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실을 언급하고도 명예훼손에 시달리게 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사생활침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와 함께 허위사실적시와 사자 명예훼손, 모욕죄 등 명예에 관한 죄 모두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로 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대표발의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개정안’에서 이같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최 의원 법안을 보면, 현행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대목 가운데 ‘사실’을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로 수정했다.

또한 현행 형법 제312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1항 제308조(사자명예훼손)와 제311조(모욕)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고, 2항 307조(명예훼손)와 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다(반의사불벌)고 돼 있는데, 최 의원은 이를 모두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피해당사자가 고소해야 수사가 이뤄지도록 수사의 범위를 줄인 것이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우리나라는 허위사실은 물론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형사처벌하고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고소‧고발 남발 등 명예훼손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명예훼손죄의 남용은 UN 및 다수의 국제기구‧단체로부터 우리나라를 언론 및 표현의 자유 후진국으로 평가받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최근 헌법재판소도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하여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비범죄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최 의원은 ‘사실’ 적시를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해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 사생활의 비밀 보호와 조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명예에 관한 죄를 모두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도록 ‘친고죄’로 개정한 것을 두고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착수하거나 제3자의 고발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 등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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