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주최한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언론개혁입법 토론회에서 법의 악용 우려와 피해구제 실효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더불어민주당의 언론개혁입법에 대한 긴급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와 윤영찬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러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맞습니까 하고 묻고 싶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과장된 표현이 논란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명백한 허위왜곡 정보에 대해 현행 손해배상액을 3배까지 올려서 회복불능의 과도한 피해를 구제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6개법안(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형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두고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변호사는 “출발점이 잘못됐다”며 언론보도에 대한 규제부터 먼저 도입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정보통신망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 했던 대상인 1인미디어 등은 개인들이며,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에 의하면 영향력이 커졌다해도 사람들은 1인미디어 보다 언론보도를 신뢰하고, 잘못된 언론보도의 폐해가 더 크다. 따러서 징벌적 손배제 도입도 언론중재법에서 논의된 후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앞뒤 순서가 잘못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어차피 수정할 수 있다고 하니 이미 발의된 언론중재법으로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고민해보라”며 “정보통신망법은 표현의 자유 침해가 크니 보류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도입와 함께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일 공동주최한 언론개혁 입법 긴급토론회에 정치권과 언론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일 공동주최한 언론개혁 입법 긴급토론회에 정치권과 언론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언론관련법에서 논의해야 법체계에 맞다며 언론을 정보통신망법상 이용자로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노웅래 의원은 “나도 언론중재법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의 입법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할지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논의할지는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다.

권력자의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악용 우려

권력과 자본의 영세매체를 향한 전략적 봉쇄소송 악용 우려도 나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쿠팡 물류센터 산업재해를 보도한 방송과 언론에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쿠팡의 사례(미디어오늘 보도)를 들어 “거대기업이 소규모 언론과 기자를 상대로 벌이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며 “‘정상적 언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힘없는 사람의 피해구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할 수 있는 권력집단에는 원고가 책임지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은 허위조작정보의 생산을 누가하느냐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허위조작정보의 소스와 유통경로를 구분해야 한다며 그 책임은 기자가 아닌 허위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시민이 빠르게 피해호소할 수 있도록 중재위 문을 넗히고, 그곳에서 배상액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공동주최한 언론개혁 입법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공동주최한 언론개혁 입법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노웅래 의원은 “전략적 봉쇄소송은 과도한 우려가 될 것”이라며 “우리 법안은 세배정도 손배 액수를 늘렸을 뿐인데, 오히려 언론사가 수십 수백억원을 배상하게 될 수도 있는 최강욱 의원 법안이 봉쇄소송으로 이어지게 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노 의원은 “알면서 허위보도할 때만 처벌하는 것으로, 쿠팡이 아무리 소송 내도 언론을 처벌하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2008년 미네르바 사건처럼 공익 목적이 있고, 사실이라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면 면책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언련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이 법안을 두고 “제한적 징벌적 손배제에 불과하다”며 “봉쇄소송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지만 입증책임 과정에서 보완장치 만들면 제한적 형태로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입증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이날 토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인 언론이 고의 중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도록 한 조항도 쟁점이 됐다. 노웅래 의원은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고의 중과실, 반복성이 입증될 경우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는데, 입증책임을 피해자인 원고에게 하라고 하면 쉽지 않다며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사실확인 노력한 것이 있다면 충분히 고의성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변호사도 언론의 경우 보도내용이 진실이거나 진실이 아니라도 보도당시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면책(위법성 조각)받고 있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언론사가 악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원고가 언론사의 ‘악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니 언론사 스스로가 악의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청중석에 있던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명예훼손의 입증책임이 피해자에 있기는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뿐 아니라 언론도 과실과 고의를 입증토록 해서 취재과정을 다 얘기해야 한다”며 “의료현장, 정부, 정치인, 재벌기업 등은 모든 정보를 쥐고 있지만, 언론은 제한적, 잠재적 사실만 알고 있기 때문에 (입증책임을 요구받을 경우) 제보자를 공개하고 다 소명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성 회장은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밝혔다.

성 회장은 “나쁜 저널리즘이 문제가 아니라 탐사저널리즘과 같은 좋은 저널리즘이 죽어버릴까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이 2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 공동주최 언론개혁 입법 긴급토론회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이 2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 공동주최 언론개혁 입법 긴급토론회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한편, 정정보도를 2분의1 크기로 싣도록 한 김영호 의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지적을 받았다. 김준현 변호사는 “이 문제는 당사자간 조정을 해야 하는 언론중재위에서 성립이 안되고 대부분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실효성은 있을지 몰라도 신속한 정정은 어려울 수 있으며, 언론사 입장에서 편집권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노웅래 의원은 “애초 발의안은 같은 지면 같은 크기로 정정하도록 했으나 중재가 안 될 것 같아 2분의 1도 했는데, 이 역시 언론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 상당히 있다”며 “대문짝 만하게 허위보도하고 귀퉁이에 정정보도 하는 것은 사실상 폭력행위여서 낸 법안인데, 이 문제도 심의과정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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