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청년’ 걱정하는 척, 언론 입맛 따라 ‘2030’ 이용 말라
‘청년’ 걱정하는 척, 언론 입맛 따라 ‘2030’ 이용 말라
[신문모니터위원회]

2020년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위기와 변화를 동시에 맞았습니다. 특히 2030 세대는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급등 등 문제에 직면한 연령층으로도,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주축이 될 잠재력을 가진 세대로도 묘사되곤 했습니다. 2030 세대는 각기 다른 개성과 성향, 삶의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청년’ 또는 ‘2030 세대’를 내세워 기사를 쓰는 언론은 이들의 다양한 특성을 잘 고려하고 있을까요?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언론이 ‘2030’, ‘청년’과 관련해 어떤 주제에 집중했는지, 여러 청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분석 대상은 2020년 6월1일부터 같은 해 12월1일까지 6개 중앙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와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한국경제) 지면기사입니다.

신문지면 온라인 스크랩 프로그램 ‘스크랩마스터’를 이용해 ‘2030’ 또는 ‘청년’이 포함된 1483건의 기사 중 제목, 작은 제목에 ‘청년’, ‘2030’이 언급된 기사 1077건을 추렸습니다. 제목에 ‘청년’, ‘2030’을 썼을 경우 청년과 연관성이 높을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2030’을 ‘2030년’, ‘20~30%’ 등으로 인식했거나, ‘청년’이 단순 언급된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청년 이슈, 일자리>부동산>청년정책 순

먼저 ‘2030’ 또는 ‘청년’이 포함된 1483건 기사를 언론의 주요 관심사인 8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일자리, 부동산, 청년정책, 트렌드, 불공정, 주식, 청년정치, 젠더입니다. 두 개 이상을 다룬 기사는 청년문제로 정리했고, 8가지 관심사 외 내용은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일자리 관련 정책은 청년정책이 아닌 일자리에 포함했습니다.

조선일보 ‘불공정’, 동아일보·한겨레 ‘청년정책’

분석결과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이슈는 일자리로 193건(17.5%)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부동산 183건(17.1%), 청년정책 104건(9.8%)이 뒤를 이었습니다. 부동산에 분류된 기사들은 “청년주택”, “2030 패닉바잉” 등과 함께 언급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문별 관심사로는 일자리를 가장 집중해서 다룬 곳은 한국경제(23%), 한국일보(20.3%), 경향신문(21.1%)의 순이었습니다. 반면 부동산 관련 보도는 중앙일보(20.8%)와 조선일보(18.8%), 매일경제(17.3%)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동아일보, 한겨레에서는 청년정책 관련 보도가 각각 20.4%와 15.6%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 2020년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매체별 ‘2030’, ‘청년’ 관련 기사 주제 비율 그래프. 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 2020년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매체별 ‘2030’, ‘청년’ 관련 기사 주제 비율 그래프. 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 2020년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8개 신문사 ‘2030’, ‘청년’ 관련 기사 주제 비율 분석.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20년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8개 신문사 ‘2030’, ‘청년’ 관련 기사 주제 비율 분석.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전체 평균과 비교했을 때 일자리, 부동산, 청년정책 비중이 높았지만, 다른 이슈에 주목한 신문도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가장 비중이 큰 부동산과 함께 불공정(16.9%)을 높은 비율로 다뤘습니다. 불공정을 주제로 한 기사 대부분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정규직화 논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선일보가 두 사안을 청년층 핵심 의제로 연결하기 위한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30 세대의 높아진 투자 열망을 반영한 주식이나 젊은 층 소비행태, 문화가 반영된 트렌드에 관심을 보인 언론사도 있습니다. 한국경제와 경향신문은 일자리, 부동산에 이어 주식에 관한 기사를 각각 10.6%, 6.3%의 비율로 실었습니다. 트렌드로 분류된 기사에는 특정 기업 브랜드가 명시돼 광고성 기사로 추측되는 것도 있는데요. 트렌드를 주제로 한 기사 비중이 가장 높은 언론사는 조선일보로 17.9%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청년층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인 젠더가 차지한 비중은 전체 언론사를 통틀어 15건(1.5%)에 불과했습니다. 한겨레(4.4%), 경향신문(3.2%), 조선일보(1.9%)만 평균보다 다소 높은 비율이었고, 8개 신문 중 6개 신문이 관련 기사가 없거나 1~2건의 보도에 그쳤습니다. 높은 비율을 차지한 기타의 경우 청년노동, 환경,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 등 다양한 문제를 지적한 기사가 포함됐습니다. 청년창업 성공사례, 기업 청년인재 육성홍보 등도 기타에 포함했습니다.

