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언론이 또 한 번 검증대에 올랐다. 지난해 독감 유행 당시 문제가 된 ‘백신 포비아’가 ‘코로나 백신 포비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언론을 향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팩트체크나 기획성 보도를 강화하는 매체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검증’을 명목으로 한 과장 보도들이 언론 불신을 키우고 있다. 삼가야 할 보도 방식, 지향할 방향을 정리했다.

‘[속보] 백신 이상반응’ 중계보도 이제 그만

백신 접종과 동시에 이상반응(증세) 중계가 시작됐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포털로 전해진 관련 기사는 이런 식이다. △“‘혈압 오르고 어지럼’…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 일부 이상 증세 보여”(서울경제) △ “백신 맞은 인천 간호사 2명도 이상증세… 숨차고 혈압 올라 병원행”(조선일보) △“포항서 AZ백신 첫 이상증세… 고혈압·어지러움에 응급실행”(중앙일보) 등등.

그러나 기사에 등장한 이들은 모두 금세 증세가 호전됐다. 요양병원 간호사들은 인근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맞고 증상이 호전돼 2시간여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포항 접종자는 두통약을 처방받고 퇴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접종 첫날 접수한 이상 반응 신고 15건 모두 경증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나흘간 1차 예방접종대상자 36만6000여명 중 6.3%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을 맞은 2만3086명 가운데 2일 0시까지 접수된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156건이다. 추진단은 한달 뒤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해 발표할 계획이다. 요컨대 현재까지 이상반응과 특정 백신과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지금 수준의 이상반응을 일일이 기사화하고 중계해봐야 불안감만 조장할 뿐이라 입을 모은다.

물론 이상반응을 보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규명되지 않은 현상을 사실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크게 문제가 안 되는 현상임에도 백신을 맞을까 말까 하는 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접종자 몇명 중 몇명에게서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방역당국이나 백신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인지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내용에서도 반드시 전문가 의견을 공유해서 코멘트라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사망사례는 분명히 나온다. 지난해 피해가 컸던 독감 백신 보도 문제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국내 언론 보도 중에서는 ‘의견’ 보도가 너무 많다. 언론이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최대한 싣고 객관적인 자료들을 보고 전문적인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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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외신 인용 자제하고 취재 뒷받침해야

각종 인용 보도들도 도마에 올랐다. 부정확한 외신 인용으로 비판 받은 사례를 먼저 보자. 백신 접종 3일째였던 지난달 28일 일부 언론을 통해 ‘유럽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했다고 밝힌 기사들이다.

민영통신사 뉴스1 기사(“AZ 백신 믿을 수 없다”… 유럽인들 기피해 재고 엄청 쌓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재고가 각국마다 크게 쌓이고 있다”면서 “특히 의료진들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 등은 해당 백신을 “찬밥”으로 표현한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유럽에서의 아스트라제네카 기피 현상과 함께 이런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문가 의견을 통해서다. 프랑스의 경우 마크롱 대통령이 65세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 주장했다 뭇매를 맞은 뒤, 고령층에게도 이를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 비과학적 주장, 의료계 과장 의견 나르지 말아야

급기야 국내 정치권은 맥락이 삭제된 ‘유럽의 AZ 기피’ 주장을 사실처럼 호도했다. 국민의힘이 여러 차례 백신 정쟁화로 비판받은 가운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유럽에서 기피하는 AZ백신이 한국에서 접종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수많은 헤드라인에 실려 확산됐다. 김 비대위원장 주장이 틀렸다고 지적한 기사들 역시 제목에 김 위원장 발언을 사용했다.

특히 의료진의 의견을 기사화할 때 신중해야 한다. 의료계 중론에 반하거나 근거가 부족할지라도 ‘의료계 의견’으로 보도되면 신빙성 있는 주장으로 포장된다. “‘백신 마루타 된 기분’” 눈치 보는 의료진, 퇴사까지 고민한다”(중앙일보), “‘부작용? 백신 맞느니 사표’… 일부 의료진 거부”(SBS) 등 기사가 비판 받은 이유다.

의료계도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보건의료 종사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 했다. 이들은 현재 사용이 허가된 백신 모두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며 “환자들과 보건의료체계를 지키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백신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향후 장기예방효과와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을 고려한 차기 접종계획 수립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 2월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 연합뉴스
▲ 2월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 연합뉴스

신뢰할 정보 부족한 시민들, 필요한 보도를 늘려야 한다

백신 관련 보도량에 비해 필요한 정보 제공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이 2일 공개한 대국민 ‘백신접종 의향조사’ 결과도 이를 반증한다. 지난달 8일~17일 조사에 참여한 1084명 중 약 40%는 코로나 백신 정보에 대한 기대나 필요성에 비해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의료계에서 백신이 안전하다고 밝혀왔음에도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자가, 아무런 전제 없이 접종 의향을 물었을 때보다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유명순 교수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백신접종 태도와 의향은 높은 편으로 나타났지만 동시에 접종 부작용 등 우려 또한 높은 점은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백신 정보제공과 소통이 필요함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감염병에 대한 보도 원칙은 합의된 기준이 있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함께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이다. 해당 준칙은 전문에서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감염병을 퇴치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데 우리 언론인도 다함께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본 내용은 △병에 취약한 집단을 알려주고, 예방법 및 행동수칙을 우선적, 반복적으로 제공 △감염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이나 장비 등을 갖춘 의료기관, 보건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 △감염병 관련 의학적 용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 등이다.

이재갑 교수는 “‘성지’ 같은 기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뉴스는 장기적인 기획뉴스가 상당히 필요하다. 뉴욕타임스 칼 짐머 기자의 경우 1년째 계속 관련 뉴스를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백신 자체에 대한 부분부터 이상반응, 효능, 장점, 단점이 쌓이는 형태의 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접종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이다. 이미 잘못된 정보들이 SNS 등을 타고 많이 흘러다닌다”며 “18세 미만 청소년이 맞지 못하는 걸 고려하면 남은 성인들이 다 맞아도 집단면역이 형성될까 말까한 상황”이라고 다시금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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