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현직 법조데스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시 사직의변 원고를 보지않고 외워서 발표해 암기력이 좋은 것은 물론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데도 무대 울렁증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사퇴를 별의 순간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탁월한 표현”이라고 하는 등 낯뜨겁게 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법조데스크를 맡고 있는 최재혁 기자는 지난 9일 강인선 조선일보 부국장과 배성규 논설위원이 진행하는 ‘[강인선·배성규의 모닝라이브] 사퇴하자마자 지지율 1위 윤석열, 정말 대선에 뛰어들까’편에 출연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관심도와 권력의지, 정치적리더십과 관련 최 기자는 “윤석열 검사를 아는 사람은 ‘그가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감각이 어느정도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며 “이번 사퇴시점도 우리 예상보다 며칠 빨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 기자는 “국면을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가려는 것 같다”며 “여당에서는 (중수청 관련 속도조절로) 사퇴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모습이었는데 틈을 안주고 사퇴해버렸고, 이런 건 정치적 감각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 기자는 “추미애 장관과 싸울때도 굉장히 치밀했다”며 “물러날 때와 칠때를 선택을 잘한다는 느낌이었고, 결국 추 장관은 너무 무리하게 하다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강인선 부국장이 윤 전 총장의 언어감각을 묻자 최 기자는 “그가 사퇴하는 날 기자들 앞에서 얘기한 것을 보면, 짧은 원고지만 만만치 않은 분량인데, 수십명의 기자들 앞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상황에서 그것을 그대로 외워서 얘기를 하더라”며 “암기력이나 언어를 소화능력이라든지(가 높고), 특히 무대울렁증이 별로 없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 최 기자는 “언어감각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현상 각종 현상의 당사자와는 약간은 틀린 것 같다”며 “부패완판이라는 것도 본인이 생각해낸 조어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그날 발표한 사직의 변의 원고분량은 원고지 1.4매로, 7문장에 불과하다.

방송 중 옆에서 듣던 배성규 논설위원은 “언어감각도 있고, 말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고, 지금 얘기 들어보면 윤석열은 타고난 정치인 같다(라고 하는데), 너무 과대 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강 부국장은 “맞다. 템포도 그렇고”고 했다.

▲강인선(왼쪽) 배성규의 모닝라이브 팟캐스트 진행자. 사진=조선일보
▲강인선(왼쪽) 배성규의 모닝라이브 팟캐스트 진행자. 사진=조선일보

이번엔 최경운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국회반장)가 지난해 10월22일 국정감사에서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라고 당황하지 않고 대답한 점을 들어 “사전에 준비했을 수도 있지만, 최재혁 부장이 무대 울렁증이 없다고 했는데, 본인이 고민도 많이 하고, 나름의 순발력도 갖춘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배성규 위원은 “최반장도 윤석열은 성공할 정치인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두 현장기자가”라고 했다.

지지율이 반짝했다가 사라졌던 기존에 비정치인 출신들과는 다르다는 예측도 나왔다. 안대희, 황교안, 반기문 등을 들면서 최경운 기자는 “그분들과 윤 총장은 다르다”고 했다. 다만 정책비전과 관련해 그는 “윤 총장도 결국 검찰총장이었을 때는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그게 자산은 되겠으나 대한민국이 처한 2022년 대선 화두와 현안, 비전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자기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 전 총장이 사퇴후 지지율 1위에 오르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한 언급을 두고 최재혁 기자는 “별의 순간이라는 말씀도 표현이 탁월한 것 같다”며 “현 상황을 압축할 수 있는”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약점이나 단점도 일부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의 장모나 부인 수사 문제가 아킬레스건이라는 얘기와 관련 최재혁 기자는 “장모 관련 의혹은 기소돼 재판에서 마무리 될텐데, 부인의 전시기획사 협찬, 모 기업 주가조작의혹 등의 경우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하고 있다”면서 “수사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의지와 현실의 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성윤 지검장의 의지와 실제 진행상황의 괴리가 있다고 (얘기가) 들리는데, 좀 지켜봐야겠죠”라고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추측했다.

▲최재혁 조선일보 기자(법조데스크). 사진=조선일보 사이트 갈무리
▲최재혁 조선일보 기자(법조데스크). 사진=조선일보 사이트 갈무리

 

팟캐스트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권 진입과 대선 가도 순탄 여부를 두고 최재혁 기자는 “지속성이 있는 것 같다”고 예측했고, 최경운 기자는 “(정계에) 진입해서 상당기간 힘을 받으면서 갈 정도로, 아직 대선이 1년이 남아 있어 어떤 요동을 칠지 알 수 없다”고 해석했다. 배성규 논설위원도 “(대통령) 후보단계까지는 순탄하게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방송은 연일 정치인 윤석열을 띄우는 조선일보 보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에 해당 조선일보 기자는 다른 정치신인에게도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평가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혁 조선일보 기자는 10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을 통해 ‘암기력이 좋고 울렁증이 없다’는 표현과 관련, “윤석열이 아니라 다른 정치신인이어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같은 평가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별의 순간 용어 탁월했다는 건 윤석열을 칭찬한 게 아니라 별의순간이라는 표현으로 상황을 압축한 김종인 대표를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이어 “안철수 현상이 나왔을 때 그걸 평가한 언론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셨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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