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윤석열 총장 사퇴에 대통령과 민주당 비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결국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윤 총장은 2019년 7월 총장에 취임했다. 취임한지 20개월 만이자, 임기를 4개월 앞두고 사의 표명을 했다.

윤 총장은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밝힌 뒤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5일자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1면.
▲5일자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1면.
▲5일자 서울신문 1면.
▲5일자 서울신문 1면.

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와 경제신문 등은 일제히 1면에 ‘윤 총장 사퇴’ 소식을 다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보수언론은 사설에서 정치 행보를 시사하며 사퇴한 윤 총장에 대한 비판 대신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3면에 “윤석열, 4월 보선후 독자세력화 무게… 당분간은 정치와 거리둘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국민’ ‘자유민주주의’ 등 정치적 함의가 가득한 키워드를 내세우며 사퇴하자, 정치권에선 ‘대선 행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3일자 동아일보 3면.
▲3일자 동아일보 3면.

이어 동아일보는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의 마지막 행보를 대구에서 한 점이나 2022년 3·9 대선을 1년 5일 앞둔 시점에서 사퇴한 것도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 여야는 윤석열 변수로 4·7 재·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내년 대선까지 새판이 만들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윤석열식 대선 플랜’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하고 있다”며 윤 총장의 사퇴 의미에 대해 풀이했다.

동아일보는 윤 총장이 인맥이 많다는 기사도 썼다. 조선일보는 “정치권 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여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 팀장에서 좌천된 후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박지원 국정원장 등과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총장이 여권과 긴장관계를 형성한 뒤 여권 인사와는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고 했다.

▲5일자 동아일보 3면.
▲5일자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정치권 행보를 시사하는 윤 총장에 대한 비판 보다 이런 상황을 만든 여권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윤 총장의 중도 사임은 검찰총장 임기제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본인의 소신대로 중수청 설치를 막고 원전 수사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임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대선 일정을 감안해 퇴임을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검사가 퇴직한 뒤 1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검찰청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 이를 의식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여권의 무리한 중수청 추진과 검찰에 대한 막무가내식 압박이 윤 총장 사퇴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5일자 중앙일보 사설.
▲5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2년 임기를 보장한 검찰총장을 중도 하차시키려고 갖은 수를 동원한 청와대와 여당은 독재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겨레·경향·서울·한국·국민, 윤석열 총장 정치 행보 시사 비판

반면 보수언론을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윤 총장이 정치 행보를 시사하며 사퇴한 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5일자 한국일보 2면.
▲5일자 한국일보 2면.

한국일보는 3면 “‘어떤 위치든 국민보호 온 힘’ 대선 출사표 같은 ‘윤의 고별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그의 정계 진출 선언 시점이다. 이제 막 현직 검찰총장 신분을 벗어난 만큼, 곧바로 정치 활동을 시작하면 비판이 쏟아질 공산이 크다. 당분간은 ‘야인 생활’을 하며 정치권 등판의 ‘적기’를 노릴 것이란 얘기”라고 보도했다.

▲5일자 한국일보 3면.
▲5일자 한국일보 3면.
▲5일자 한국일보 사설.
▲5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정계 진출을 시사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정부와 극심하게 갈등하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정치를 위한 사퇴라는 점에서 나쁜 선례로 남게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 감사장에서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 생각해 보겠다’고 운을 뗀 후 최근 이례적 언론 인터뷰, 대구 고검·지검 방문으로 정치 의사를 비쳤다. 이미 그가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정망이 파다하다. 그러나 사퇴의 변에서 그는 정계 진출 여부에 선을 긋지 않았고, 또 한번 국민을 언급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열어젖혔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총장이 사퇴 후 정치인이 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비롯해 정권 관련 수사를 과하게 밀어붙일 때마다 윤 총장의 의도를 의심했던 일각의 시선을 사실로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5일자 국민일보 사설.
▲5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윤 총장 사직 사태는 먼저 정치권이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등 검찰 개혁에 내심 불만이 많았다”면서도 “검찰 수장으로서 윤 총장의 언행에도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윤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정치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마치 정치인처럼 오해받을 언행이 적지 않았다. 한때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날도 윤 총장은 여느 정치인처럼 국민을 앞세우며 사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고 지적한 뒤 “어쨌든 검찰 수장이 임기 중에 정치적 행보가 예견되는 발언을 하고 중도 퇴진한 것은 옳지 않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에서 “윤 총장은 과도하게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도 받았다. 중수청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대국민 여론전을 펼쳤다. 대구의 검찰청을 찾아가 ‘고향에 온 듯하다’며 검사들에게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검찰조직의 총수답지 않은 정치색 짙은 언동이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경향·한국일보, 변희수 하사 죽음은 ‘사회적 타살’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하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뒤 육군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였다.

2017년 변 전 하사는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이후 2019년 11월 타이에서 성전환 수술을 했다. 그는 군에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육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22일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지난 4일자 서울신문 2면.
▲지난 4일자 서울신문 2면.

지난 3일 숨진 변 전 하사에 대한 사설을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이들은 변 전 하사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변 하사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차별과 혐오 언행을 쏟아냈다.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비틀린 인식이 그에겐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한겨레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도 지난달 24일 숨진 것에 대해 쓴 뒤 “두 사람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를 ‘누구나 존재 그대로 인정받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체없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5일자 한겨레 사설.
▲5일자 한겨레 사설.
▲5일자 경향신문 사설.
▲5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산업재해나 젠더폭력 희생자,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곧잘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다. 법·제도의 출구는 없고, 외진 곳에서 몸부림치다 죽어야지 쳐다보는 ‘약자들의 죽음’을 지칭한다. 혐오가 낳는 성소수자의 죽음도 이제 다를 바 없다. 세계적으로 성소수자 문제는 한 사회의 인권·관용·성숙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며 “국회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같은 시민’으로 살 수 있는 법의 출발선을 서둘러 만들기 바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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