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과 언론 등 주체들이 힘을 합쳐 자치에 대한 규범을 만들고 스스로 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015년 유봉석 당시 네이버 이사(현 서비스운영 총괄)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후 네이버는 카카오와 함께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을 깜짝 발표했다. 포털의 언론 제휴 진입과 퇴출 심사를 독립 기구에 맡기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이었다. 하지만 언론사 단체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제휴평가위 준비위원회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시민사회단체 등이 추가 참여해 현재의 제휴평가위가 구성됐다. 

[관련기사 : 포털 제휴평가위 심사를 해부하다]

실효성 있는 심사 체계 마련, 폐쇄성은 한계

2016년 제휴평가위가 첫 심사를 시작하고 5년이 지났다. 제휴평가위의 최대 ‘공’은 진입과 퇴출의 활성화다. 네이버 기준 포털 진입 매체는 2배 이상 늘었고, 퇴출 매체는 6배 이상 늘었다. 언론사들은 제휴평가위 제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어뷰징을 줄였다. 더 이상 한 언론사가 같은 사안으로 기사를 10건 이상 쓰는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많다. ‘애드버토리얼’이라 불리는 광고성 기사 제재 방안은 4년이 넘도록 결론 내지 못했다. ‘지역언론 입점 평가 개선’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지역언론 입점TF를 구성해 2월 새 평가 방안을 의결하기로 했으나, ‘재논의 TF’를 구성하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전후 퇴출 매체 추이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전후 퇴출 매체 추이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최근 ‘한국 언론과 포털 뉴스서비스’ 보고서를 발간한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언론사 및 뉴스콘텐츠를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인터넷 뉴스서비스의 품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여러 단체가 모여 합의제를 시도했다는 점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있는 제휴사 선정 결과, 이전에 입점한 매체 평가 논란, 위원 추천 기관의 대표성과 위원의 전문성에 대한 비판이 있다”고 했다.

제휴평가위 특유의 폐쇄성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제휴평가위는 위원 명단, 회의록 등 기본적인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위원 명단을 공개할 경우 ‘로비’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위원회 구성 때마다 추천 협회를 중심으로 명단이 공유돼 ‘이너서클’을 강화할 우려가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5년 동안 이뤄진 대외적인 소통이 지난 2월 개최한 자체 평가 웨비나가 전부라는 사실은 기구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도. 7개 단체는 운영위를 겸임하고 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도. 7개 단체는 운영위를 겸임하고 있다.

새로운 뉴스 생태계 논의 모델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제휴평가위원은 “제휴평가위는 포털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평가 심사를 외주화한 기구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전·현직 제휴평가위원들은 2월 웨비나 자리에서 ‘포털이 나서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제휴 심사 개선 방안 등이 발제를 통해 거론됐는데 “어떻게 이행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확답을 하지 못했다. 제휴평가위는 시스템 자체를 바꿀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제휴평가위는 갈등을 잠재우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새로운 성장과 공존을 위한 방식을 찾아내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며 “그간 환경이 급변했기에 제휴평가와 같은 제한된 논의를 벗어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변화한 매체 환경에 맞는 논의가 필요하다. 황용석 교수는 “유럽의 저작권법 개정, 구글의 쇼케이스 서비스 등 외국에선 플랫폼 사업자와 언론 간의 새로운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PC 시장이 급격히 쇠퇴하고 모바일 중심으로 가면서 뉴스 소비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언론 매체는 ‘성장 산업’이 아닌 ‘생존 산업’이 됐다. 디지털 전략의 새로운 창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제휴평가위의 폐쇄성을 개선한다는 전제하에 개편하거나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댓글,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 등에 대한 폐지를 할 때 이들 서비스가 여론에 미친 영향, 폐지에 대한 입장 등을 제휴평가위 명의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포털 사업자는 뉴스 서비스가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시민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언론산업과의 상생과 협력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심사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심사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현재와 같은 제휴평가위 기구를 확대하는 방식이 아닌 ‘포털 통합 이용자 권익보호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원 위원은 “포털 사업자별로 이용자위원회를 두기보다는 포털 전반을 평가하는 이용자위원회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며 “이 기구를 통해 뉴스 서비스와 기타 서비스에 대한 품질 평가를 공개된 보고서 형태로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포털이 새로운 의제를 만들어 논의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미 뉴스 서비스 전반에 대해 ‘장외’에서 다양한 안들이 제시됐다. 제휴평가위 웨비나에서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다양성 확보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젠더와 인종, 환경 등 다양성 주제를 전문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다루는 언론에 입점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며 “기사 노출에 있어서도 사회적 다양성 주제 기사의 경우 일정 비율로 노출 우선순위를 할당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언론노조가 주최한 연속 토론회에서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는 모바일 포털 뉴스화면 다섯 번째 자리에 양질의 뉴스를 우선적으로 배열하는 ‘공적뉴스 할당제’를 제안했다.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저널리즘의 질적 향상을 위해 포털에 보내는 언론사의 기사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포털과 언론산업 전반과의 상생과 협력에 대한 논의는 헛바퀴가 돌고 있을 뿐 본격적으로 진행된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포털은 다양한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해왔지만 6년 전 유봉석 이사의 구상과 달리 포털과 언론 등 주체들이 함께 책임을 지고 생태계를 논의하는 기구가 아닌 면피성 기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위원회가 많았다. 지금이라도 포털이 응답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