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하자 몇몇 언론들이 윤 총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앞다퉈 선거판을 새로 짜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퇴 시점이 대권 도전에 최적이라거나 서초동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다 그의 지인이라는 등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윤 총장의 사퇴의 본질을 차기 대선 구도의 재편에 무게중심을 뒀다.

윤석열 사퇴 발표 무섭게 대선 판 짜는 언론들 ‘윤석열 대망론’

한국경제는 이날 오후 온라인 기사 ‘윤석열,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검찰서 할일은 여기까지”’에서 “윤석열 총장을 차기 유력 주자로 띄우는 시나리오도 벌써 거론된다”며 “4·7 재보선 이후 가능성이 거론되는 야권발 정계개편과 맞물려 윤 총장을 정권 심판의 구심점으로 삼으려는 생각”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는 특히 장제원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면충돌했던 윤 총장이 시대정신을 소환할 것으로 본다”고 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도 ‘윤석열 “어떤 위치에 있든”…정치권이 요동친다’ 기사에서 윤 총장의 발언 가운데 “어떤 위치에 있든…”이라는 표현을 들어 “사실상 정계진출을 긍정하는 발언이라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해석”이라고 분석했다. 헤럴드경제는 “정치권에선 당장 ‘윤석열 대망론’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며 “윤 총장이 내달 7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계 진출을 선언한다면, 선거판이 요동칠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사퇴 시기를 두고 “공교롭게 내년 대선 선거일(3월 9일)의 1년전, 자신의 임기만료 4개월전이며 가깝게는 4·7 재보궐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점”이라며 “사의 발표 시기만으로도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된 상태”라고 해석했다.

친문정권 선전포고, 이지명 이상 지지율 나올 것? “서초동 잘나가는 변호사들이 다 그의 지인”

대구의 일간지인 매일신문 ‘윤석열, 사실상 정치 선언…야권 정개개편까지 불러올 수도’ 온라인 기사에서 “검찰 총장직 사퇴로 지지율은 다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윤 총장의 사퇴의 변이 사실상 친문 정권을 향한 선전 포고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매일신문은 “사퇴의 변을 역으로 보면 현 정권은 ‘헌법 정신과 법치시스템을 파괴하는 권력이고 상식과 정의를 깨는 조직’인 셈”이라며 “향후 정치적 행보를 통해 ‘반문 연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경우 이재명 경기지사 이상의 지지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배경”이라고 부채질했다.

뉴스1은 ‘서초동 떠난 윤석열, 대권 향해 뚜벅뚜벅…언제 어디서 움직일까’라는 기사에서 “보수야권에 뚜렷한 대권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그의 사퇴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대권 후보로서 정치적 위상을 한층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매체는 국민의힘의 한 다선 의원이 “윤 총장은 30여년간 법조인이었고, 수사를 잘하기로 정평난 인물”이라며 “소위 말해 잘나가는 서초동 변호사들이 모두 그의 지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뉴스1은 다른 기사인 ‘윤석열, 대선 1년 앞둔 절묘한 사퇴카드…대권 도전 나서나’에서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유력 대선주자로 호명돼온 윤 총장의 사퇴로 차기 대선구도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174석을 가진 거대여당이 밀어붙이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추진 등에 무력감을 느낀 그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이례적인 대중적 지지를 받은 점,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한 발언으로 읽힌다”며 “윤 총장이 당장 정계 진출을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3월 대선을 준비하려면 최소 1년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권 도전을 위한 최적의 시기에 사퇴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도 ‘[속보]윤석열 사퇴…“어디있든 자유민주주의·국민 지키겠다”’에서 “윤 총장의 전격 사퇴로 여권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전제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신설과 4월 재·보궐선거,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조선 동아일보 ‘정권수사하다 검찰 떠나’, ‘문과 악연으로 끝나’ 강조

조선일보는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 보다 적폐수사로 발탁됐다가 정권을 수사한 탓에 떠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온라인 기사 ‘‘적폐청산의 칼’로 발탁됐던 尹, 정권 수사하다 검찰 떠나다’에서 현 정권과 관계가 악화된 것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가 발단이었다며 이후 임명된 추미애 전 장관도 올 1월 퇴임하기까지 1년 내내 노골적인 ‘윤석열 찍어내기’에 임기 대부분을 썼다고 썼다. 이 신문은 특히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는 검란을 일으켰다는 점을 들면서 “자신에 대한 무리한 징계 과정에서도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던 윤 총장은 민주당의 수사청 설치 법안을 막기 위해 총장직을 던져야겠다는 의사를 지난 달부터 주변에 내비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해석했다.

윤 총장의 사퇴 시점을 두고 이 신문은 “오는 7월24일 만료되는 2년의 검찰총장 임기를 넉달여 남긴 시점이자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기”라며 “내년 3월9일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우리 윤 총장’이라며 연거푸 파격 기용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 총장의 관계도 악연으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라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윤 총장 사퇴 발표 직전에 썼던 기사 ‘文대통령 1등공신 윤석열, 文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 되다’에서 “(문재인 정부의) 일등공신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문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로 부상했다”며 “현 정부 초기 적폐청산 수사 당시 마치 한 몸처럼 의기투합했던 두 사람이 이제 차기 대권의 향방을 놓고 일전을 준비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MBC 뉴스 출연자들 “야당에 도움” “민심알 수 없어”

한편, MBC는 오후 뉴스프로인 ‘뉴스외전’에 출연한 언론인 출신 시사평론가를 통해 향후 전망을 내보냈다. KBS 모스크바 특파원 출신의 신성범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윤 총장의 정계진출 가능성을 두고 “정치를 할만한 기질이 있다.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벌컥 쏟아낸다”면서도 “다만 대권후보 갈지는 회의적”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주특기가 수사여서 범죄 자백받는 것이어서 경제나 외교통일 쪽에 얼마나 고민했을지 의문”이라며 “시민들도 지금은 지지할지 모르나 시베리아 벌판 같은 검찰 바깥으로 나왔을 때 과연 능력 발휘할 수 있을까.아마도 어느정도 숙성기를 거친뒤 정치권에서 나오라고 할 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이 4일 오후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MBC 뉴스 갈무리
▲ 신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이 4일 오후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MBC 뉴스 갈무리

 

다만 신 전 의원은 당장 재보선 선거에서 야당에 도움이 된다며 눈에 익은 야당 후보들과 달리 윤석열은 가물치같은 인물인데다 정권심판론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선거의 판이 커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KBS 뉴욕특파원 출신의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정치인 역량의 경우 이번 사퇴를 통해 권력의지는 있는 것으로 입증됐으나 개인의 역량은 더 검증받아야 하며, 정치적 세력기반은 없다”며 “정치성향도 보수 진보도 어느쪽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야권이 참패하면 보수가 궤멸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배 교수는 윤 총장 사퇴로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하나의 마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 사퇴가 야당에 유리할지를 두고 배 교수는 “민심은 알 수 없다”며 “우리 민도가 높기 때문에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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