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2기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17일 오후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2기 독자권익위원장인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를 포함해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주주독자 윤창의씨, 유희라 언론인권센터 활동가, 이재진 편집국장, 정철운 정책팀장, 김도연 미디어팀장, 안혜나 편집기자가 참석했다. 이날 온라인 회의에 불참한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윤창의 : “기자단도 아닌데 자기들 정한 엠바고 지키라니”(1월13일자 미디어오늘 온라인 보도)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기자가 기자를 대상으로 기자단 가입이나 징계 여부를 투표하는 현상의 문제를 제대로 취재한 것 같다. 다만 현상을 이야기하는 데에만 집중한 것 같아 아쉽다.

[관련기사 : [기자단 이제는 바꾸자] ① “기자단도 아닌데 자기들 정한 엠바고 지키라니”]

정연우 : 기자단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기자단 찬성 입장인 기자들은) 기자단이 사라지면 특정 취재원이 특정 매체에만 정보를 흘리게 된다고 우려하거나 유튜버 등 신생 매체가 난립해 보도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기자단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리와 변명을 단순 전하기보다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면 어땠을까. 기자단 가입 기준이 궁금하다. 기자단이 매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자 개인 성향이나 친밀 여부로 가르는 것인지 독자 입장에서 알고 싶다.

윤창의 : 특정 취재원이 특정 매체에 정보를 흘리는 일이 벌어지는 건 ‘기자단의 문제’인데, 이를 이유로 기자단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일관적이다.

▲ 미디어오늘 1284호 3면.
▲ 미디어오늘 1284호 3면.

조선희 : 지역 기자단을 다룬 “‘공무원과 형님, 아우’ 세상 변화보다 느린 지역 기자단”(1월20일자) 기사는 전반적으로 기자단이 광고 수주용으로 쓰인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이 보도는 지역 언론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획에 어울리는 기사 같았다.

남웅 : “‘공무원과 형님, 아우’ 세상 변화보다 느린 지역 기자단” 기사는 영세적 상황에서 공무원과 소수 주류 지역언론의 정보 결탁과 자본이 작동하는 지점을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소수 악성 기자를 필요악처럼 소환하면서 기자단의 필요를 주장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잘 지적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언론개혁운동의 주장이 무력해 보이는데 이들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도 설명 된다면 좋겠다.

[관련기사 : [기자단 이제는 바꾸자] ④ “공무원과 형님, 아우” 세상 변화보다 느린 지역 기자단]
[관련기사 :
기자단 카르텔 관련기사 모음]

정연우 :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보도에 여러 문제가 제기된 후 엄경철 KBS 보도국장이 출입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찻잔 속 태풍처럼 지나간 것 같다. 왜 시도만 하다가 좌초됐는지, 왜 내부적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는지 이런 것들을 짚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떤 난관에 부딪힌 것인지 궁금했다.

이재진 : 현재 KBS를 담당하는 기자가 취재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조만간 기사를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 출입처 제도 폐지 선언했던 KBS 어떻게 바뀌었나]

윤창의 : “정치인 나경원은 ‘아내의 맛’을 통해 무엇을 노렸나”(1월9일자) 기사는 비평이 아니라 독후감 같았다. “아들의 입대 날 나경원 전 의원은 재판에 출석하느라 군부대에 가지 못했다는 스토리 역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치인의 서민적이고 가족친화적인 모습 재현은 진부하지만 필수적이다” 등 표현에서는 기자 감정이 드러났다.

정연우 : 나경원 전 의원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관련, TV조선이 무엇을 노리고 섭외·제작했는지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 지난 1월5일 나경원 편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에는 나경원 전 의원의 가족들이 화목하게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담았다.
▲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 지난 1월5일 나경원 편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에는 나경원 전 의원의 가족들이 화목하게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담았다.

남웅 : 정치인의 예능 방송 출연은 그 의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정황을 바탕으로 방송 구성을 같이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만 소기의 효과를 확인할 객관적 지표가 없어서인지 기사 흐름이 전반적으로 묘사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이 든다. 나경원 사례만 분석하기보다 다른 정치인의 경우도 비중 있게 다루면 어땠을까.

[관련기사 : 정치인 나경원은 ‘아내의 맛’을 통해 무엇을 노렸나]

윤창의 : “파기환송심 D-1, 한국 언론은 이재용이 너무 애처롭다”(1월17일자) 기사 후속으로 과거의 삼성과 지금의 삼성이 언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진 것이 있는지 보도했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 파기환송심 D-1, 한국 언론은 이재용이 너무 애처롭다]

정연우 : “혼동스러웠던 ‘내복 아이’ 보도, 그날 무슨 일 있었나”(1월15일자) 기사는 언론의 상업성을 제대로 짚은 보도였다. 언론들은 한 편의점에서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아이의 모습만으로 ‘아동학대 프레임’을 키웠고 자극적인 내용을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이 팩트를 확인해 보도한 기사였다. 이와 함께 언론 보도들이 인권보도준칙에 위배된 것은 아닌지 좀더 짚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관련기사 : 혼동스러웠던 ‘내복 아이’ 보도, 그날 무슨 일 있었나]

