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새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엘에이치 재직자 본인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 투기 의심자가 7명 추가로 확인됐다. 아침신문은 모두 헤드라인으로 정부합동조사단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설에선 강제 수사로 전모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후 ‘3기 신도시 공직자 토지거래 정부 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 공무원 4500여명과 LH 직원 9800여명 등 총 1만4300여명을 조사한 결과 20명의 LH 직원이 투기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거래한 토지 22개 필지 가운데 대다수인 19개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공고 2년 전 사들였다.

11명의 투기 의심 거래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 사장 재임 시절 이뤄졌다. 정 총리는 “변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국민적 걱정과 심정을 잘 알고 있다”며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명 전원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날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과 직계가족 368명의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3기 신도시에서 부동산 투기로 의심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행정관 이하 전 직원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3714명의 토지거래 내역도 조사를 마치는 대로 추가 발표할 방침이다.

▲12일 동아일보 3면
▲12일 동아일보 3면

신문들은 논조를 막론하고 합조단의 1차 조사가 당초 예견된 한계를 드러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와 LH 직원에 한정해 본인 실명 거래만 확인하다 보니 차명보유 여부, 사전정보 유용 등 투기 여부를 판단할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역도 신도시 예정지에 한정했다. 조사 대상 1만 4300여명 중 투기 의심 사례는 0.14%에 그쳤다.

한겨레는 “전형적 투기수법인 차명거래와 미등기전매 등 불법행위는 손도 못 댔다. 진짜 투기꾼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수사권이 없어 투기 의심 대상자 직접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겨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기업 직원과 가족 등 10만여명에 대한 2차 전수조사 계획에 “이 정도론 부족하다”라고 했다. 조사 대상이 신도시 등 8곳과 인접 지역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미공개 개발 정보에 접근 가능한 이들 역시 유관기관 종사자만이 아닐 것이다. 조사 지역과 대상에 제한을 두지 말고 모든 개발 예정지와 공직자 전체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13일 한겨레 3면 사진
▲13일 한겨레 3면 사진

조선일보는 “조사 주체에 검찰이 빠진 것도 한계점”이라며 “과거 노태우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신도시 관련 투기 의혹이 터졌을 때에는 예외 없이 검찰이 수사를 지휘했지만 이번엔 국무총리실과 정부 부처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렸다”며 “여론이 악화하자 특별수사단도 만들었지만 경찰 중심이었다”고 했다.

▲12일 한겨레 3면
▲12일 한겨레 3면
▲12일 조선일보 3면
▲12일 조선일보 3면

동아일보는 3면에서 빙산 그래픽 이미지를 이용한 인포그래픽으로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 LH 투기 의혹 조사”를 시각화했다. 1차 조사서 빠진 대상인 △형제자매 장인장모, 시부모 등 직계존비속과 이외의 친인척, 지인을 통한 차명거래 △법인을 통한 거래 △군포 대야미, 성남 금토 등 전국 공공택지지구 △도심 정비사업 예정지 △지방공기업 주도로 개발된 택지 △세종특별자치시 등이 수면 밑에 놓여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농지법 완화로 비영농인의 농지 투기 길이 열리면서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의 많은 농지가 이미 비영농인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공직자들만 놓고 봐도 상당한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고, 국회의원 4명 중 1명 꼴(300명 중 76명)로 본인이나 배우자 이름으로 농지를 소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21대 국회의원 농지소유 현황 조사’ 결과다.

▲12일 경향신문 3면
▲12일 경향신문 3면

이들이 소유한 농지 면적은 총 39만9193㎡(40㏊)에 달했다. 불과 76명이 여의도 면적(300만㎡)의 10분의 1이 넘는 농지를 가졌다. 1인당 평균 면적은 5253㎡(0.52㏊), 평균 가액은 1억7500만원 수준이었다. 경향신문은 전문가 의견으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금지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하고, 농지소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하는 농지관리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1차 조사가 맹탕으로 끝이 나면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를 이끄는 경찰의 부담이 더 커졌다”며 “투기의 핵심으로 꼽히는 차명 거래 조사는 고스란히 특수본의 몫으로 남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투기범들에게 시간만 벌어 준 조사였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다. 특수본도 강제로 배우자 등의 토지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배우자 등의 부동산 투기 혐의를 알아내지 못하면 부동산 거래내역 자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13일 서울신문 3면
▲12일 서울신문 3면

신문들은 사설에서 조사 확대와 강제수사를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수사기관을 통해 투기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며 “자금과 정보의 흐름을 추적하는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부당이익 확수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한국일보는 “내부 개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누구보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전수조사에는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들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상고기각 “끝내 단죄 못해”

군사정권 시절 무고한 시민 수천 명을 시설에 감금한 채 강제노역과 학대, 성폭력을 저지른 를 일삼은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검찰의 비상상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신문들은 1면에 이를 보도하면서 끝내 단죄하지 못했다며 대법원의 무죄 유지 판결을 비판했다.

대법원 2부는 11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신청한 비상상고를 대법관 4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뒤 해당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된다는 것을 발견하면 검찰총장만이 대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문 전 총장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당시 특수감금 무죄의 근거인 내무부 훈령 자체가 위헌·무효라고 보고 비상상고했다.

▲12일 경향신문 1면
▲12일 경향신문 1면
▲12일 서울신문 1면
▲12일 서울신문 1면

형제복지원 운영자였던 고 박씨는 부산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을 울주작업장에 감금해 강제노동시킨 혐의로 1987년 6월~1989년 7월 재판을 받았으나 수용자 노역일당을 착복한 혐의(횡령)만 인정됐다.

대법원은 “내무부 훈령은 형법 제20조(법령에 의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적용의 전제로 삼은 여러 사실 중 하나”라며 “법 적용을 잘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비상상고 제도의 주된 목적은 피해자 구제가 아니라 법령 해석의 오류를 바로잡아 법 해석과 적용에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판결의 법령 해석에 오류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언급하며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언급은 이날 주문에는 없었다.

▲12일 경향신문 8면
▲12일 경향신문 8면
▲12일 한국일보 10면
▲12일 한국일보 10면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언급하며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국가기관 주도 하에 이른바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단속 수용했고 대규모 인권유린이 행해졌다”고 했다.

신문들은 국가 책임을 언급해 피해 당사자들의 국가배상 소송 길이 열렸다고 풀이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재판부가 이 사건을 국가기관이 주도한 대규모 인권유린 범죄로 봤기 때문에 앞으로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책임 주장에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판결에 대해 “비상상고 제도를 사문화시켰다”는 법조계 평을 전했다. 법령 적용의 전제인 내무부 훈령이 위헌‧위법이라면 이를 근거로 한 법 적용 역시 뿌리부터 흔들리는데, 이를 바로잡지 않고 구제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면의 ‘팔면봉’에서 비상상고 기각 소식을 두고 “인권 유린 사법 단죄 끝내 무산. 역사 단죄는 더 가열차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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