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바가 밝혀지고 있다. 며칠전 네이버와 다음 포털 사이트의 각종 뉴스배치가 보수매체 편향 또는 진보매체 배제 성향을 나타냈다는 의혹이 제시된 것이다. MBC <스트레이트> 취재팀은, 포털이 만든 ‘알고리즘’ 구조에 의해 뉴스소비자는 반강제로 특정 언론사의 기사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즉 보수 언론사의 기사가 먼저 추천됨에 따라, 소비자의 정치 성향이 진보라 하더라도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게 되면 보수 언론사의 기사부터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포털의 여론 지배’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론 왜곡’ 책임에서도 포털이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MBC 스트레이트는 1월 한달 간 네이버 모바일앱에 접속해 기사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 ‘뉴스’ 영역 최상단에 위치한 ‘MY 뉴스’에 가장 많이 노출된 언론사 1위는 중앙일보(15.6%), 2위 연합뉴스(13.8%), 3위 YTN(6.6%), 4위 조선일보(5.4%), 5위 한국경제신문(4.3%)이었으며 이들 5개 언론사가 MY뉴스 노출 기사의 거의 절반 가량(45.7%)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모바일 역시 PC와 마찬가지의 패턴을 보인다면서 “결론적으로, 비로그인 상태에서 인공지능이 추천해주는 MY뉴스에서 진보성향 언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털 측은 ‘구독자 수가 많은 언론사가 먼저 뜨는 알고리즘 탓’이라고 해명하나, 이는 무책임한 변명이다. 알고리즘 또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만큼 이를 만든 사람의 세계관, 역사관, 윤리관 등에 따라 데이터의 중립성은 흔들리며, 알고리즘의 결과값은 저절로 담보되지 않는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자사가 만든 알고리즘에 편향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시정하려는 자성과 노력을 해야 한다. 포털에 의한 특정 성향의 언론사 편중 현상은 여론의 심각한 왜곡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MBC 취재진이 보수성향 아이디와 진보성향 아이디를 각각 생성해 네이버 알고리즘으로 학습시켜본 결과다. 보수 성향 아이디는 중앙일보 기사를 가장 많이 추천했고, 2위 연합뉴스, 3위 KBS, 4위 조선일보, 5위 YTN 순이었다. 그런데 진보성향 아이디로 학습한 결과 네이버 인공지능은 연합뉴스의 기사를 가장 많이 보여줬고, 2위와 3위는 보수언론인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기사, 그 뒤로 지상파 방송 기사가 추천됐다고 전했다. MBC 취재진이 진보성향 아이디로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기사 외에 그 어떤 기사도 클릭한 적이 없었는데도 ‘학습에 반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포털 ‘다음’의 인공지능 알고리즘도 네이버와 큰 차이가 없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전혀 학습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음’측은 “편중 현상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알고리즘 개편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고 했다.

▲지난 3월7일 저녁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네이버 모바일 추천 기사 분석 결과. 사진=MBC 뉴스 갈무리
▲지난 3월7일 저녁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네이버 모바일 추천 기사 분석 결과. 사진=MBC 뉴스 갈무리
▲ 지난 3월7일 저녁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네이버 모바일 추천 기사 분석 결과. 사진=MBC 뉴스 갈무리
▲ 지난 3월7일 저녁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네이버 모바일 추천 기사 분석 결과. 사진=MBC 뉴스 갈무리

이상의 내용은 십여 년 전부터 불거져 온 포털사이트의 독점과 정보 왜곡 문제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뉴스 알고리즘 편중 사태는 국민의 인터넷 접속 ‘관문’을 독과점적으로 장악하다시피 한 포털의 속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는 국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독점적 권력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함몰되었다.

포털은 광고주들로부터 광고수입을 벌어들이기 위해 카페, 블로그, 이메일 등 각종 서비스를 미끼로 소비자들을 자신의 장마당에 끌어들인다. 이러한 포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불가피하게 접속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포털의 독점이 목전에 와 있게 된다. 소비자들의 접속과 클릭이 많아질수록 수집되는 개인의 성향과 정보도 많아지기 때문에, 포털의 독과점적 지위는 더욱더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력 집중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말미암아 기본적 인권마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이고,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경종이 울려져야 한다.

문제는 해법이다. 네이버의 쇼핑몰 검색 알고리즘 조작(공정위가 267억 과징금 부과)과 달리, 뉴스 알고리즘 조작의 경우 공정위 관할이 아니다. 공정위도 이 부분(뉴스 알고리즘)은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밝힌바 있다. 굳이 따지자면 방송통신위원회 관할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현행 방통위법 상으로는 포털을 심의·규제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현재로서는 방통위가 규제하기도 힘들다.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발의돼서 국회에 계류 중이다(전혜숙 외 11인 발의). 이 법안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등의 노출 방식 및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만으로 뉴스 알고리즘 조작이나 인공지능의 개인정보 자동화 처리가 야기하는 차별 문제를 방지하기에는 부족하다. 시행령에다가 다 미룰 게 아니라, 좀 더 섬세한 입법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포털이 고의로 편향적인 뉴스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고의로 그렇게 만든 게 아니기를 바라지만, 고의가 아니라고 하여 곧바로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포털이 사기업이라고 해서 무제한적인 영업의 자유를 주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상 편향된 뉴스 알고리즘에 대한 공적 견제는 필수불가결하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포털은 일정 부분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헌법 규정에 의해 언론·출판의 자유를 갖는다. 하지만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도 규정하고 있다. 책임 없는 자유란 없다는 점, ‘자유’의 무게의 엄중성을 확인하는 조항인 셈이다.

포털이 자신의 수익구조 때문에 강력한 소비자 유인책인 ‘언론’을 놓지 못한다면, 그 엄중성이라도 자각하길 바란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도 감당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굳이 요즘 유행하는 ESG(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연 매출 5조원이 넘는 한 나라의 대표 기업이라면 응당 그러해야 한다.

이에 촉구한다. 첫째, 포털은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달성하기 위해 학제적인 감사기술 (Auditing techniques)을 도입하고 감사 기능을 알고리즘 감사에 투영해야 한다. 둘째, 윤리위원회(Ethics boards)를 두되, 위원회에는 윤리 및 철학을 비롯하여 사회학, 심리학, 기술 및 경제 분야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검증된 전문가 그룹과 아울러 이용자 즉 일반 시민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국회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중 뉴스 등 콘텐츠 노출 방식과 순서에 관한 규제 부분을 좀 더 섬세하게 다듬은 다음 본회의에 부의하여 통과시키고, 정부는 시행령을 잘 정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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