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6대 범죄수사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하는 중수청법안 발의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연일 반발에 나서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석대변인이 윤 총장의 ‘요란한 언행’, ‘차분해달라’는 수준의 언급만 했을 뿐 윤 총장 발언의 시비를 가려 반박하는 등의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낙연 대표도 윤 총장 발언 자체에 답변을 피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3일 오후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수사권 이관을 추진하는 법안 등을 두고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부정부패 대응이라고 하는 것은 적법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법치국가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재판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지금 진행중인 ‘검수완판(‘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의 약자 표현으로 보임-기자주)’이라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검사장 회의를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검찰 내부 의견들이 올라오면 검토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의 이 같은 반대에도 법을 강행할 경우 임기전 사퇴할 것이냐는 질의에 윤 총장은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치할 의향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윤 총장은 “이 자리에 드릴 말씀 아니다”라고 했다. 정세균 총리 윤 총장을 향해 ‘자중하라’고 했다는 질의에도 “특별히 드릴 말씀없다”고 윤 총장은 답했다.

윤 총장은 지난 2일자 국민일보와 인터뷰(1면 머리기사 ‘[단독] 윤석열 “檢수사권 박탈은 법치 말살… 국민께서 지켜봐 달라”’)에서도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검수완박)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어“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검을 방문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 갈무리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검을 방문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 갈무리

 

윤 총장은 이어 3일 자 중앙일보와 인터뷰(1면 기사 ‘尹 “내가 밉다고 국민 이익을 인질삼나, 중수청은 역사후퇴”’)에서도 “검찰은 서민들의 법질서 기관이 아니라 힘없는 서민들을 괴롭히는 세도가들의 갑질과 반칙을 벌해서 힘없는 사람들이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영역만 남아있다”며 “그것마저 박탈하면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 검찰 것을 안 빼앗기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거악과 싸우는 조직은 분야별로 전문화돼야 한다. 승진에 유혹받지 않고 전문성을 쌓는 게 중요할 뿐”이라고 했다.

윤 총장이 직접 언론사 인터뷰에 응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는데도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와 달리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아 주목된다.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의 질의에 요란한 언행이라고 했지만, 언론에 공개된 회의 자리에서 다른 지도부들은 윤 총장 발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백브리핑에서 윤 총장 인터뷰와 관련해 당내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검찰개혁은 확고하게 추진한다”며 “이걸 전제로 해서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 현안들은 검찰개혁 특위에 모든 걸 일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당 검찰개혁 특위는 여러가지 의견 조율 중에 있고 당 지도부는 당 특위의 이런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며 “오늘 회의서는 검찰개혁이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했다”고 답했다.

‘차분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한다면 법안 발의가 선거 이후로 미뤄지느냐’는 질의에 최 수석대변인은 “검찰개혁 특위에서 의견조율이 끝나면 발의가 되겟죠”라며 “특별히 선거를 의식해 발의 시점 조율하고 있지는 않다. 조율 기간이 좀 길다보면 선거 뒤에 할수도 있겠으나 특별히 (선거) 염두에 두고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당과 정부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한 입장을 구하자 최 수석대변인은 “검찰총장 언행이 좀 요란스러워서 우려스럽단 시각이 있어”며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것이 당 대표의 시각이냐고 묻자 최 수석대변인은 “당에 그런 우려가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1일 오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1일 오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가 선거를 앞두고 윤 총장과 갈등 구도를 낳는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최 수석대변인은 “검찰개혁은 차분하게 진행한다는 기조를 확인했고, 특별한 정치일정을 염두에 두고 조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당에서 윤 총장에 대응하지 않을 것인지를 두고도 “차분히 검찰개혁을 추진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대외협력위원회 출범식 및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당대표실에서 풀취재진(미디어오늘)이 윤 총장 발언에 대해 질의하자 “아까 기자들과 한꺼번에 했다. 따로 뵙기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경제진흥원 녹산청사에서 열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소상공인 간담회를 마친 후 현장에 동행한 취재 기자들과 만나 “그 문제(중수청 신설)를 전담하도록 검찰개혁특위를 만들었다”며 “특위가 오는 4일쯤 전체회의를 연다고 하니 논의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몇몇 언론이 전했다.

민주당이 윤 총장의 발언에 정면 반박이나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과거 윤 총장을 비판할 때 갈등 구도가 굳어져 야권 지지층이 결집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예 검찰 수사권을 통째로 중수청으로 가져가려한다는 인식이 여론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문제의 법안은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8일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다. 황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검찰이 가지고 있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여 검사는 공소제기와 유지 및 헌법이 정한 영장청구 권한을 보유하도록 하고, 검찰이 담당하는 6개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통해 중대범죄수사청 공무원인 수사관이 이를 수행하도록 권한을 배분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을 공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법안은 앞서 같은 달의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소청법안과 검찰청법폐지법안을 전제로 한 법안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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