조선희 : 언론사들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다룬 “현대차 총수가 즐겨보는 언론사 뉴스레터 있다고?”(1월27일자) 기사는 ‘미라클레터 홍보’가 아닌가 싶었다. 왜 이 기사가 나왔을까 궁금했다. “매일 아침 경쟁매체 트래픽 상위 기록 받아보는 기자들”(2월2일자) 기사의 경우 파이낸셜뉴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송 리포트 시청률을 조사해 매일 아침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매체도 있다고 들었다. 왜 파이낸셜뉴스 아이템만 기사화가 됐는지 알고 싶다.

유희라 : 뉴스레터 기사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미디어오늘이 뉴스 콘텐츠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자주 보도해주면 좋을 것 같다.

▲ 글로벌 테크와 실리콘밸리 소식 등을 전하는 매일경제 뉴스레터 ‘미라클레터’. 사진=미라클레터 갈무리
▲ 글로벌 테크와 실리콘밸리 소식 등을 전하는 매일경제 뉴스레터 ‘미라클레터’. 사진=미라클레터 갈무리

이재진 : 뉴스레터 기사의 경우 연초 여러 언론사들이 디지털 전략으로 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주목했다. 각 언론사 뉴스레터 콘텐츠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는지, 내부 콘텐츠 생산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괸련기사 : 현대차 총수가 즐겨보는 언론사 뉴스레터 있다고?]

정연우 : “문재인 정부 ‘정치심의’ 종식 못했다”(2월3일자) 기사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공정성’ ‘객관성’ 적용 제재가 존재하는 한 ‘정치 심의’ 논란을 종식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제목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비해 논란이 줄었다”거나 “인권이나 혐오 표현 심의가 돋보였다” 등으로 뽑았다면 적절하지 않았을까?

남웅 : 심의의 긍정적 변화를 다루면서도 부정적 뉘앙스의 표제를 선정했다는 인상이 든다. 정치심의를 종식 못한 것이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여기에 좀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미 정당이 위원을 추천하는 방식 자체가 정치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나 싶다.

[괸련기사 : 문재인 정부 ‘정치심의’ 종식 못했다]

조선희 : “파장 일으킨 한겨레 성명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2월3일자) 기사는 한겨레 내부에서 빚어진 갈등을 조명했다. 비단 한겨레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시민단체와 시민사회도 겪고 있는 갈등이다. 표면적으로는 세대 갈등으로 비칠 수 있지만, 조국 사태 국면에서 나타났듯 대한민국이 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고 있느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한겨레만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윤창의 : 한겨레 성명 사태를 보면서 한겨레는 친정부적이라는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언론이 한겨레 내 갈등을 부풀린 측면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궁금한 것은 성명에 이름을 올린 젊은 기자들이 누구이고 어떤 기사를 썼는지, 어떤 보도로 내부에 문제가 빚어졌는지 더 알려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괸련기사 : 파장 일으킨 한겨레 성명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정연우 : 양승동 KBS 사장 인터뷰(2월10일자 “양승동 KBS 사장 ‘국민 초청 숙의민주주의로 수신료 설득’”)는 질문이 좀더 예리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양 사장은 수신료 가치로서 제2의 나훈아쇼, 대하드라마 등을 내세웠는데 수신료가 있어야만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수신료 인상 명분이 되기엔 부족해 보였다. 수신료가 과연 KBS만의 것인가, 근본적 질문도 던질 필요가 있었다. KBS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뜬금없이 수신료 인상안을 꺼내 의문이 들기도 했다.

[괸련기사 : 양승동 KBS 사장 “국민 초청 숙의민주주의로 수신료 설득”]

▲ 양승동 KBS 사장이 2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사장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양승동 KBS 사장이 2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사장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남웅 : “30% 못넘는 신문 여성 필진… 성소수자는 소수점 아래”(2월4일자) 기사와 관련, 구성원 성별 및 성적 지향 비율을 적용한 기획은 처음은 아닐 것이다. 당사자성이 성평등과 인권 기반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당사자라고 해서 당사자성 중심 이슈만 다루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내용과 구성원 구분이 필요했다. 성소수자의 경우 커밍아웃한 사실이 알려진 경우로 좁혀질 우려도 있다.

[괸련기사 : 30% 못넘는 여성 필진… 성소수자는 소수점 아래]

“‘인터넷 실명제’ 탄생부터 종말까지”(1월30일자) 기사의 경우 실명제로 소수자들이 자기 의견을 표명하는 데 부담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을 받았다고 해서 소수자들이 자기 의견을 쉽게 내긴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 여론이 혐오로 점철된 상황에서 소수자 억압 등 문제 제기는 실명제 위헌과 별개 의제로 다뤄야 한다.

[괸련기사 : ‘인터넷 실명제’ 탄생부터 종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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