언론이 말하는 2030, 왜 저는 없나요?

2020년 6월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습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일자리 등 청년 관련 문제도 부각되었습니다. 언론도 관련 주제를 다룰 때 2030 목소리를 적극 보도했는데요.

다만, 2030이라고 하기엔 의구심 드는 취재원 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년 취재원이 재학 중인 대학명을 언급했는데, 소수 몇몇 대학에 쏠린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취재원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원 표기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1077건 기사에서 2030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은 총 388차례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직장인, 취업준비생 등 취업상황으로 표기된 경우가 149건(38%)로 가장 많았고, 대학(원)생이 72건(18%)로 뒤를 이었는데요. 대학(원)생의 경우 학교 이름이나 특성을 같이 표기한 경우가 38건이었습니다.

취재원의 대학명이 언급된 38건을 분석한 결과, 29건이 서울에 위치한 4년제 대학이었습니다. 비율로 환산하면 76%로, 취재원의 대학명이 언급되는 경우 10번 중 7번 넘게 서울 내 4년제 대학생의 입장이 전달된 셈입니다. 5건은 지역을 특정할 수 없었지만 ‘명문대’, ‘유명사립대’, ‘로스쿨’로 표기한 경우였습니다. 나머지 4건은 ‘수도권 4년제 대학’, ‘지방 국립대’라고 적거나 지방 대학명을 언급했습니다. 2030, 청년을 키워드로 작성한 기사 취재원이 다양한 청년을 대변하는지 의문이 드는 결과입니다.

▲ 2020년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2030세대 취재원 표기 분석 그래프. 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 2020년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2030세대 취재원 표기 분석 그래프. 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 2020년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2030세대 취재원 표기 분석.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20년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2030세대 취재원 표기 분석.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청년’, ‘2030’ 언론 입맛 따라 소환하나

2019년 8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 특혜’ 논란이 일던 때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은 “구의역 김군 친구들, 청년 비정규직, 알바, 무직, 계약직, 지방 대학생, 취준생, 고졸자 등 흙수저 2030 청년들이 조국 후보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과 박탈감에 대해 조 후보를 직접 만나서 말하고자 한다”며 제안문을 발표했습니다.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신문 지면에서는 ‘청년전태일’의 제안과 같은 관점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2020년 하반기 청년 관련 기사를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문제보도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특정 대학 커뮤니티가 청년 대표?

조선일보 <운 좋으면 정규직, 이게 K직고용>(2020년 6월24일)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해 “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일련의 평등 추구 정책을 ‘노력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연세대 졸업생 A(27)씨”, “중학교 영어 교사인 박모(여·29)씨” 목소리와 연세대, 고려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을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집중적으로 전달한 특정 사립대 커뮤니티 반응이 청년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네이버 기사 댓글, 공무원시험 준비생 인터넷카페 ‘공취사’ 등에 올라온 댓글도 보도했지만 이들이 청년인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 2020년 10월27일 “젊은 대학생”이 이건희를 “구국의 영웅”으로 칭하고 있다며 서울대·고려대 커뮤니티 글을 보도한 조선일보
▲ 2020년 10월27일 “젊은 대학생”이 이건희를 “구국의 영웅”으로 칭하고 있다며 서울대·고려대 커뮤니티 글을 보도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삼성 덕에 한국인이라 말해” 2030, 이건희를 다시 보다>(2020년 10월27일)는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사망했을 당시 2030 세대 사이에서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2030 세대의 목소리는 오로지 이른바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교 커뮤니티 게시글뿐입니다.

