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4월 재보선에 개입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9일 오후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몸 사릴 필요없다”라는 글에서 “윤석열 총장은 4월 보선에 개입할까요? 아니, 개입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고 자문한 뒤 “결론은 뻔하지 않습니까. 몸 사릴 필요 없습니다”라며 선거 개입을 주문했다. 

그동안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윤 전 총장을 문재인 정권 비판용 칼잡이로 활용해오면서 국면마다 어떠한 요구를 해왔는지 살펴봤다. 당장 한달 앞에 선거가 있지만 이들 매체의 요구는 ‘4월 재보선 개입’ 그 이상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윤석열 현상’을 키워드로 쓴 보도를 되짚어봤다. ‘윤석열 현상’은 신인 정치인으로서 윤석열의 모습을 반영한 글이기 때문이다. 

▲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정치인은 선거에 뛰어들어 즐겨야 한다며 정치인 윤석열에게 4월 보궐선거 개입을 주장했다. 사진=이동훈의 촉 갈무리
▲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정치인은 선거에 뛰어들어 즐겨야 한다며 정치인 윤석열에게 4월 보궐선거 개입을 주장했다. 사진=이동훈의 촉 갈무리

스스로 빛나지 못하는 정치인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의 한계를 말하던 언론 

현 정권 들어 ‘윤석열 현상’은 지난해 2월 동아일보 “‘윤석열 현상’과 황교안”란 칼럼에서 등장했다. 여론조사에서 당시 윤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2위에 올랐을 때다. 이 칼럼에선 ‘윤석열 현상’의 특징이 잘 표현됐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검찰이 맞을수록 윤석열 현상은 확산되는 역설이다”라고 했다. 

언론에 ‘윤석열 현상’이 자주나온 시기는 지난해 11월12일부터다. 윤 총장이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기록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만물상] ‘윤석열 현상’”이란 칼럼에서 “스스로 발광(發光) 못하는 정치인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윤 총장의 단점을 나열했다. 정치권 가시밭 길을 걸을 각오가 돼 있는지 의문이고, 전직 대통령 박근혜·이명박씨를 감옥에 보냈으며 현직 검찰총장인 점 등을 한계로 지적했다. 

같은날 중앙일보는 “윤석열 현상 왜”란 기사에서 “윤석열 대망론을 키워준 쪽은 문재인 정권이고, 날개를 달아준 쪽은 지리멸렬한 야권”이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 등을 인용하면서도 조선일보 칼럼과 같이 윤 총장의 한계와 제1야당의 인물난 상황을 꼬집었다. 

조선일보의 주문 ‘월성 1호기 수사’

지난해만 해도 보수언론에게 윤 총장은 소위 ‘정권잡는데 쓰는 칼’의 역할이었다. 지난해 11월14일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晩秋의 주제곡 ‘최재형·윤석열 현상’”을 보면 검찰에게 무엇을 기대했는지 알 수 있다. 

조선일보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범죄 개연성’이라는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가려야 한다며 “최재형·윤석열 감사·수사가 적중하면 보수뿐 아니라 진보 일부도 진보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야당다운 야당이 있으면 이 가슴앓이를 떠안아 치고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최재형·윤석열·검사들의 양심 고백은 그래서 야당의 그런 한계를 대신 보상해준 셈”이라고 했다. 

우연이겠지만 이후 윤 총장의 행보는 조선일보의 주문대로 이어졌다. 같은달 24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며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며칠뒤인 지난해 12월1일 법원이 해당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했다. 윤석열 검찰은 다음날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같은달 10일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이어 같은달 24일 법원이 정직 2개월 처분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려 윤 총장은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윤 총장 복귀 직후 언론보도를 보면 그의 일관된 태도를 볼 수 있다. 

“윤석열 다시 복귀… 월성 원전 의혹 ‘윗선 수사’ 급물살 타나” (연합뉴스 12월25일)
“다시 윤석열 총장 체제로… 원전 수사·고발 사건 속도 낼까?” (YTN 12월25일)
“윤석열 복귀 뒤 이틀째… 원전 수사부터 챙긴다” (시사저널 12월26일)
“‘업무복귀’ 윤석열, 분주했던 이틀… 원전수사 보고받아” (뉴시스 12월26일)

검찰총장에서 정치인으로,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현 정권과 윤 총장의 대립이 극대화하던 징계국면에서 일부 언론의 입장 변화가 나타났다. 더 이상 ‘정치검사 윤석열’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일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윤석열은 반기문보다 못하다?”’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인으로선 자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유형인데 윤 총장은 이들과 달리 대통령에 맞서면서 정치적 자산을 쌓아가는 축”이라고 했다. 즉 ‘윤석열 현상’이 단순 ‘반문’정서에 표출을 넘어 ‘정치인 윤석열’로서 자산을 쌓아가는 중이라는 해석이다. 

총장직 사퇴이후인 지난 9일 조선일보는 또 한편의 “윤석열 현상”이라는 칼럼을 냈다. 윤 총장을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시각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글이다. 기존에 실패했던 ‘고건 현상’ ‘안철수 현상’ ‘반기문 현상’과 달리 “윤석열의 차이점은 권력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뚝심과 맷집”이라고 썼다. ‘반사체’가 아니라 ‘발광체’라는 평가다. 

▲ 9일자 조선일보 '윤석열 현상' 칼럼
▲ 9일자 조선일보 칼럼 '윤석열 현상'

 

사퇴 전날 ‘박근혜 수사’에 대한 반감이 있는 대구고검을 방문해 “어려울 때 나를 품어준 곳”이라고 한 발언,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 속도 조절로 명분을 주지 않았음에도 사표를 던진 정치적 판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 메시지 등을 놓고 그의 정치적 판단과 언어감각을 칭찬했다. 

또한 윤 전 총장은 퇴임 직후 ‘LH 투기는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한 망국(亡國)의 범죄’라는 첫 메시지를 조선일보를 통해 내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기록했다. 보수언론사주를 만났다는 논란으로 한때 소란스럽기도 했던 윤 전 총장은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춰온 결과 조선일보 표현대로 “이제 여의도의 대기권에 진입”했다. 

해당 칼럼에선 다시 윤 전 총장에게 몇가지를 주문했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도 검찰총장 임기를 포기하고 정치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초토화시킨 ‘적폐 수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내와 처가에 대한 네거티브도 상당할 것이다. ‘검사’ 외피를 벗고 ‘정치인 윤석열’의 비전도 보여줘야 한다.(중략) 그럼에도 중도·보수층의 상당수는 윤석열이 그런 벽을 뚫어 거여(巨與)가 질식시킨 지금 정치에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같은날 이동훈 논설위원의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몸 사릴 필요없다”이란 칼럼에선 윤석열이라는 중도 후보가 제1야당의 후보와 연대라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며 “정치인은 선거를 피해서는 안됩니다. 그 안에 뛰어 들어가 즐겨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 윤석열은 이번 선거에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향후 SNS를 개설하고 현안 관련 ‘SNS 정치’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윤 전 총장이 보궐선거 전까지 저술과 강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한다. 

향후 관전포인트는 조선일보 요청에 대한 정치인 윤석열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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