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고려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2일만에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직함을 바꿔달았다. 언론에선 반년 간 당대표로서 이낙연에 대한 평가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퇴임 날 당무위원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기사가 화제였다. 

두 가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이재명 지사와 양강구도를 만들었고, 자연스레 이낙연 전 대표가 대망론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또 4월 재보선 결과로 당직에 대한 최종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8월말 당대표 취임 이후 업적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다. 과반을 훌쩍 넘는 거대 여당 대표를 맡으며 시대적 요구와 개혁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했는지, 특히 국민 다수의 고충을 거대 여당이 국회에서 입법활동으로 충분히 담아냈는지는 서울과 부산의 선거결과로만 설명하기 부족한 문제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긍정적인 면은 지난 9일 물러나며 그가 이미 자평했다. 그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기관개혁, 공정경제3법, 지방자치법 개정, 제주4·3특별법, 5·18 관련 3법 등의 통과를 성과로 언급했다. 

▲ 1월1일 현충원에 방문한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 1월1일 현충원에 방문한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다만 이는 문재인 정권 차원에서 추진한 법안이었고,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한 여건이었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지 못했다면 이낙연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순 있지만 법안 통과를 당대표의 공적으로 온전히 돌리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피로감, 부동산 3법 이후로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기에 민주당이 이러한 법안을 통과하면서 보수진영에서 ‘문재인 정권의 폭주’와 같은 평가가 나오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말 역대 최고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 차원의 개혁법안을 추진한 이 전 대표의 대선 지지율만 떨어진 것을 보면 시민들은 입법을 정치인 이낙연의 공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의 당대표 기간 중 크게 이슈가 된 사안은 코로나 위기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 자신의 퇴임하면서 성과로 꼽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두 전직 대통령 사면제안 등이다. 이 세 가지 이슈에서 이 전 대표가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그의 입장은 보편과 선별의 종합이다. 지난해 가을, 이 전 대표는 보편지급 카드로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을 제안했다가 효과가 없다는 등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마저도 특정 연령층 지급으로 후퇴했다. 4차 재난지원금 역시 보편지급에는 실패했다. 당대표 취임 직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인연 등을 언급하며 언론에선 협치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재난지원금 협상 과정을 보면 정작 필요한 순간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꼴이다. 

이 전 대표는 ‘포용’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 산재 유족 등의 단식농성에서 보듯 여타 법안과 달리 시간을 끌다가 누더기를 만들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여당으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포용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연초 그의 사면제안은 당내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대통령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본인도 “아픈 공부”였다며 잘못임을 시인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8일 그를 평가하는 의미로 당대표로 참석한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분석했다. 해당 분석을 보면 이 전 대표는 ‘코로나’와 ‘경제’를 많이 언급했는데 걱정하는 맥락에서 자주 언급했다. 그 다음으로 자주 언급한 단어는 ‘검찰’이었는데 주로 검찰 비판하는 경우였다. 반면 ‘협치’를 언급한 건 단 하루로 이 신문은 그의 협치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 지난 8일 한국일보 기사
▲ 지난 8일 한국일보 기사

 

특히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으며 성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데도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중대재해법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게 소수자·약자에 대한 무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분석이다. 

최근 4년을 돌아보면 그는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로 3년간 대권주자 1위를 달렸고, 총리직을 내려놓고 자신의 이름으로 여의도 정치를 시작하자 1년 만에 3위로 추락했다. 

그 사이 명목상 지난해 선대위원장으로 총선 압승을 지휘했고, 본인도 유력대권 주자였던 황교안 전 대표를 종로에서 가볍게 이겼다. 이후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거쳤고 역시 압도적 표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그가 총리직을 내려놓은 이후 각종 선거에서 이겼지만 그의 대권 지지율은 떨어졌다. 

선거 승리가 온전히 그의 성과일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한달간 다시 선대위원장을 맡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대권행보에 날개를 달 것이라는 다수 언론의 전망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14일 현재 이번 선거의 관건인 서울시장 선거가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도 아니다.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 윤 전 총장이 정치인, 대권주자로서 성공하려면 ‘반사체’에서 벗어나 ‘발광체’가 돼야 한다고 전망한다. 대통령에 대한 찬반을 벗어나 윤석열 자체 콘텐츠와 대국민 비전을 내놓아야 지지세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치인 이낙연에게도 유효한 지적이다. 

그가 기존 복지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신복지체제’라는 걸 내놓았지만 그 내용을 파악한 유권자가 얼마나 있을지 회의적이다. 더 중요한 건 대선주자 이낙연이 신복지체제를 실현할 의지가 있다고 시민들이 믿는 것이다. 누구나 좋은 공약을 내놓을 순 있지만 해당 후보가 그걸 실천할 거라고 생각하게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최근 1년간 그가 보인 행보에 대한 평가는 그가 포용하려던 대상이 누구였는지와 무관치 않다. 

그런 점에서 그의 과제는 4월 재보선 결과, 그 이상이다. 
 
[관련기사 : 이낙연, 과거엔 ‘대통령 사면 제한법’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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