한국경제 <‘개천 용’ 응원해주신 덕분에 꿈 키웠죠>(2020년 10월27일)는 한 청년이 이 전 회장을 추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한국경제가 “청년들도 이건희 회장 추모”라는 작은 제목을 붙인 기사에서 인터뷰한 이 청년은 삼성이 주관한 방과후 학습프로그램 1기 수료생이자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직원이 삼성전자 회장을 추모한 것인데, 이를 ‘청년들도 추모’로 적은 것입니다.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 들은 경향신문 

물론 청년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한 기사도 있습니다. 경향신문 <‘인국공’ 논란(상)-공정과 불공정 사이 부정당한 삶의 노력>(2020년 6월30일)은 ‘인국공 사태’ 속에서 ‘비주류’가 되어버린 청년에 주목했습니다. 경향신문은 3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해 프리랜서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는 27세 임모 씨와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32세 서원도 씨,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33세 상담사 이모 씨 등을 취재원으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인국공 정규직 전환 기사를 봐도 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이천 물류창고 화재나 23세 성악도의 죽음, 이런 산재 기사가 더 내 일처럼 느껴지지”라며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논란의 발화점으로 이용되는 일부 청년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기사는 또래 청년의 10%를 넘지 않는 ‘인서울’ 4년제 대학 졸업생 위주로 청년 담론이 형성돼온 한국 사회에서 돋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가 발로 뛰어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기사는 적고, 특정 사립대 커뮤니티를 기웃거려 작성된 기사는 많은 현실 때문입니다.

2030 걱정하는 건지, 기업 챙겨주는 건지

2020년은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3개 법안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비준을 위한 실업자·해고자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근무기간을 1년 이상에서 1개월 이상으로 줄이는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상시업무 간접고용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인데요. 국제표준이라 할 수 있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내법을 정비하고, 노동 사각지대 해소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취약한 노동 환경에 놓여 있는 2030에게도 의미 있는 개정안입니다.

▲ 2020년 11월10일 노조법 개정안,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등을 ‘청년절망 3법’으로 명명한 매일경제
▲ 2020년 11월10일 노조법 개정안,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등을 ‘청년절망 3법’으로 명명한 매일경제

그런데 일부 경제지는 3개 법안을 ‘청년절망 3법’으로 명명했습니다. 매일경제 <청년절망 3법, 청년실업 키운다>(2020년 11월9일)는 “사측의 대응수단이 제한되고 노조 권한만 커져 노동 경직성이 강화되기 때문에 신규채용이 감소될 것”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입장으로 기사를 채웠습니다. 한국경제 <사설-‘취업 절망’ 청년 넘치는데 친노조 법안만 쏟아내서야>(2020년 11월9일)도 “노조의 힘만 키워주고, 인건비 부담 증대로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게 만들어 결국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게 한다”며 전경련 주장만으로 청년 일자리를 걱정했습니다.

한국경제 <입사 1년차 ‘꼼수 퇴직’ 부추기는 노동법>(2020년 6월2일)은 고용노동법이 오히려 청년들의 구직의지를 꺾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고용노동법이 “힘들게 재취업해서 버는 월급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주도록” 설계된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통계청이 2020년 10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에 따르면 한국 전체 임금노동자의 3분의 1 이상, 청년 임금근로자의 40% 이상이 비정규직입니다. 실업급여, 퇴직급여 보장 등에 따른 혜택을 청년노동자가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한국경제는 이러한 제도가 기업의 신규채용 축소를 막고 있다면서도 그 연관성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경제지들이 청년을 내세우며 노동법이 문제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청년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었어야 하지만, 실상은 기업인단체 전경련의 주장을 받아쓰기 바빴습니다.

