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5일 창간 101주년 기념사를 통해 “언론의 자유마저 이념과 진영논리로 오염시켜 흔들어대는 참으로 부도덕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정부·여당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언론개혁’ 입법 등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920년 3월5일 창간했다.

방 사장은 이날 오전 기념사를 통해 “조선일보가 100년 넘는 동안 마주해 온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며 “일제는 1940년 조선일보를 폐간시켰고, 광복 이후 정치권력은 하나같이 언론을 길들이고 통제하려 해왔다”고 했다.

그는 “1954년 자유당 정부는 ‘허위·왜곡 보도를 막는다’는 구실을 내세워 언론 허가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1964년 박정희 정부는 언론 보도를 심의하는 ‘언론윤리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면서 ‘국민을 자극·선동하는 언론의 횡포를 막겠다’고 했다”고 설명한 후 “1980년 신군부는 언론사 통폐합을 주도하면서 ‘언론사 난립의 폐해를 줄이고 개인의 명예와 공중도덕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창간 101주년 기념사에 등장하지 않은 역사도 실재한다. 조선일보가 1970년대 박정희 유신 체제에 저항한 기자들을 해고했던 사실, 고 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방상훈 사장의 삼촌)이 1980년 5월 신군부의 내각 장악을 위한 임시 행정기구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입법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사실 등 군사정권에 유착했던 과거 조선일보 역사에는 눈을 감았다는 비판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이날 기념사에는 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방 사장은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정치 권력은 자기들에게 불편한 뉴스를 ‘나쁜 뉴스’,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이면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가하는 법안들을 ‘언론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입법하려 하고 있다”면서 “시민단체로 위장한 이념단체들과 권력의 편에 선 매체들을 동원해 진실을 수호하려는 언론들에게 ‘적폐’이자 ‘말살되어야 할 악’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의 자유마저 이념과 진영논리로 오염시켜 흔들어대는 참으로 부도덕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런 시도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위험한 징조이며 자칫 ‘민주주의의 종언’을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는 ‘할 말은 한다’는 정론직필의 정신을 지켜왔다”면서 “자유당 정부의 부정선거를 선거 당일부터 폭로하고, 군부의 쿠데타는 첫날부터 쿠데타라고 썼던 역사가 바로 그 증거다. 우리는 국민의 눈을 가리는 저급한 포퓰리즘에 맞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에 입각해 보도하고 할 말은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방 사장은 “남보다 한발 더 뛰고, 더 물어보고, 더 공부해서 정확하고 가치있는 뉴스를 독자에게 전하겠다는 ‘기자 정신’을 되새긴다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조선일보 보도에 일부 부정확한 내용이나 오류가 있을 때는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피해자와 독자들의 입장을 기사에 최대한 반영해 주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고급화’도 강조했다. 그는 “조선일보 콘텐츠의 형식과 포장, 그것을 전달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콘텐츠를 최고의 품질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최고 전문가들의 시각과 목소리가 조선일보에 담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5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창간 101주년 기념사 전문.

사원 여러분,

오늘 조선일보는 창간 101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우리 언론 역사상 처음으로 100주년을 맞은데 이어 다가올 100년의 첫걸음을 내딛는 자리에 사원 여러분과 함께 서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조선일보의 창간 정신을 다시 떠올리고자 합니다. 1919년 3·1운동 직후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 하에서 조선일보는 우리말과 민족혼을 지키기 위해 민간 한글신문을 창간했습니다.

 

당시 조선일보가 제출한 신문 발행 허가 신청서에는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우리 민족이 변화에 둔감하고 개혁에 힘을 쏟지 않고 있다면서 새로운 문명(文明)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창간 취지가 담겼습니다. 조선일보를 세운 선배들은 일제에 대한 저항을 모색하는 동시에, 첫걸음의 그 순간부터 미래를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다짐으로 조선일보는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 광복 후에는 건국운동, 195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는 근대화,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 등을 선도하였습니다.

