로사 보도 뒤 소송을 당한 김태욱 대전MBC 기자도 자리했다.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사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과로사 등 열악한 노동안전 실태를 보도한 언론인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현재까지 대전MBC와 프레시안, 일요신문 또는 소속 기자가 소송을 당했다. 쿠팡은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거나 제대로 응하지 않다 기사화 뒤 언론중재 기구를 통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소를 거듭해 ‘전략적 봉쇄’ 시도란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14개 언론 현업‧시민사회 단체는 17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14개 언론 현업‧시민사회 단체는 17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미국 증시에 상장해서 이제 기업가치가 100조라는 거대기업 쿠팡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며 “쿠팡은 돈으로 (이를 보도한) 입을 틀어막겠다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치졸한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용납할 수 없다. 뿌리 뽑겠다. 쿠팡이 전략적 봉쇄 소송을 일삼는다면 언론노조와 언론인은 이 싸움을 ‘글로벌기업’ 쿠팡의 위상에 맞춰 발전시키겠다. 해외 언론인과 연계해 쿠팡의 살인노동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했다.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는 과로사와 집단감염 국면에서도 쿠팡 사측이 우위에 놓인 보도지형을 지적했다. 권 대표는 “쿠팡대책위가 쿠팡 관련 보도를 비교해봤다. 노동자가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하면 기사가 10건 정도 보도된다. 그런데 쿠팡이 뉴스룸이나 보도자료 내면 30건 이상 쏟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지형에서 보면 여전히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 언론인이 좀 더 분발하기 부탁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권영국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대표.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14개 언론 현업‧시민사회 단체는 17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권영국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대표.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14개 언론 현업‧시민사회 단체는 17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권 대표는 “보통 쿠팡을 배달로만 잘 알지만, 물건을 수집해서 분류하고 포장을 위해 5만 명이나 물류센터 안에서 일한다. 한해 7명이 죽어갔다”며 “이른바 '물류 혁신'이 다름 아닌 노동자 쥐어짜기로 이뤄져왔음을 우리는 안다. UPH(시간 당 처리물량)라는 관리시스템으로 실시간 생산량을 확인하고 공개해왔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이 이를 (노동자들과) 함께 밝혀내고 직접 센터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낱낱이 고발도 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사소한 수치 몇 가지, 허위 사실을 가지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공격하고 있다”며 “자본으로 입막음하겠다는 새로운 보도지침과 같은 쿠팡의 행태를 반드리 바로 잡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쿠팡이 지금까지 조선일보와 YTN, 문화일보 등 언론인을 대거 영입해 억대 연봉 임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런 이들이 쿠팡에 들어가 비판적 보도하거나 문제점 알리는 기자들을 탄압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지 걱정”이라며 “쿠팡은 언론 탄압하는 비상식적 행태를 멈추라”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쿠팡에 “언론의 입을 ‘봉쇄’할 시간에 극심한 노동환경부터 개선하라”며 코로나19 감염과 과로사를 비롯한 산재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이들과 대화를 통해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또 정부와 국회에는 쿠팡을 중대재해사업장으로 지정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쿠팡의 과로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끊이지 않는 과로사 문제에 언론의 적극적인 취재와 보도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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