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소송에 패소했을 시 소송 주체가 소송 비용을 내는 현행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KBS를 상대로 한 언론 시민단체들의 공익소송 사례도 관심 사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국회의원, 참여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이 주최한 ‘공익소송도 돈 있어야 하나요? 공익소송 패소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현 민사소송법 제98조 및 제109조에 따라 소송에서 패소할 시 소송비용을 일률적으로 패소자에게 부담하게 하는데, 이는 공익소송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사자를 곤궁에 빠뜨리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공익소송을 위축시키는 문제도 낳는다는 것. 

주최자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5년 당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의 실수로 메르스 ‘슈퍼 전파자’를 놓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감사원 감사 결과 방역당국이 메르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지 못해 23명이 감염됐다. 사망자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공익소송에 나섰지만 3년간 법정 다툼 끝에 패소, 소송비용 2000여만원을 물어낼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pixabay.
@pixabay.

2018년 대법원은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공익소송 비용 경감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역시 공익소송 패소당사자의 소송비용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언론계에도 있다. 2015년 KBS 사장 선임(고대영)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를 상대로 선임 절차 및 방법에 관한 이사회 회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언론노조는 이사회 속기록 정보공개를 청구, 이 역시 거부당했다. 이에 언론노조는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 시민단체와 함께 KBS를 상대로 ‘KBS 사장 선임에 관한 이사회 속기록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원고 언론개혁시민연대)을 진행하게 된다.

[관련 기사: “고대영 선임 KBS 이사회 속기록 공개 못할 이유 있나” ]

▲KBS.
▲KBS.

그러나 이 소송은 2심 원고 패소 후 확정, 지난해 6월22일 서울행정법원은 소송비용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 KBS는 원고인 시민단체에 약 621만원을 1월15일까지 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 시민단체들은 이 패소 비용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KBS를 상대로 한 공익 목적 소송은 또 있다. 언론 시민단체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은 2015년 8월 수신료 분리고지 거부 처분 취소소송(KBS는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통합해 징수하고 있는데 언소주는 이를 분리해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을 벌였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해 약 1877만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언소주 역시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연말 KBS로부터 소송 비용을 부담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관련 기사: 수신료 안 내면 전기 끊는다? 분리 징수, 결국 법원으로 ]

[관련 기사: KBS 수신료-전기요금 따로 징수 소송 패소]

▲2015년 10월30일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TV수신료 분리고지거부처분 취소 소송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사진= 정민경 기자
▲2015년 10월30일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TV수신료 분리고지거부처분 취소 소송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사진= 정민경 기자

KBS 입장에선 법적으로 정해진 소송 비용이기 때문에 이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KBS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밟는 것 뿐”이며 “법이 바뀐다면 그 법을 따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법에 문제점이 있어도 현행법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패소 비용을 내지 않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KBS 측도 이 비용을 받지 않는다면 배임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다만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 방법도 있겠으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영수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부실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익소송과 관련한 법 개정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법이 개정되더라도 소급되지는 않기 때문에 소송 비용을 안 낼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이 적극적으로 공유되고, 법 개정에 반영돼야 한다”며 “공익소송 패소 비용과 관련한 불합리한 제도가 적극 개정될 수 있도록 언론 단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