한국경제가 ‘입사 1년차’ 퇴직자 사례를 언급하며 “꼼수퇴직”을 운운한 기사는 현실성도 떨어집니다. 여기에 언급된 퇴직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넉 달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해당 퇴직자가 재취업 활동을 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습니다. ‘4개월 실업급여 때문에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청년절망’을 걱정하면서도, 기업 측 주장만 듣는 경제지는 2030을 앞세워 기업 편을 드는 게 목적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청년 없는 ‘청년 부동산’ 보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모두 25건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을 비웃듯 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연일 급등하는 추세입니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2030 세대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만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0년 하반기 언론은 부동산 문제에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그 중에는 청년층을 위해 꼭 필요한 정부 정책마저도 근거 없이 매도하거나 오로지 ‘비판을 위한 비판‘을 목적으로 청년이란 이름을 앞세워 무리한 주장을 펼친 사례도 있습니다.

중앙일보 <“호텔 개조해 전셋집? 이낙연 주장, 탁상공론 극치”>(2020년 11월9일)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텔을 리모델링해서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주장하자 이를 탁상공론으로 규정한 정치권 반응을 따옴표로 전했습니다. 매일경제 <“도심 닭장 vs 2030 천국”… 삼각지 청년주택 논란>(2020년 8월9일)은 본문에도 나오지 않는 “도심 닭장”이란 표현으로 청년주택이 ‘논란’이라고 썼습니다. 두 기사만 본다면 청년주택은 ‘여당의 허망한 정책’ 혹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 논란이 생긴 정책’으로 인식될 우려가 큽니다.

▲ 2020년 8월9일 역세권 청년주택의 과밀개발 문제를 지적하며 ‘닭장’이라는 표현을 쓴 매일경제
▲ 2020년 8월9일 역세권 청년주택의 과밀개발 문제를 지적하며 ‘닭장’이라는 표현을 쓴 매일경제

2020년 10월 용산역 인근 역세권청년주택 서울주택도시공사 공공임대 물량은 경쟁률이 105.3대 1을 기록할 만큼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청년주택이 최선책은 아니지만, 높은 월세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는 청년을 위한 차선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뉴스1 <“호텔 거지라니, 이만한 곳 절대 못 구해”...‘호텔주택’ 실험>(2021년 2월27일)은 도심 내 관광호텔을 개조한 서울 성북구 청년임대주택 안암생활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의 경험을 전했습니다. 안암생활 입주민들은 입을 모아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이 살기에 좋다”고 평가했으며, “‘호텔 거지’라는 말은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한겨레 <현장-호텔 리모델링 청년주택 가보니… 입주민들 “괜찮다”>(2020년 12월1일)도 현장을 직접 찾아 청년주택이 어떤 형태인지, 입주민 반응은 어떤지 살폈습니다.

하지만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은 비슷한 시기 청년주택을 “탁상공론”으로 치부하는 정치권 발언을 그대로 전달했고, “도심 닭장”이라는 표현으로 깎아내리기 바빴습니다. 정치권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 없이 전달하거나 자극적 단어를 앞세운 기사에는 진짜 고민해야 할 ‘청년 주거난’은 빠져 있습니다. ‘닭장’이라는 표현은 용적률을 과도하게 높인 청년주택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겠지만, 사회적 낙인을 찍을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불필요한 표현 속에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한 건강한 논의는 사라졌습니다.

‘청년층 마지막 희망 갭투자 허가하라’는 한국일보

한국일보 <청약·매수 꿈도 못 꾸는데… 청년층 “갭투자도 막혀 내 집 마련 물거품”>(2020년 6월22일)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청년들의 사연을 전달했습니다. 한국일보는 “갭투자까지 막히니 이번 생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 같다”며 정부 정책으로 갭투자를 할 수 없게 된 32세 김 모 씨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청년층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갭투자마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매하면 전세대출이 회수되는 정부 정책을 두고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3억9776만원”이었다며 “서울의 경우 갭투자를 통해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 자체가 거의 없다는 얘기”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일보는 “갭투자는 젊은 층이 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약당첨 확률이 낮다, 정부의 실수요자 대출혜택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고 언급하더니 “다주택자의 갭투자는 투기적 요소라고 볼 수 있으나, 3040 세대는 주거점유 상향 이동이 주 목적이기에 실수요로 보는 것이 맞다”는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장의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갭투자로 청년층이 살 수 있는 낮은 가격대 집은 사라졌으니 높은 가격대 주택을 갭투자로 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히는 기사였습니다.

