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수사-기소권 분리에 반대하며 사퇴하자 이 법안을 제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양치기 검사”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린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공동발의한 의원들은 윤 총장이 사퇴한 뒤 각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을 성토했다. 이 법안은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 1월1일부터 6가지의 중대범죄만 직접수사가 가능해진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고 검찰은 사실상 기소만 가능케한 법안이다. 윤 총장을 비롯해 검찰 내부의 반발을 낳았다.

장경태 의원은 윤 총장을 “역사상 최악의 정치검찰, 안한다 안한다 했지만 결국 양치기 검사”라고 혹평했다. 장 의원은 헌법과 검찰청법, 검사윤리강령에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나 윤 총장은 임기내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며 △정치권에서, 언론기관에서 늘 그의 향후 거취 질문을 했고 △주요 여론조사 기관에서 꾸준히 야권 후보로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정치행보를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윤 총장이 지난해 12월 징계국면에서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했으나 임기를 142일 남기고, ‘정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사퇴한 점도 비판을 받았다. 장 의원은 “자신의 발언과 행동을 스스로 뒤집고, 번복했다”며 “상황에 따라 자기 편한대로 말도 쉽게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총장을 “검찰총장이란 직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정치적 야심을 채웠고, 거짓말을 일삼는 양치기 검사, 최악의 정치검사였다”고 맹비난했다. 총장의 직을 벗어던졌더라도 왜 검찰개혁이 필요한지 자성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법안에 공동발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정치인 윤석열이 그 동안 수사했던 정치적 사건의 신뢰성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논평했다.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날 윤 총장 사퇴를 두고 “검찰개혁이 어정쩡한 다협안이 아닌 완성도 높은 ‘수기분리’에까지 이르렀다”며 “윤 총장 기여가 아주 컸다”고 비유했다. 민 의원은 “검찰개혁의 이유를 온 몸으로 보여 주었던 윤 총장이 이제 직을 내려놓고 광야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썼다.

법안에 공동발의한 강득구 의원은 윤 총장 사퇴 입장문을 보면서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서”라며 “사퇴한 시점, 입장문까지도 철저하게 사전에 준비된 느낌”이라고 썼다. 강 의원은 “이제 대선이 본격적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며 “선택을 환영하며 이제 당당히 당신의 길을 가기 바란다. 마지막 선택은 국민의 몫”이라고 했다.

유일하게 다른 당 소속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공동발의했다. 최 의원은 “정치행위를 일삼던 공무원의 사직. 유체이탈로 일관한 정치검사의 퇴장. 무모한 야심의 정치인 출현”으로 윤 총장 사퇴를 평가했다.

윤 총장이 국민일보와 중앙일보에 잇달아 인터뷰하고 대구 방문발언까지 하면서 법안 반발할 때까지 공식 입장을 자제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이 사퇴한 직후 짤막한 브리핑을 발표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얻은 건 ‘정치검찰’의 오명이요, 잃은 건 ‘국민의 검찰’이라는 가치”라며 “국민에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허 대변인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 왔다”며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윤석열 죽이기’로 포장하며 정치 검찰의 능력을 보여 왔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인 논평을 내어 “윤석열은 제2의 황교안이 되려고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우 의원은 “사의표명이자 정치입문 선언과 다름없다”며 “중수청 논의가 시작도 되기 전에 중수청을 앞세우며 사퇴한 것은 그저 갈수록 내려가는 지지율에 대한 조바심을 포장하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우 의원은 “지금까지 검찰 역사에 이런 총장은 없었다”며 “검사인지 정치인인지 모를 말과 행동으로 국민과 일선 검사를 혼란에 빠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만 대변하는 검찰이 아닌,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단없는 개혁을 위해 국회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