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에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배신행위” “돈키호테” “정치적 탐욕”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사자후를 토해냈다.

윤 총장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당 지도부회의에서 윤 총장 관련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그러다 윤 총장이 직접 사퇴선언을 한 후 다음날 나온 당 지부의 발언은 그간 참았던 분노를 터뜨린 것처럼 보였다. 2명(박홍배, 박성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이 윤 총장 비판에 한마디씩 보탰다.

노웅래 의원은 5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는 배신행위”라고 규정했다. 노 의원은 “제식구 감싸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검찰의 잘못된 선택적 정의를 옹호하다가 정작 중요한 논의를 앞두고는 스스로 직을 걷어차 버렸다”며 “결국 검찰조직에 있어 독이 된 사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파격 발탁한 것은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여망을 반영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그의 충성은 국민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조직을 향한 것이었고, 강직함으로 보였던 모습은 아집과 불통이었다”고 성토했다.

사퇴시기를 두고 노 의원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계산해 사퇴시점을 정한 지금의 모습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 그 자체”라며 “야당발 기획사퇴의 뒤에 누가 있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아무리 저들 적폐무리와 손을 잡는다 해도 결국 소모품으로 이용만 당하고 사라진 이회창, 황교안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노 의원은 “국민을 배신한 정치검찰의 말로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신동근 의원도 구밀복검(입에 꿀을 바르고 뱃속에 칼을 품다)이라는 말을 소개하면서 “입밖으로는 검찰주의자를 내세우며 검찰중립성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내심으로는 달콤한 정치적 탐욕을 꽤해왔음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신 의원은 “표리부동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유승민 전 의원도 바른미래당 대표 시절 수사-기소권 분리와 수사청 신설을 공약으로 냈으며,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도 2019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윤석열 총장도 스스로도 2년 전 인사청문회 때 국회의 수사권 조정 관련 제출법안을 두고 “이거 틀린 것이라고 폄훼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고, “검찰은 제도의 설계자 아니라 정해진 제도의 충실한 집행자”라고 밝힌 일도 제시됐다.

이에 신 의원은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된 특위안은 발의되지도 않았고, 입장이 조율된 것도 아니며, 검찰에 당의 입장이 제출되거나 법무부가 절차를 진행하지도 않았다”며 “충분한 의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여러번 공언했는데도 윤 총장은 ‘풍차를 무찔러야 할 거인으로 착각하고 돌진했던 돈키호테’와 같이 아직 발의도 되지 않은 검찰개혁법안을 핑계로 폭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년 전 수사기소 분리 동의를 표했던 윤 총장이 이제와 말 바꿔 부패완판이라고 선동하고 있다”며 “본인의 정치적 탐욕 외에는 손바닥 뒤집듯 입장번복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입으로는 부패완판을 바랐지만 본심은 탐욕의 끝판에 있었다”며 “반짝반짝 별의 순간을 꿈꾸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신 번쩍 들게 하는 벌의 순간이 도래함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독설을 던지기도 했다. 검찰과 자신 모두 망가뜨렸음을 알고 크게 후회할 날을 맞이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낙연 대표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안에 반대하며 사퇴한 윤 총장의 행위를 두고 “의견 수렴 과정에서 합당한 통로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것이 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이라며 “그런데 윤 총장이 중수청 대안을 스스로 제시한지 하루만에 사퇴한 것은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의 사퇴의 변을 두고 이 대표는 “사퇴직전 움직임과 사퇴의 변은 정치선언으로 보여졌다”며 “본인 스스로가 검찰총장 재임시절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 논란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한 격렬한 시비를 일으키더니 사퇴도 그렇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김태년 원내대표도 “검찰개혁에 대한 편견과 저항으로 점철된 그의 행보는 마지막까지 정치검사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독립의 상징처럼 내세우던 임기를 내던진 것은 국민은커녕 대다수 검사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검찰 역사에서 권력욕에 취해 검찰총장의 직위를 이용한 최악의 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윤 총장의 일부 발언을 과대망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안전과 이익을 인질 삼아선 안 된다’는 윤 총장 주장을 들어 “황당하다. 본인이 미워서 나라의 제도를 바꾼다고 착각하는 건 얼마나 자기중심적 사고로 세상을 해석하는지 드러낸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의에 대한 헌신,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 없이 권력욕 하나로 정치를 해보겠다는 윤 전 총장이 조만간 정치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편견과 무책임, 자기도취에 빠진 윤석열식 야망의 정치가 보여줄 결말은 뻔하다. 시대적 소명이 없는 정치의 결말은 허망하다”고 내다봤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많은 사람의 반대와 걱정이 있었음에도 윤 총장을 임명한 것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며 “대통령과 이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되기를 바랐던 문재인 정부 꿈은 윤석열 검찰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조직에 충성한다는 것은 결국 검찰조직에 철저히 정치검찰의 멍에만 씌우고 물러났다”며 “정치인 총장은 윤석열 총장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물의를 일으킨 LH 직원과 거친 논란 속에서도 국민께 단 한마디 유감표명도 없는 윤 총장은 이런 의무도 저버렸다”며 “품위도 복종도 의무도 거부한 기본도 안된 공무원들을 국민의 공복으로 삼아서 정말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파렴치한 공무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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