한국일보 기사는 ‘청년층은 집을 살 방법이 갭투자밖에 없다’ → ‘하지만 갭투자로 서울에 집을 살 매물은 없다’ → ‘그런데도 갭투자를 막은 정부 정책은 문제’라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갭투자 본질을 따져보면 청년을 위한 주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갭투자는 세입자가 이미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만 지급하여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즉, 기존 세입자가 나가지 않는 한 매입을 하더라도 거주가 불가능합니다. 갭투자가 근본적으로 실수요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존 세입자가 나갈 때는 당연히 전세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주택 한 채를 매입할 경제적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굳이 갭투자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갭투자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급등한 추세에서 나타난 변종 투기방식에 가깝습니다. 정부 대책의 규제 범위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청년들이 집을 장만하기가 수월해지기를 바란다면 거꾸로 갭투자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마땅합니다.

세대갈등 조장, 정치비판에 ‘청년현실’ 악용 말라

세대갈등 조장에 청년을 이용하는 보도도 있습니다. 2020년 9월부터 지급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이 줄어든 업종이나 계층을 대상으로 선별 지급되었습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진 만큼 선별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불가피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문제제기를 넘어서 비합리적 방식으로 세대갈등을 부각한 보도가 있습니다. 

조선일보 <중고생 부모 “우리도 돌봄비 달라” 4050 “멀쩡한 청년 왜 돕나”>(2020년 9월11일)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세대갈등도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지 멀쩡한 젊은 층에게 50만원이라니. 어린애들은 표가 없고 노인들은 보수층이 잡고 있는 거 같으니 20~30대 공략하는구나 싶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이 근거였습니다. 

▲ 2020년 9월11일 저소득층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과 관련해 “사지 멀쩡한 젊은 층에게 주는 50만원”이라는 비난 여론을 전한 조선일보
▲ 2020년 9월11일 저소득층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과 관련해 “사지 멀쩡한 젊은 층에게 주는 50만원”이라는 비난 여론을 전한 조선일보

여기서 말하는 “사지 멀쩡한 젊은 층에게 주는 50만원”은 만 18~34세 미취업 구직희망자 20만 명을 대상으로 지급된 청년특별구직지원금을 뜻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에 속한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지원 대상이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저소득층 청년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입니다. 부모는 물론이고 아르바이트 고용주에게도 손을 벌릴 수가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결정 대상에 저소득층 청년이 고려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 <“사지 멀쩡한데 왜…” 청년 선별지원에 번지는 세대갈등>(2020년 9월10일)은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세대갈등 양상을 전달했지만 원인을 짚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컷뉴스는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을 바탕으로 얼어붙은 취업시장 현황을 짚고,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를 설명하며 청년체감 실업률이 24.9%까지 상승했다고 언급습니다. 이후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할 청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단절을 겪고 있다”, “일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청년층 지원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는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발언을 전했습니다.

노컷뉴스처럼 세대갈등 양상의 배경을 짚은 보도가 나온 이유는 정부의 선별지원 방침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필요한 갈등으로 연결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긴급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이 지지층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사실 1400만 명에 달하는 전체 2030 인구 중 1%도 되지 않는 청년들에게 지원금이 지급된 것을 두고 ‘정치적 목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비합리적인 주장을 바로잡기는커녕 그대로 기사에 실어버린 조선일보는 청년들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입증해보였습니다.

2030 세대는 코로나 이후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해나갈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삶의 무게에 얽매여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2030 세대의 현실을 올바르게 조명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보태야 합니다. 청년에 관한 이슈가 유독 많았던 2020년 하반기 대한민국, 그러나 ‘청년’과 ‘2030’이라는 이름이 언론의 입맛에 따라 필요할 때만 소환되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엔 더 다양한 2030 세대 이야기가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과 함께 지면에 채워지기를 기대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6월1일~12월1일 ‘청년’, ‘2030’ 키워드가 제목에 포함된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이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모임인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가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에 모여 신문보도를 비롯한 활자매체를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신문비평을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민언련((02) 392-0181)으로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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