 

사원 여러분,

조선일보가 100년 넘는 동안 마주해 온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서 자유 언론은 언제나 난관을 뚫고 일어섰습니다. 일제는 1940년 조선일보를 폐간 시켰고, 광복 이후 정치 권력은 하나같이 언론을 길들이고 통제하려 해왔습니다. 1954년 자유당 정부는 ‘허위·왜곡 보도를 막는다’는 구실을 내세워 언론 허가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했습니다. 1964년 박정희 정부는 언론 보도를 심의하는 ‘언론윤리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면서 ‘국민을 자극·선동하는 언론의 횡포를 막겠다’고 했습니다. 1980년 신군부는 언론사 통폐합을 주도하면서 ‘언론사 난립의 폐해를 줄이고 개인의 명예와 공중도덕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정치 권력은 자기들에게 불편한 뉴스를 ‘나쁜 뉴스’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이면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가하는 법안들을 ‘언론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입법하려 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로 위장한 이념단체들과 권력의 편에 선 매체들을 동원해, 진실을 수호하려는 언론들에게 ‘적폐’이자 ‘말살되어야 할 악(惡)’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의 자유마저 이념과 진영논리로 오염시켜 흔들어대는 참으로 부도덕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시도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위험한 징조이며 자칫 ‘민주주의의 종언’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할 말은 한다’는 정론직필의 정신을 지켜왔습니다. 자유당 정부의 부정선거를 선거 당일부터 폭로하고, 군부의 쿠데타는 첫날부터 쿠데타라고 썼던 역사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눈을 가리는 저급한 포퓰리즘에 맞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선배들이 그래왔듯 사실에 입각해 정확히 보도한다는 언론 본연의 가치를 지켜나간다면 독자들과 국민들은 기꺼이 조선일보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며 새로운 100년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기술에 발맞춰 조선일보의 저널리즘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시간을 맞고 있습니다. 방송으로, 인터넷으로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저널리즘의 형식과 포장도 더 많은 연구를 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선일보를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고집스럽게 추구해 온 저널리즘의 원칙이라고 믿습니다.

 

최근 저널리즘의 가장 큰 무대인 미국에서 벌어진 뉴욕타임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짜 뉴스’라는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뉴욕타임스는 지난 한 해에만 디지털 구독자 수를 230만명 늘렸습니다. 진실을 찾는 언론의 원칙을 지켜냈기에 독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저는 오늘 새로운 100년을 향한 이 자리에서 언론의 원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자 합니다. 그 첫째는 ‘사실에 입각해 보도하고, 할 말은 한다’는 원칙입니다. 남보다 한발 더 뛰고, 더 물어보고, 더 공부해서 정확하고 가치있는 뉴스를 독자에게 전하겠다는 ‘기자 정신’을 되새긴다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일부 부정확한 내용이나 오류가 있을 때에는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바로잡아야 합니다. 피해자와 독자들의 입장을 기사에 최대한 반영해 주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선일보가 ‘사실’을 추구한다는 믿음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는 ‘콘텐츠의 고급화’를 이뤄나가야 합니다. 조선일보 콘텐츠의 형식과 포장, 그것을 전달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콘텐츠를 최고의 품질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최고 전문가들의 시각과 목소리가 조선일보에 담기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로 우리는 다양화되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맞춤형 뉴스에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지난해 세운 디지털 전략을 미디어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합니다. 특히 아크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독자들을 정교하게 분석한 뒤 각자에게 필요한 뉴스를 전달하는 ‘맞춤형 데이터 저널리즘’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합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콘텐츠의 다양화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원 여러분,

조선일보는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부터 앞장서 변화를 주도하겠습니다. 여러분도 기회를 잡아 자신의 가치를 올려 주십시오. 저도 마음을 열고, 여러분도 마음을 열고, 다함께 변화를 받아들여 두려움 없이 나아갑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여러분이 ‘조선일보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튼튼한 재정의 울타리를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또 어떤 외부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버텨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오늘 45년 근속상을 받는 강천석 논설고문 등 수상자분들에게도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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