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신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두고 “섬세한 수술에 메스가 아닌 소잡는 칼 같았다”고 평가했다. 윤 위원장은 한달전 법안을 강하게 비판한 성명을 낸 이후 ‘언론노조가 보수적으로 변한 거냐’는 지적도 받았다고 소개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언론개혁 입법 긴급토론회’ 인사말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공식임기는 이날부터 시작돼 윤 위원장의 인사말은 언론노조 위원장의 첫 외부 일정의 일성이 됐다.

윤 위원장은 “임기 첫날부터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게 됐다”며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고 다양한 이해가 엇갈리기도 한 주제”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우선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법안에 강한 성명을 낸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9일 성명에서 징벌적 손배 대상에 언론을 포함시킨 민주당 언론개혁법을 두고 ‘언론검열’, ‘참담하다’라는 표현을 쓰며 알곡까지 죽일 제초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언론노조가 최근 언론개혁 입법 관련 관련 성명을 좀 강하게 냈다”며 “그랬더니 ‘언론노조가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부터 여러 지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윤 위원장은 “언론혐오라는 말이 하나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언론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는 것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며 “언론인들이 언론인 생활을 하는 동안 자기 성찰이라는 단어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도 깨닫고 있다. 그것을 제도적 틀로 만드는데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 윤창현 신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프레스센터 20층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입법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윤창현 신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프레스센터 20층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입법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윤 위원장은 언론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법개정안 취지를 두고 “악의적 허위조작 정보에 의해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언론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고, 보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고,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그것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 있어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이라는 대비되는 두 지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언론의 여러 문제 중에 문제가 되고 있는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는 아주 섬세한 수술이 필요하다”면서 “외과용 메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윤 위원장은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언론개혁입법의 여러 이슈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섬세한 메스가 아니라 소잡는 칼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소잡는 칼로 수술하면 환자가 죽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좋은 언론은 살리되 나쁜 정보들을 가려낼 수 있는 입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오늘 토론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언론노조 SBS본부장이자 SBS 기자 출신으로, 오정훈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박빙의 경합 끝에 새 위원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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