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8일은 여성의날이다. 1908년 이날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 등을 외치며 시위하던 사건에서 유래했다. UN에서 1977년부터 3월8일을 세계 여성의날로 공식화했고 한국에선 2018년부터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여성의날을 맞아 다시 생각해볼만한 표현을 가져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유도 면세재화로 규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과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여러 매체에서 해당 법안을 ‘맘(mom) 편한 법’이라고 표기했다. 

마음의 준말인 ‘맘’이 엄마를 뜻하는 mom과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맘(mom)편한’이란 표현은 여기저기 쓰인다.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육아 지원정책을 이름 붙이면서 이를 쓰는 경우다. 육아를 엄마, 즉 여성이 한다는 성역할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롯데하이마트는 3월 한달간 ‘맘(mom)편한 하이드림(Hi-Dream)’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엄마와 아이의 꿈을 이루는데 보탬이 되는 가전제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사연모집 테마는 ‘꿈’과 ‘워킹맘’ 두 가지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을 엄마로 전제로 한 행사다. 

심지어 ‘맘(mom)편한’은 ‘엄마의 마음이 편안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롯데그룹의 사회공헌 브랜드다. 

▲ 여기저기서 진행중인 ‘맘(mom)편한’ 관련 정책 관련 보도
▲ 여기저기서 진행중인 ‘맘(mom)편한’ 관련 정책 관련 보도

롯데는 지난달 ‘맘(mom)편한’ 놀이터 16호점을 충주시에 만들었다. ‘맘편한 놀이터’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친환경 놀이터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놀이터에는 ‘맘편한 빌리지’ 등 여러 놀이시설을 설치했다. 

행사주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엄마가 아닌 양육자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상처를 줄 만한 소지가 있다. 아빠가 아이를 홀로 키우면 ‘어떻게 아빠가 아이를 혼자 키우겠냐’, 심지어 ‘그건 아이를 위하는 게 아니다’ 등의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주 양육자라는 고정관념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탓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런 잔소리도 스트레스인데 유력 기업이나 공공조직까지 나서 이런 고정관념을 널리 퍼뜨리는 꼴이다.

이러한 표현은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일 보도를 보면 김해기적의도서관은 지난해에 이어 ‘맘(mom)콘 맘쏙 손유희’ 시즌2를 제공하기로 했다. 부산일보 관련 보도에는 “누구나 쉽게 배우고 따라할 수 있는 유아 양육자를 위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역시 양육자를 엄마로 규정한 네이밍이다. 

지난달 26일 국제뉴스 보도를 보면 관악문화재단은 집콕 육아로 지친 부모를 위한 도서관 중심의 맞춤형 육아지원서비스 ‘맘(mom)스타트’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집에서 만나는 ‘맘(mom)대로 택배’는 집에서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고자 택배를 활용한 안심자료 대출서비스를 말한다. 

정부부처,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에서 육아지원 정책에 ‘맘(mom)’을 이름 붙이는 경우는 그 외에도 수두룩하다. 공공영역의 이런 시각은 경제활동을 하는 많은 엄마에게 사회적 부담을 가중한다. 

▲ E채널 프로그램 ‘맘편한카페’
▲ E채널 프로그램 ‘맘편한카페’

해당 표현을 쓰는 TV프로그램도 있다. E채널에서 매주 목요일밤 방송하는 ‘맘편한카페’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 맘들의 맘이 편해지는 그날까지”, “맘들의, 맘들에 의한, 맘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으로 소개했다. 이는 육아·살림 등 정보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조부모 또는 아빠 등 엄마가 아닌 양육자 가정도 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이들까지 고려한 단어 선택이 필요하다. 다양한 가구형태가 공존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대중매체에서는 소위 ‘정상가족’ 프레임을 고집하고 있다. 또한 양육자용 프로그램은 아이들도 함께 볼 수 있다. 

‘맘(mom)편한’이 이목을 끌만한 언어유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또 다른 차별의 언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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