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가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토지에서 취재 활동 중이던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사람들’이라고 보도했다.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사람들’이라고 오인한 채널A는 결국 리포트를 삭제했다.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채널A 기자는 자신이 기자임을 밝히고 ‘묘목 심는 사람들’로 보이는 YTN 기자들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YTN 기자들은 자신들이 ‘단독’으로 취재하고 있는 걸 타사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봉사활동 중’이라고 답했고,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10일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CCTV에 찍힌 묘목 작업 차량”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사람들’이라고 오인한 채널A는 결국 리포트를 삭제했다. 사진=삭제된 채널A 리포트화면 갈무리.
▲지난 10일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CCTV에 찍힌 묘목 작업 차량”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사람들’이라고 오인한 채널A는 결국 리포트를 삭제했다. 사진=삭제된 채널A 리포트화면 갈무리.

이에 채널A는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두 남녀’라고 단정해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본 YTN 측은 채널A 측에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채널A가 ‘묘목 심는 두 남녀’라고 보도한 사람들이 YTN 기자들이라는 사실을 알린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채널A는 보도 이후 바로 해당 리포트를 삭제했다. 

지난 10일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CCTV에 찍힌 묘목 작업 차량”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보도 요지는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서 두 남녀가 묘목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걸 포착했다는 것.

채널A는 앵커멘트에서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게 된 직전 문제가 된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 묘목을 심는 사람들이 동원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저희 취재진이 이 농지를 다시 찾았는데 이번에는 남녀 두 사람이 묘목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CCTV에 찍힌 묘목 작업 차량”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사람들’이라고 오인한 채널A는 결국 리포트를 삭제했다. 사진=삭제된 채널A 리포트화면 갈무리.
▲지난 10일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CCTV에 찍힌 묘목 작업 차량”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사람들’이라고 오인한 채널A는 결국 리포트를 삭제했다. 사진=삭제된 채널A 리포트화면 갈무리.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삭제된 리포트에 따르면 채널A 기자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토지다. 인근 CCTV에는 지난달 28일 새벽 승합차 한 대가 지나가는 모습이 찍혔다”며 “해당 농지에서는 어제도 이상한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자는 “하늘색 셔츠에 조끼 패딩을 입은 남성과 긴 패딩에 양말만 신은 여성이 쭈그리고 앉아 나무뿌리 쪽 땅을 파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한 뒤, 두 남녀에게 다가갔다. 

▲지난 10일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CCTV에 찍힌 묘목 작업 차량”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사람들’이라고 오인한 채널A는 결국 리포트를 삭제했다. 사진=삭제된 채널A 리포트화면 갈무리.
▲지난 10일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CCTV에 찍힌 묘목 작업 차량”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YTN 기자들을 ‘묘목 심는 사람들’이라고 오인한 채널A는 결국 리포트를 삭제했다. 사진=삭제된 채널A 리포트화면 갈무리.

기자가 “여기가 LH직원이 산 땅이냐”고 묻자, 두 남녀는 “네”라고 답한다. 기자가 “직접 작업을 하시는 거냐?”라고 질문하자, 두 남녀는 “해야죠. 이거”라고 말했다. 기자는 “땅 주인이냐”고 물었고, 두 남녀는 “알바에요. 알바”라고 답했다. 

“땅 주인이 보내서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두 남녀는 “아 모르겠는데요. 농활 같은 거예요. 이 동네 다 하고 있어요. 저희 돌아가면서…”라고 답했고, 기자가 재차 “대학생 농활 하는 거예요?”라고 묻자, 두 남녀는 “네 봉사단체예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널A가 보도한 기사 속 두 남녀는 봉사단체 사람들이 아닌 YTN 기자들이었다. 실제로 채널A와 같은 현장을 취재한 11일자 “30cm 팠더니 돌바닥…‘농사짓는 땅’ 눈속임 의구심”이라는 제목의 YTN 리포트를 보면 YTN 기자들은 경기도 시흥 과림동의 토지가 농사짓는 땅으로 눈속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땅을 30~50cm 팠다. 땅을 파자 곧바로 딱딱한 바닥이 드러났고 배수로가 따로 없다고 보도했다. 전형적인 땅 투기로 보인다고 했다.

▲채널A와 같은 현장을 취재한 11일자 “30cm 팠더니 돌바닥…‘농사짓는 땅’ 눈속임 의구심”이라는 제목의 YTN 리포트. 사진=YTN 보도화면 갈무리.
▲채널A와 같은 현장을 취재한 11일자 “30cm 팠더니 돌바닥…‘농사짓는 땅’ 눈속임 의구심”이라는 제목의 YTN 리포트. 사진=YTN 보도화면 갈무리.

YTN 기자임을 밝히지 않은 이유가 뭘까. YTN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YTN 기자들은 경기도 시흥 땅을 농사지을 땅으로 진짜 쓰고 있는지 단독으로 취재하고 있었다. 취재 중 타사인 채널A가 와서 뭐하냐고 물어봤다. 타사에 취재 상황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 현장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널A 측은 “채널A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소속(채널A)과 신분(취재기자), 취재 목적을 분명히 밝힌 뒤 해당 남녀 두 명에게 신원 등을 여러 차례 물었으나 이들은 ‘알바예요’ ‘농활 같은 거예요’ ‘봉사단체예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채널A 측은 “보도 직후 YTN 측은 채널A에 ‘해당 남녀는 YTN의 수습 기자들이다. 뉴스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내려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고 채널A는 이를 수용한 뒤 뉴스에서 ‘해당 남녀가 해당 토지와 관련 없는 인물임이 확인됐음’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기사 수정 : 11일 21시 채널A 반론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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